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의료법) 국무회의 통과를 놓고 보건의료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의료법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병원경영지원사업 포함),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보건의료노조는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의료기관의 수익 추구는 기승을 부리고 의료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다루는 법으로, 법개정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미명하에 의료민영화 독소조항으로 구성된 의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의료법 개정 시도는 지난 2007년과 2008년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의료민영화 논란이 거세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의료법도 입법예고 당시 1만 3천여명이 반대의견서를 제출할 정도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개정안에 담긴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을 놓고는 단순히 원격의료 주체 변화가 아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를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허용해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 446만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 기술지원만 가능하며,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 허용은 통신업체와 연계한 병원경영지원회사 등장과 재벌병원들이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의료를 독과점화 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수년전부터 원격의료 구축은 ‘삼성’등 민간자본이 선도하고 있다”면서 “이미 대형병원들은 전산망 통합 등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병원들을 직할로 편입시키는 등 준비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재편된다는 것이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 범위를 병원경영지원사업까지 확대한 것도 논란이다. 정부는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에 구매/재무/직원교육 등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는 주차장/장례식장/노인의료복지시설/음식점업 등에 한정돼 있다.
이런 의료분야 병원경영지원사업(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MSO) 허용은 단순 경영지원의 문제가 아닌 영리병원의 우회로가 된다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에 외부 자본투자가 불가능하고 의료기관의 수익은 모두 의료업에 재투자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자본유치와 이익금 배분을 가능하게 되면,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MSO를 통해 자본의 전출입이 가능하게 되고 굳이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아도 영리병원 도입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지적이다. 또 민간의료보험의 지분참여를 통해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해체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무분별한 부대사업 허용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료업 본연의 임무보다 환자들을 상대로 ‘돈벌이’ 장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비영리인 의료법인의 설립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법 개정을 비롯한 각종 의료민영화 악법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국민들과 연대하여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의료법이 국회에 제출되면,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회의원 면담 등 대국회 투쟁, 6월 지방선거 국면에서 전국민적인 반대 여론 조성 등 의료민영화 악법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