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이 된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

점거농성 13일째 날, 모두의 연대로 만들어질 ‘해 뜰 날’

목소리도 하나, 눈물도 하나

“십년 넘게 일했더니 나가라 하니, 몸도 맘도 청춘을 다 바쳤는데, 구인광고 웬 말이냐 절대 안 된다. 끝까지 싸워서 돌아갈란다. 웃으면서 일할 날 기다린단다. 웃으면서 일할 날 기다린단다.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 온단다”

  합창단이 된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이정원 기자

점거농성 13일째,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은 합창단이 되어 있었다. 지역 생활광고지에 실린 구인광고로 해고된 65명의 노동자 중 40여 명의 노동자들은 살기위해 성신여대 행정실을 점거했고, 13일이란 시간이 지난 9일 연대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실력을 가진 합창단이 되어 나타났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하나였고, 몸짓도 하나였고, 눈물도 하나였다.

9일,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3일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성신여대 행정관 앞에서는 성신여대분회 노동자들이 다시 열심히 청소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살기 위해 만든 성신여대분회를 지키기 위해 성신여대분회 조합원과 똑같은 노동자 300여 명이 모였다. 비정규직의 마음은 비정규직이 제일 잘 알고, 청소용역 노동자의 마음은 청소용역 노동자가 제일 잘 알 것이라는 진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순간이었다.

그 곳의 모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하나였고, 몸짓도 하나였고, 눈물도 하나였다.

  이정원 기자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의 얘기에 눈길을 떼지 못하던 한 노동자. 그녀는 연세재단빌딩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노동자였다.

“새벽 4시 버스 첫차 있잖아. 거기에 왜 그렇게 많은 아줌마들이 타는지 몰랐어. 근데 알고 보니 다 청소하는 아줌마들이었던 거야. 그 때는 비정규직이 뭔지,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 아줌마들이 다 비정규직이라는 거 몰랐었어. 우리 집 화장실도 매일 청소 안하는데 내 일하는 빌딩 화장실은 매일 청소해. 우리 집보다 더 깨끗하다니까. 애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려고 새벽 첫차 타고 나와서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거야. 힘내야 해. 이겨야 해. 승리해야 해. 우리도 인간이니까 뭔가 보여줘야 해”

그녀의 연대투쟁은 남에 일에 손 대주는 연대가 아니라 완전히 하나가 되는 연대였다.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이 승리해야 그녀도 언젠가 그녀 앞에 반드시 놓일 그 순간에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이 합창단이 되어 무대에 등장했을 때 그 곳에 모인 연세대, 덕성여대, 고려대, 지하철, 빌딩 등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함께 합창단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보다 더 강하게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은 점거 농성을 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강해지고 있었다.

“눈물 나고, 비참해요. 서럽고 또 서러워요. 꼭두새벽에 나와서 열심히 일했는데, 월급 작아도 그 돈으로 애들 가르칠 수 있으니까 열심히 일했는데 이러면 안 되죠. 그것도 노조를 만들었다고 예고도 없이 이렇게 자르는 건 더 말이 안 되죠. 정말 비참하지만 하다보니까 힘이 나요. 눈물이 나려고 하면 학생들이 힘내라고 말하고, 또 눈물이 나려고 하면 이렇게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주니 힘이 안 날 수가 없죠” 김은숙 성신여대분회 조합원의 말이다.

  이정원 기자

성신여대 9천여 명의 학생 중 6천5백여 명의 학생들이 그녀들을 응원하고 있다. 강의실이며, 화장실이며, 벤치며 학교 곳곳에서 만나며 학생들의 공부를 응원했던 아줌마들에게 이제 학생들이 응원단으로 나선 것이다. 총학생회가 제안한 수정이 미션. 아줌마들을 만나면 “힘내세요”라고 말하기. 학생들은 멀리서라도 조합원들을 만나면 손을 흔든다. 집회 장소를 지나가던 한 학생은 지금 이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학교”라고 크게 소리친다. 조합원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한다.

3학년이라는 김미경 학생은 “얼마 전 학교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취직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근데 비정규직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자르는 학교가 어떻게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부정하고 싶은 미래지만 졸업하면 또 다른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학생들은 아줌마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런 힘에 학교 측은 매일 노동조합에 교섭을 요청해 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측은 고용승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점거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교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간절한 바람

“추석 전에 끝내야죠”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추석과 추석 이후의 싸움도 준비하고 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이정원 기자

“동지들, 한 발짝 씩 우리는 승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동지들과 함께 진행하는 투쟁으로 성신여대분회의 투쟁의 승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더욱 치열한 투쟁으로 성신여대분회 투쟁을 승리하고, 이 용역인생 끝장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비정규직이 철폐되는 날까지 승리의 약속으로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연대가, 청소용역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함께 모인 노동자들의 연대가, 뒤편으로 오가는 따뜻한 돈 봉투가, 성신여대분회 조합원들이 준비한 떡 접시가 모두의 승리를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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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 청소용역 , 합창단 , 성신여대 , 성신여대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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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오도엽

    전원 복직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추석 전에 일터를 되찾아 너무 너무 기쁩니다.

  • l

    멋진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