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긴축 반대를 위한 ‘마드리드로의 대행진’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거짓말을 끝내라, 긴축을 끝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는 스페인 최대 노동조합연맹인 노동자회의(Comisiones Obreras, CCOO), 노동자총연합(Unión General de Trabajadores, UGT)과 함께 150개의 사회단체들이 조직했으며 이들은 지난 7월부터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민중회의를 조직하고 집회를 준비했다.
▲ 약 10만명이 마드리드로의 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World Riots 24/h 페이스북 페이지] |
거짓말한 스페인정부, 긴축에 대한 국민투표 시행해야
스페인 양대 노총은 무엇보다 라호이 총리의 공약 불이행을 문제로 긴축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국민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스스로라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CCOO 노총 기관지 7월 특별판에 따르면 CCOO는 “과거에 통치세력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때문에 사임했지만 현 세력은 새 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약은 온데 간 데 없고 다른 정책들이 난무한다”며 “라호이 정부의 예는 ‘거짓민주주의’의 적나라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스페인 국민당(PP)의 라호이 총리는 애초 지난 11월 총선시 집권 사회노동당 정부에 맞서 세금인상, 임금 삭감 등 긴축조치 반대 공약을 내세우며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톡소(Ignacio Fernández Toxo) CCOO 의장은 “정부는 국민에게 적어도 새로운 정책방향에 동의하는지 물어야 한다. 만약 라호이 총리가 국민투표에 대한 오늘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스페인 노동조합들은 가을 새로운 전국 총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제 전국총파업 여부는 라호이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노동자들, 계속되는 임금삭감, 정리해고, 노동유연화에 맞서
전국에서 마드리드로 모여든 시위 참여자들은 노동 부문 별로 다양한 색의 티셔츠를 입고 8개의 그룹을 이뤄 마드리드를 행진했다. 버스만 1천대 이상이 동원됐으며 일부는 지역에서 마드리드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검은 색 티셔츠를 입은 스페인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2010년 이전 사회당 정부에 의한 임금 5% 삭감과 동결을 비판하는 한편 라호이 정부 아래 공공부문 노동자 연말상여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및 월차 단축을 비판했다.
보건복지 분야 공무원들은 정리해고, 임금 25% 삭감, 신규 직원 채용 중지와 함께 70억 유로 감축 계획을 반대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는 녹색티를 입고 교육재정에 대한 약 60억 유로 삭감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교사와 대학 교수는 긴축조치에 따라 5% 적은 임금을 받게 되며 3시간에서 5시간 더 일해야 한다. 또한 등록금은 크게 인상되며 학급 규모는 커지고 교과서 구입과 식비 지원비도 삭감된다.
보라색티를 입고 나온 여성들은 가정 폭력 방지 프로그램 폐지와 여성의 집 폐쇄, 도움이 필요한 개인이나 식구를 돌보는 주부에 대한 지원금 삭감을 비판했다.
주황색티를 입은 사회복지사들은 병원, 가정과 노인복지에 관한 약 43% 삭감에 반대했다.
▲ 포르투갈에서 약 15만명이 긴축반대 대중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World Riots 24/h 페이스북 페이지] |
분노한 사람들, 좌파노동자단체, 스페인 정부 퇴진 시위 예정
이날 시위를 주도한 사민주의적 양대 노총은 긴축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보다 급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독립적 노동조합 노동자총연맹(Confederación General del Trabajo, CGT)는 CCOO와 UGT는 전 사파테로 사회노동당(PSOE)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왔다고 비판하는 한편 국민투표는 불필요하며 단지 시간만 낭비시킬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긴축조치가 스페인 민중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단지 폐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셀라노(Luis Serrano Peregrina) CGT 국제부장은 15일 <융에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분노한 민중들을 두려워 하고 있는 현재”“조금의 시간도 그러한 기만작전에 지체돼선 안 된다. 우리는 그 대신 민중에 대한 사회적 경제를 위한 대안을 형성할 수 있도록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5일 시위에 참여하면서도 아니키주의 노동조합(CNT)와 안달루시아노동조합(SAT) 그리고 독립적 조직들과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CGT가 주도하는 전국 파업은 10월과 11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오는 25일에는 정부 퇴진 시위가 시작된다. 이번 시위는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이 제안했으며 이들은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의회 포위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시위에는 CGT 등 좌파 노동조합도 참여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주 새로운 긴축조치를 발표했다. 라호이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2014년 말까지 모두 1020억 유로를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해고보호를 유연화하고 보상비율을 낮추고자 한다. 최근에는 부가가치세를 18%에서 21%로 인상했다. 실업기금도 삭감된다.
한편 스페인 정부는 최근 스페인 은행 구제를 위해 유럽중앙은행에 1000억 대출을 신청했다. 현재 스페인에서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으며 젊은이의 경우는 둘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있다.
포르투갈 민중 정부 퇴진 요구, 그리스와 영국 노총도 총파업 예고
한편 포르투갈에서도 15만 명이 전국에서 긴축에 반대해 거리 행진을 벌였다.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진행됐으며 서부 해안도시 아베이루에서는 20대 청년이 긴축에 맞서 분신을 시도했다. 포르투갈인들은 “IMF 나가라. IMF는 배고픔과 비참을 의미할 뿐”이라고 외치는 한편 우익 정부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정부가 이 땅을 멈추기 전에 정부를 멈춰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시위 행렬은 스페인 대사관을 지나며 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그리스 노총은 오는 26일 정부의 긴축조치에 반대해 전국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 최대 노조연맹인 영국노동조합회의(TUC)도 10월 20일 영국정부의 긴축에 맞서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며 이번 파업은 역사상 최대 규모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