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디지털 경제와 자본주의의 미래

[워커스 연재] 4차 산업혁명은 어디에(1)

[필자 주] 4차 산업혁명은 어디에? 일자리 부족, 불평등 확대 그리고 저성장과 장기불황.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오늘의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론은 한편에서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생산발전을 포장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모든 문제를 로봇에게 돌리고 있다. 일자리를 뺏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로봇 때문일까?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짚어본다.

[출처: 자료사진]

4차 산업혁명, 변방의 북소리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프린터, O2O융합…. 2016년 1월 다보스포럼 주제로 ‘4차 산업혁명’이 다뤄지면서 4차 산업혁명의 붐과 바람이 아직도 거세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클라우스 슈밥 조차 ‘아직 정의된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은 창조경제 만큼이나 그 실체가 모호하다.

그러다보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아직까지 쓰는 곳은 한국 외에는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고 싶어서 구글 뉴스 알람에 ‘4차 산업혁명(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을 넣고 기사에 이 단어가 있으면 자동으로 알람이 오도록 설정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뉴스 알람이 와서 열어 봤더니, 한국 언론사의 영문기사더라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책 <제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한국이란 얘기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최근 인공지능과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대응에 대해 Industry 4.0(독일), Industrial IOT(미국),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재흥전략 2015’, 중국은 ‘중국재조 2025’로 명명한다. 그런데 한국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다. 이전에도 바이오혁명, 나노혁명, 신소재혁명 하면서 산업발전을 이끌 혁신적 혁명이라고 떠들썩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10여 년 전 ‘황우석 사태’다. 당시 유전공학과 바이오 기술 발달로 당장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떠들었으나 10년 동안 무엇이 변했는지 아련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과 디지털 전환으로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야기될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이제까지의 모든 상황을 일거에 뒤집는 반전의 과정은 아니다. 더구나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덜 일하고 더 풍요로운 세상’을 그리는 기술만능주의적인 과정은 더욱 아니다. 현재에도 디지털 전환은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과 생산, 유통의 디지털화, 스마트 공장과 공장 자동화는 디지털 전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존재하고 그 경향 아래 모든 결과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제2의 기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데, 뭐 이래!

산업혁명, 그것도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경제가 출현하면 당연히 생산 지표도 어마무시하게 상승해야 한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전기로 생산하기 시작했던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 당시 생산성 향상은 눈부실 정도였다.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해 일자리 부족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니 그런 것이 얼마나 높아졌을까?

먼저 GDP 성장률을 알아보자. 그런데, 좀 이상하다. GDP 성장률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 상태를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경향은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더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1970년 이래로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추세다. 아직 4차 산업혁명 초기라서 경제가 도약하려면 멀었나 보다. 아무래도 기술발전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테니….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노동생산성은 어떨까? 어째 이것도 별 볼일 없다. IT기업과 닷컴 업체들이 붐을 이루던 1990년대를 제외하고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하락하고 있다. 공장에 기계는 계속 도입됐는데,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왜 하락하고 있을까?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저임금 일자리가 더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명제를 인정하기 위해 거꾸로 GDP나 노동생산성 통계가 잘못돼 있어서 ICT 혁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이 문제는 다음 연재에서 다룬다).


그러면 투자율은 어떤지 살펴보자. 당장 생산성 증가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투자라도 해야 발전할 테니 적어도 투자율은 올라야 한다. 그런데, GDP 대비 고정자본형성(투자) 비율을 보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197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다소 반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주요국 투자율은 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도대체 투자 증가세도 높지 않는데 산업혁명은 어디서 일어나고 있다는 말인가? 이미 만들어진 로봇이 원래 있던 자재를 이용해서 어디선가 알아서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인가!


더 놀라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IT 자본의 증가세가 계속 하락했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독일에서 IT자본 증가율은 2008년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각각 3.6, 6.6, 4.8% 포인트 줄었다. 이것은 비IT자본 증가율에 비해 3~6배 정도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한창 IT산업이 호황이던 1990년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자본주의 세계경제, 특히 주요선진국 경제지표는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1970년대 이래로 거의 대부분 추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경제성장률, 투자율, 노동생산성 등 무엇 하나 위기 이전 상황을 회복한 것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데도 말이다.

일자리 부족, 기계 때문에?

2016년에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2015~20년 동안 4차 산업혁명으로 15개국에서 202.1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지만 716.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514.4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 전망했다. 6년 사이에 500만 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로부터 일자리 부족에 대한 공포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을 걱정하기에 앞서,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쉽게 잊혀 진다. 미국에서 2005년에 1년 이상의 장기실업자는 89.2만 명이었는데, 2010년 429.8만 명까지 증가했다. 미국에서만 경제위기로 6년 사이에 360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최근 해운과 조선업 불황을 겪은 한국에선 작년 한해 이들 업종에서만 1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장기불황 때문에 한국에서 매년 100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고1 세계 경제위기로 전 세계에 5,0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위기가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장기불황속에서 성장률 둔화가 지속돼 회복되더라도 매우 느린 속도거나, 조만간 위기가 또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은 장기화될 것이다.

결국 이렇든 저렇든 일자리는 부족해진다. 하지만 기계보다도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훨씬 눈 앞에 닥친 문제다. 이 때문에 자본은 기계 대체를 더 서두르겠지만 말이다(기계 도입과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평등 확대, 또 기계 때문에?

지금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대해서 걱정이다. 양극화는 점점 심화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 주요국 상위 5%의 자산보유비중은 2010년 70.2%에서 2016년 77.7%로 7.5%포인트 증가했다. 노동소득분배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에 왜 이렇게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가? 이 원인도 로봇과 기술발전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로봇이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를 대체했고 다른 한편, 기능 편향적 기술발전(Skill-Based Technological Progress)으로 노동자들에게 고기능을 요구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소득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기계의 발전 속도에 따라 먼저 숙련도가 낮은 저임금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에 따라 인간은 점차 더 고기능 고숙련 일자리로 옮겨가고 최종적으로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기업 내부에서 기계나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었다는 보고는 많지 않다. 일자리 및 임금의 변동은 기업 내부보다도 경제 전체에서 일어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후 저생산 부문의 고용이 대폭 증가했다.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기업들이다.2 실증적인 지표도 경제위기 이후 저생산성 부문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간 고용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독일 모두 저생산성 부문의 고용비중이 높아졌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용이 크게 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용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쳤다. 미국은 저부가가치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용이 함께 증가했지만, 저부가가치 부문이 더 크게 증가했다(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서비스업 고용비중은 80% 전후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용은 양극화되고 있다. 자본집약적인 독점대기업들은 중간 고용을 줄이고 고숙련의 노동자들을 고용해 더 많은 수익을 걷어 가고,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들은 더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더 많이 고용하는 것으로 양분된다. 이에 따라 산업의 독점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3[워커스 32호]

[각주]
1. 소비의 장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다. 현대경제연구원, 2012.
2. Why Are There Still So Many Jobs?, David H. Autor,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ume 29. 2015.
3. Concentrating on the Fall of the Labor Share, American Economic Review: Papers & Proceeding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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