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공장에 발암물질 벤젠 있었다

김상희.홍희덕 의원 폭로...산안공단 역학조사 결과와 달라

백혈병 발발 원인을 두고 논란을 빚어 온 반도체 생산 공장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입수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 3사가 소속 6개 공장을 대상으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를 의뢰한 결과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공정(포토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인 PR(Photo Resister))에서 삼성전자는 6건 모두 0.08ppm에서 8.91ppm에 이르는 벤젠이 검출됐고, 하이닉스의 경우 4건 중 1건에서 3.95ppm의 벤젠이 검출됐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벤젠에 노출된 후 백혈구 감소증이나 백혈병에 걸리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바와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안재근 삼성전무 이사는 당시 "벤젠이나 방사선에 관련된 부분은 노출된 적이 없다"고 했으며, 해당 업체 역학조사를 진행한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도 "현재까지 벤젠이 검출된 바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상희, 홍희덕 의원은 하이닉스 노동자 9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삼성전자에서도 노동자 18명이 백혈병에 걸려 9명이 사망한 것에 주목,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었다. 그러나 역학조사 결과는 백혈병과 연관이 있는 벤젠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 왔다.

이에 직접 컨설팅을 의뢰해 조사를 실시한 두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지 못한 반도체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질병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23일 국회 환노위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삼성, 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은폐"

그간 공단의 역학조사가 '산재 은폐용'이었다고 주장해온 단체 '반도체노동자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는 김상희, 홍희덕 의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벤젠이 있으면서도 없다고 발뺌한" 삼성전자와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을 규탄하고 나섰다.

반올림은 23일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고 "오늘 국감장에서 밝혀진 '벤젠' 검출의 진실은, 산업안전공단이 얼마나 부실한 역학조사를 하였는지, 근로복지공단은 또 얼마나 근거없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남발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발암물질이 검출된)포토공정 이외에도 전체 공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발암원인을 찾아내고 삼성은 현장에서 이러한 발암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도 "산재보상보험법의 취지와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지금이라도 당장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전원에게 산재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서 집단적으로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1~2년 전 산재를 신청했으나 산업안전공단이 '벤젠이 없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지난 5월 전원 불승인 처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