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가 2012년을 넘겨 진행되면서 막판 쟁점이 됐던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부대의견을 강력히 주장했던 민주통합당 강창일, 김재윤, 김우남, 장하나, 김기식, 정청래 의원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 등이 이들 6인의 의원이 강경파라고 공격하는 가운데,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당 대선 패배 원인을 제주해군기지 문제 같은 당노선의 좌클릭에서 찾고 있어 당 정체성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당의 정체성 노선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의원은 3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얘기하시는 분들은 당이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간 것을 대선패배의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당이 중도화, 더 나아가 합리적 보수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에 있다”며 “그것은 원인진단도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당의 정체성 노선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당의 정강정책 노선을 상징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은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조차도 부정할 수 없어 저희 당의 노선을 쫓아왔다”고 설명했다.
김기식 의원은 “그런데 우리가 마치 좀 더 진보한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부적절한 평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제주해군기지 예산에서 비롯된 국가예산안 지연 책임론을 두고도 “예산안 처리가 야당이나 혹은 제주해군기지 문제 때문에 지연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며 “명백히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기식 의원은 “제주해군기지는 이번에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냐는 문제가 쟁점이 아니었다”며 “예산안 자체의 편성을 반대했던 것이 아닌 여야가 2011년도에 합의했던 사항이 정부에 의해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는 것을 부대조건으로 달아야 하며, 이미 2011년도에 합의했던 걸 새누리당이 거부해서 생겨난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기식 의원은 “2011년도에는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부대조건이 붙었다면 이번에는 예산안을 편성해 주면서 1년 전에 여야가 합의했던 것이 이행되지 않았으니 그것을 이행하도록 하고 그 이행이 됐을 때 예산을 집행하도록 해라, 이런 부대조건을 달자는 것이었다”며 “국정운영에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 본인이 약속했던 합의사항에 관련된 부대조건 문제를 가지고 해를 넘겼다는 것은 정부여당의 무책임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민주당 일각의 비판 여론이 있다는 질문엔 “부대의견 문제는 민주당 127명 의원들이 모인 의원총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라며 “여섯 명만이 아닌 더 많은 의원들이 강정마을 처리와 관련돼서 의견을 냈고, 의총장에서 대체로 전체의원들의 의견들로 동의가 됐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그런 추가협상을 하게 된 것인데도 마치 당 내에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안철수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경제민주화 노선 구체화 못했다”
김 의원은 법륜 스님이 ‘안철수 전 교수로 단일화했으면 이기고도 남았다’고 한 발언을 두고는 “오히려 그런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놓쳤던 부분이 있다”며 “먹고 사는데 힘든 상황에 있는 국민들에게 새 정치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는 굉장히 공허한 얘기”라고 평가했다.
김기식 의원은 “그런 점에서 대선에 들어가서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당의 노선을 훨씬 더 구체화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같은 민생 문제에 집중했어야 되는 것이 옳았다”며 “새 정치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다 50대 같은 생활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층에 신임을 얻는데 실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