광우병대책회의 "추가협상, 또 한 번의 국민기만"

대책회의 "SRM, 월령제한, 검역주권 어느 하나도 해결 못해"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정부가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에 대해 "30개월 미만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및 내장과 뼈의 수입문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 금지문제, 검역주권 문제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국민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히며 "추가협상으로는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며 "오직 협상무효, 전면재협상만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SRM 못 막고, 월령 제한 실효성 없고"

광우병대책회의는 이날 우선 광우병특정위험물질 등 부위 제한 문제와 관련해 "광우병 논란의 핵심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과 뼈와 내장 등 국민건강에 위험한 물질의 수입금지"라며 "그러나 이번 추가협상은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과 관련해서는 단 한 글자도 바꾸지 못했다"며 "미국에서는 학교급식과 단체급식 재료로 금지되는 분쇄육과 선진회수육 등도 그대로 수입되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광우병대책회의는 정부가 쇠고기 '월령 제한' 방식으로 합의한 품질관리제도((QSA, Quality System Assessment))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수입하기로 한 것을 협상의 성과라고 주장했지만, 이의 실효성이 담보할 수 있는 수출증명(EV, Export Verification)) 프로그램은 애초에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실효성이 없고 민간자율방식인 미국 내수용 품질인증프로그램인 품질관리제도(QSA)만을 얻어가지고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QSA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직접 보증을 하는 수출증명(EV)과는 명확히 다르다"며 "QSA는 미국 정부가 일년에 한두 번 작업장 등을 점검해서 인증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 정부가 쇠고기 연령 등에 대해서 직접 확인하고, 보증하는 방식인 수출증명 프로그램에 비해 수입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민간자율 방식으로 운영되는 QSA 프로그램에서는 제대로 된 월령 판정도 불가능하고, 광우병위험물질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 한다"고 밝혔다.

"중대한 문제 발견해도 작업장 취소할 수 없어"

현지 작업장 점검 권한 등 '검역 주권'과 관련한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수출용 작업장의 승인권과 취소권은 여전히 미국 정부에 있으며, 작업장 전수조사의 권한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얻었다고 하는 현지작업장 점검권은 일부 표본조사의 작업장 조사권일 뿐 그 작업장을 조사해서 중대한 문제를 발견해도 작업장 취소나 검역중단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현지 작업장 점검 결과 중대한 위반이 발견되더라도 한국 정부는 해당 작업장에 대해 즉각적인 수출작업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한미 양측은 두 번에 걸쳐 협의를 갖고, 시정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만약 양측이 이 논의에서 4주 이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한국 정부는 해당 작업장에서 수출되는 물량에 대해 강화된 검역조치를 연속 5회 실시한다. 여기서 2회 이상 식품안전위해가 발생할 경우에만, 한국정부는 해당 작업장의 수출작업중단을 미 측에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뢰 개선될 때까지? "촛불 꺼질 때 까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한미 양측이 QSA 프로그램을 "한국 소비자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 유지하도록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이 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사실 '촛불이 꺼질 때 까지'라는 얘기"라며 "계속 촛불을 들어서 반드시 재협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정부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추가협상을 근거로 고시를 강행하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며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이 고시를 강행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