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2호선, 장애인 안전 문제 미리 알고도 방치한 채 개통

시운전 결과 열차 흔들림, 승강장 간격 문제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방치

인천 지하철 2호선 영업 시운전 과정에서 교통약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함이 지적됐는데도 인천시가 별도의 보완 조치 없이 개통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21일 인천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아래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제출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영업시운전 결과’를 검토하고, 열차안전운행 및 정상운행 준비 상태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운전 분야 2건, 영업 분야 3건 등에서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7월 20일 혹은 24일까지 개선하라고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 측에 통보했다.

영업시운전은 지하철 개통 전 최종 절차로, 이 과정에서 별도의 하자가 없을 때만 국토교통부가 지하철 영업을 허가하게 된다. 인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6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2호선 영업시운전을 시행한 바 있다.

영업 분야에서 지적된 내용을 보면 승차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10cm가 넘는 검암역, 주안국가산단역, 주안역, 모래내시장 역 등 4개 역사에 안전발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에 4개 역사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승차장과 열차 사이 간격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보고할 것을 통보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월 6일부터 7일까지 시운전 결과를 자문 받은 내용을 보더라도 전문가들은 열차 운행 시 차량이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jerk 현상)이 있어 노약자 안전사고 방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7월 28일 인천 지하철 2호선 개통을 승인했고, 인천시는 30일 2호선 운행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운행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지적됐던 문제 지점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가 지하철 27개 역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열차의 흔들림이 심해 휠체어 장애인이 전복 사고를 겪을 우려가 있었는데도 휠체어석 가로 안전봉 설치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도 마련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8월 10일 오전 11시 31분 인천지하철 2호선 독정역(인천 서구 백석동)에서 여성 승객과 아동 2명이 열차에 타던 중 2~3세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 1명의 발이 승차장과 출입문 사이 틈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인천장차연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사항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교통공단 등에 개선해달라고 촉구했으며, 지난 8월 30일 인천시 등은 안전봉 설치, 승차장 안전 발판 설치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천장차연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이러한 사항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시운전 결과 개선 사항을 지속해서 점검하지 않고 섣부르게 개통을 허가했다는 점, 인천시는 국토교통부가 통보한 개선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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