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자회사서 3년간 직장 괴롭힘…“보복 두려워 참았다”

“나머지 피해자는 여전히 가해자 지시 받으며 일해”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이 관리자로부터 3년간 차별과 성희롱,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노동자 중 1명은 이미 가해자의 사직 권고로 퇴사했으며, 나머지 피해자는 가해자의 지시를 받으며 근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자회사인 중진공파트너스(주)다. 노조에 따르면 피해자는 총 4명이며, 가해자는 진주 사업소 현장관리소장 A씨다. 괴롭힘의 내용은 △폭언 △차별 △따돌림 △성희롱 △술자리 강요 △개인 심부름 강요 등이다.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공파트너스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진지하게 해결할 의지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피해노동자 중 1명은 이미 가해자의 사직 권고로 회사를 떠났고, 나머지 피해 노동자 3인은 여전히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가해자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용 공공운수노조 중진공파트너스지부 피해조합원은 지난 3일 회사를 그만두며 3년 동안의 피해 사실을 노조에 알렸다. 이 씨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현장관리소장 및 직원 2명이 집으로 찾아와 문을 발로 차고 난동을 부리면서 전화를 했다”며 “무서워서 전화를 받지 않자 (소장은) 경찰에 거짓 자살 신고를 했고, 경찰이 창문으로 들어와 대문을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장은) 경찰이 가자마자 칼로 찔러 죽인다고 하면서 차에 칼을 가지러 갔고, 그걸 OO대리가 말리자,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다”라며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이 씨는 “(가해자가) 술을 마시면 사천(가해자 집)까지 개인차로 태워다주고, 출근 때도 모셔와야 했다”라며 “소장 집에 물이 새고 있으면 일과시간에 소장 집까지 가서 보수공사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보복이 두려워서”라 전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지회장을 소장이 지목하는 등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지회장을 했던 이광용 피해조합원은 “(소장이) 진주지회장을 강제로 시켜서 했다”며 “소장이 말하는 걸 전달자 역할만 하면 된다고 해서 노조 운영위원회에 가서도 소장이 지시한 말을 해야 했다. 또 본인 뜻대로 안 되면 회의를 소집해 직원이 있는 곳에서 성질을 냈다”고 말했다. 노조는 소장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래방 동행을 강요하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중진공파트너스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됐지만, 자회사로 무늬만 바뀌었다. 준정부 기관인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 피해자 보호라는 문구가 있음에도 갑질을 당하던 내부 직원들은 소장의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중진공파트너스 노동자들은 1년 단위 용역에서 지난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의해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된 바 있다.

현재 지부는 회사 측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노사 동수의 조사위원회 구성(공공운수노조 중안간부 1명 포함) △재발 방지 위한 전 직원 설문조사 △노동인권교육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16일 공문을 통해 “규정에 없는 사항”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 담당자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받은 소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는 “조사위원회 활동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조사위원은 회사 내부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으며 인권위가 회사 측에 △노조 추천 전문가 위원을 포함한 조사위원회 구성 및 즉각 조사 시행 △가해자 자택 대기발령 조치 등 피해자 보호 △사실 확인 즉시 가해자 파면 등을 권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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