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결정한 농성, 우리가 지켜요"

[인터뷰] 일제고사 반대 농성에 들어간 청소년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육계는 일제고사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제고사 당시 체험학습을 소개했다는 이유로 교사 7명이 작년 12월 10일 해직됐다. 지금까지 12명이 해직됐고 또 한 명의 교사가 해직위기에 처해있다.

최초의 해직교사가 발생한 12월 1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 인사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31일로 일제고사 연기되기 전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청소년들도 2월 23일 농성에 들어갔다. 청소년들의 농성은 1989년 전교조 교사 해직에 항의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 이후 20년만이었다.

청소년의 권리는 청소년의 손으로

농성에 들어 간 청소년들의 바람을 피할 천막도 없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장을 찾아 간 6일도 차가운 바람에 농성자들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농성장이 좁은 도로 옆이라 소음과 먼지는 물론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있어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성을 같이 하고 있는 교사들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청소년의 농성 첫날 한 교사가 걱정스런 마음에 몇 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농성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은 대학생이 됐지만 청소년들과 함께 농성중인 전누리 씨는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아요. 그러나 농성은 청소년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에요. 어린 아이들의 치기가 아니죠. 안전문제로 걱정하시는 것은 여전하지만 청소년들의 마음을 아시는지 지금은 많이 이해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전 씨의 말처럼 청소년들이 농성에 들어간 것은 일시적인 게 아니다. 1990년대 말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체벌, 두발규정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모임이 생기기 시작했고 문제의식은 청소년인권으로 확대됐다. 오프라인으로 확대된 청소년들의 모임은 학생회 자치권 요구, 체벌 및 두발규정 반대 캠페인 등으로 이어졌다. 독자 집회를 열기도 하고 교육문제는 전교조, 학부모단체들과 함께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청소년 인권이나 교육문제 등에 생각이 비슷한 어른들도 청소년들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많이 봤어요. 운동의 주체로 청소년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나 청소년운동은 조직화되기 시작했고 연구모임도 생겼어요. 학생인권법을 논의할 때 직접 청소년들과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청소년들에 대한 전교조와 같은 교육단체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어요"고 했다.

"하지 말라는 데 계속하니 농성할밖에"

청소년들의 농성장은 현재 탈학교 청소년들이 주로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개학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농성장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6일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난다'도 탈학교 청소년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그녀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을 읽으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탈학교 청소년이라면 일제고사와 직접 관계가 없을 텐데 왜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농성중인 걸까.

'난다'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청소년에게 교육은 큰 문제일 수밖에 없어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배우지 않는 건도 아니고 대학 입시 부담감은 늘 따라다녀요. 청소년 교육을 1차로 망치는 게 서열화된 대학들이예요. 그런데 일제고사는 중.고등학교까지 서열화 시키는 것이고. 학교를 다니던 안 다니던 일제고사는 청소년에게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더라고 꼭 농성이어야 했을까.

  참세상 자료 사진

"하지 말라는데 계속 하니까요. 기자회견도 하고 집회도 했는데 일제고사를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일제고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논리가 없어요. 자신들이 힘이 있으니까 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니 농성을 할 수 밖에요"

그녀는 작년 초까지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입학한 날부터 야간학습을 하는 학교에 놀라기도 했지만 야간학습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담임선생님과 문제가 발생했다.

"함께 배우는 교육으로"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데 선생님이 들어와서 핸드폰을 뺏는 거예요. 수업시간에 통화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따졌죠. 담임이 어디서 말대꾸나면서 뭐라 하는 거예요. 그 일을 겪고 틀에 짜인 교육에 내가 길들여져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와 상의한 후에 자퇴를 결정했어요"

자퇴를 한 그녀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대학교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이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자퇴를 한 직후 촛불정국이 터졌고 집에만 앉아있을 수 없던 그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지금은 서울시교육청 앞에 눌러 앉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공부할 게 많거든요. 해금도 틈틈이 연주하고 있고 자본론도 읽어보고 싶고 그때그때 하고 배우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녀는 청소년 시기가 배우는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일방적인 교육체계가 싫었을 뿐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녀는 회의를 위해 농성장을 잠시 비워야 한다고 했다. 농성을 10일까지 하려 했지만 일제고사가 연기되면서 농성일정에 대해 새롭게 토론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교육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당장은 일제고사를 막는 게 우선이지만 일방적인 교육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교사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같이 배웠으면 해요. 물론 우리가 배울 게 더 많죠. 하지만 그게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교육의 이유는 될 수 없어요. 배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배우는 게 좋은 교육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