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북미 양자대화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 아닌 양자 대화의지만 밝혔다. 중국을 통한 북한 설득도 중요한 경로다.

8일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 같은 방안을 청와대 등 관계부처와 의견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 준비돼 있다"..."여전히 6자 회담이 핵심"

스티븐 보즈워스 대표는 8일 오후 4시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자회담을 통해 다자회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양자회담'할 용의가 있다는 이야기다.

저녁 7시께 보즈워스 대표와 면담을 마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위성락 본부장은 북미 양자 회담에 대해 "나와 면담에서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 원칙이고 기본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간략히 말했다.

위성락 본부장은 "북중 양자 회담이 6자회담에 도움이 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간단히 발언했다. 보즈워스 대표의 중국 방문 시점에 맞춰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6자회담 외 다른 대화틀은 아직 생각지 않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 외 다른 틀이)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6자회담이 대북정책의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6자 회담을 당장 재개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北 2차 핵실험 북한에 불리해"

아울러 보즈워스 대표와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이루어질 경우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고 북한에 불리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만약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한다면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막을 방법은 "많지 않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북한이 하는 일을 컨트롤 할 수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위성락 본부장도 "북한의 어떠한 도발적인 행동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 본부장은 "아직은 어떠한 상황이 임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제어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8일 오바마 행정부와 대화가 "무용하다"고 밝힌 북한 외무성 발언에는 "북한이 이야기한 만큼 미국 정부가 적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의 문이 열려있으며 협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답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15분부터 30분간 유명환 장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황준국 북핵외교기획단장, 장호진 북미국장이, 미측에서는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와 다니엘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관,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관 공사가 배석했다.

이어 보즈워스 대표는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뒤 이날 저녁 6시45분께 다시 외교부 청사에서 위성락 본부장과 회담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만난다. 보즈워스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주한 미대사를 역임한 인연이 있다.

보즈워스 대표 일행은 오는 11일 오전 9시 도쿄로 떠날 예정이며, 12일 모스크바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