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수도 정책, 이미 목적에서 공공성 포기”

한나라당, 상수도 민간위탁 반대 입장 그러나 경영효율화는 계속

정부, 9월에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안’ 입법예고

정부가 상수도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안’을 9월 중으로 입법예고하고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상수도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는 수순으로 읽히기 때문.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안’은 지난 6월, 반대여론에 부딪혀 입법예고가 연기되었던 ‘물 산업 지원 법안’의 다른 이름으로 입법예고 연기 당시 환경부는 “물산업지원법은 수도 사업 경영 효율화와 수도 서비스 향상을 위한 법”이라며 “단지 시민들의 오해 때문에 연기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최근 당정협의에서 △164개 상수도 사업장을 30여 개의 광역단위로 통합 △관리 및 운영을 민간에 위탁 △지자체 산하 상수도 관련 공사 설립 허용 등을 합의하고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사실상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자 한나라당은 “절대 소유와 권리까지 전부 다 민간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고 수습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전문가를 아웃소싱 해 수질을 향상시키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지 시스템의 귀속 자체를 바꾸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관리 등 일부분 민간위탁도 수도요금 인상 불러올 것”

하지만 노동사회단체들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수돗물 민영화의 대부분 사례는 바로 관리 운영권의 민간위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하며 법안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오늘(2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먹는 물 정책 선진화 대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물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쟁취 공동행동’(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진행 중인 지방상수도 민영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초, 환경부가 ‘물 산업 지원 법’의 입법예고를 연기하기 직전인 5월 말, 행정안전부는 “지방상수도를 권역별로 광역화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지방상수도 통합 전문기관 관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9월 중으로 입법예고를 하겠다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안’은 이미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각종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제시하며 시행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도 “공공성 확보를 위해 지자체의 지분을 51% 이상 유지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정부는 상수도 사업에 대해 정부 지분을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지분이 공공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아니”라며 “법안의 목적이 지역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평등한 이용이 아니라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수익성 창출이라는 점에서, 법안은 그 목적에서부터 공공성을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행동은 “정부는 민간위탁 후 유수율이 좋아졌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가 투자를 미뤄 온 노후관 교체를 수탁회사가 그 비용을 운영 관리비에 포함시켜 교체한 것에 다름 아니”라며 “이 모든 비용은 조만간 지역민들의 수도요금으로 되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상수도 관리 등 일부를 민간위탁해도 수도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정부는 효율성 강화를 통해 확보한 재정으로 상수도 보급률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민간위탁 이후 보급률이 높아졌다는 통계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오직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생각하는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에서 수돗물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지 만무하다”고도 지적했다.

한나라당, 일단 민간위탁 반대 입장 냈지만...

이런 논란에 한나라당은 오늘 오전 최고위원회 논의 결과 “민간위탁은 민영화와 헷갈릴 소지가 있다”며 일부 민간위탁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수돗물 관리의 광역화 등은 그대로 추진키로 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법안을 내더라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