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고용친화적인 경제정책으로 성장하면서도 일자리를 늘리고, 공정하고 역동적인 일터를 만들어 노동시장 격차를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고용이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당초 추세대로 라면 2020년 고용률은 67.5%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여기에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민·관·산·학·연 등의 모든 부문이 총력을 기울여 2.5%p 고용률을 더 끌어올리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고 자평했다.
이런 고용노동부의 장밋빛 청사진 제시에도 불구하고 노동계 반응은 격했다. 심지어 그동안 노사정위와 여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고위 협의회 등을 함께 했던 한국노총 조차 강경한 비판 논평을 냈다.
민주노총은 이번 고용전략을 두고 “핵심적으로 단기·임시 비정규일자리 확대가 대책의 전부다. 생색내기에도 못 미치는 나쁜 일자리 만들기로 청년실업자와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이며, 고용문제를 이용해 친서민이미지를 쌓기 위한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한국노총도 “지난 10개월간 국가적 고용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노사정위원회는 물론이고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들마저 참여시키지 않고 철저하게 정부부처 중심의 밀실계획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정부 부처별로 추진해왔던 기존 정책들을 재탕, 삼탕 하면서 별반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한국노총은 “2020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고용률을 평균 1%이상 올려야 하고, 한해 평균 40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같은 허황된 목표는 흡사 2년 반 전 747 대선 정책 공약을 보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파견허용업종 조정이 ‘고용규제 합리화’라고 들이밀지 말라"
양대노총은 정부가 제시한 고용전략 5대 전략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공정하고 역동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위한 과제에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내민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강화는 무늬만 보호일 뿐이다. 원청업체 노사의 동의라는 단서를 붙인 복리후생 증진과 사내하도급 노동자 가이드라인 제시 정도로 본질을 회피하고 550만 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양산한 정부와 자본의 책임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파견허용업종 조정을 고용규제 합리화라고 들이미는 정부의 의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32개 업종 내에 제품 및 광고영업원, 경리사무, 웨이터 등을 포함하겠다는 것은 파견업종 확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제(비정규)법의 제한대상인 청소·경비업무 등 업종·규모를 반영, 제한대상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사회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직노동자를 더 양산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견업종과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조정'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인 일자리 방안으로 결국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파견업종 확대와 기간제 사용기간 조정을 일자리 늘리기인 양 긍정적으로 포장했다”며 “현행32개 파견업종을 추가로 확대하면 중간착취와 고용불안이 가장 심각한 파견노동자만 늘어날 뿐이다.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 규제의 예외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은 기간제노동자가 2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보호규정조차 파괴하고 2년 이상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게 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근로시간유연화의 일환으로 법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근무형태를 바꾸기 위한 법제도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두고도 “노동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시작부터가 잘못된 발상”이라고 규정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근로시간 저축휴가제, 노동자 건강 침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두고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수당을 보장받을 수 없게 하여 임금 저하를 초래한다”고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를 3개월로 규정한 것은 사용자가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고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유연화 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1년으로 연장하면 사용자의 편의로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저축휴가제 역시 전혀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아니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일을 시키고 싶을 때 몰아서 시키고 일이 없을 때 쉬게(비용요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 또한 노동자의 육체피로 가중과 휴일·연장근로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가산임금을 인정하는 취지는 과도한 연장근로를 금지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탄력근무제 단위시간연장과 근로시간저축휴가제 등은 이러한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시간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방침을 두고도 “'육아휴직급여' 등으로 포장하고 있으나 여성노동자의 노동이 단시간·비정규일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여놓은 것”이라며 “육아를 국가가 아닌 여성의 책임으로만 강요하려는 대책과 다름없다”고 규정지었다.
한국노총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고 파견 업종 확대·파트타임 확대·기간제의 사용기간을 예외적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비정규직법, 파견법 등을 개악하겠다는 의사이며, 노동유연화를 통해서 비정규직을 양상·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근로시간저축휴가제 도입은 노동시간을 임금으로 간주하는 산업현장에서의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지난 열 달 간 대통령 주재 하에 정부부처별로 당·청까지 가세하면서 국력을 집중한 국가고용전략의 뚜껑을 열었지만 졸작에 불과하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나 노동연구원 같은 전문집단들을 제외시키면서 회의내용과 결과를 외부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