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테러전선이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이동하면서 아프간의 8월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아프간 정부와 구호단체 등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연합군과 정부군의 군사작전 중 사망한 민간인은 500명을 넘어섰다. 군사작전 중 사망한 미군과 나토(NATO)군의 사망자수도 아프간에 대한 전쟁이 발발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인 희생자 속출에 아프간인들 분노 커져
최근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소탕한다며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연합군과 정부군의 군사작전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1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는 군사작전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사망한 데 항의하는 수백 명의 시위가 벌어졌다.
1일 나토(NATO) 국제보안유지군(ISAF)이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을 가해 세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적어도 7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입었다. 28일에도 독일 군이 쿤두즈 북부 도시에서 초소로 접근하는 차량이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며 총격을 가해 차에 타고 있던 여성 1명과 두 명의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부 헤라트주 신단드 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 수에 대해 미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 및 구호단체들의 공방이 오가고 있다.
"민간인 대량 몰살" vs. "최대 7명 사망"
아프간 독립인권위원회(Independednt Human Rights Commission)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91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이 중 15세 이하의 어린이가 59명, 19명이 여성이었다고 발표했다. 유엔(UN)에서도 민간인이 90명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2일 자체분석결과 탈레반 반군 30-35명, 민간인 5-7명이라고 발표했다.
에이피(AP)는 "(조사) 대표단이 마을 원로들과 사원 바닥에 앉아 있는데, 손수건을 든 남자가 와서 한번 보라고 했다. 아이들의 사체가 있었다. 몸의 일부, 손가락, 손과 다리..."라며 처참한 광경을 묘사했다.
또, 성난 아지자바드 주민들은 구호품을 나눠주러 온 아프간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기자들에게 "미국인들은 모든 아프간인들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로켓과 미사일을 우리에게 발사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 굴부딘은 "내 손으로 50명이 넘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묻었다. 이 모두가 테러리스트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2살의 여아를 잃은 한 남성은 "내 딸이 테러리스트냐? 그럼 왜 난 테러리스트가 아니냐? 왜 나만 살려 놓았냐"고 울부짖기도 했다.
지역주민들과 아프간 정부 및 관련 단체들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일일이 찍어 미국에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프간 정부에 공동 조사를 제안해 놓긴 했지만, 민간인 희생자 수는 훨씬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오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절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브라이언 위트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간에 있는 군 지휘관들이 탈레반을 목표로 한 적법한 공격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모호한 말로 22일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탈레반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프간 조사단의 모하마드 이크발 사피 의원은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다국적군 기지에서 일하는 사설 보안업체 직원"이라며 "어떻게 그들이 탈레반 반군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지역은 쉬난드 공항에서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많은 주민들이 공항에서 일을 하고 있다.
헬만드주서도 민간인 70명 사망 주장
지난 25-30일 사이 아프간 남부에서 진행된 대규모 군사작전에서도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션 페리 미군 대변인은 1일 이 기간 동안 연합군과 아프간 군대가 남부 지역에서 합동작전을 시행, 탈레반 무장세력 22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전이 벌어졌던 헬만드주 상인지구의 주민들은 로이터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연합군의 공습으로 70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현지 병원에는 폭발로 의한 외상성 신경증 환자와 수술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미군의 오폭으로 18개월 된 여아도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민간인 희생자 수뿐만 아니라 연합군 및 아프간 군의 사망자 수도 8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군과 나토군의 8월 아프간 사망자 수는 45명. 지난 7년간 월 사망자 수로는 최대다. 이라크에는 아프간 파병 미군의 4배가 주둔하고 있지만, 이라크 내 8월 미군 사망자는 22명, 아프간내 미군 사망자는 21명이다. 프랑스군도 10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난 달 발표된 아프간 정부군 및 경찰 사망자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평균 한 달 150명가량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와 연합군 사망자수의 증가로 현재 아프간의 상황은 2006년과 2007년의 이라크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현재 아프간 상황을 놓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마저도 "만약 미군이 아프간에서 실패를 하게 된다면, 거기에 어린이들을 살해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