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9.11까지 철군 완료)이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전쟁 민영화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군 병력의 철수에도 현지에는 여전히 특수부대와 정보요원은 물론 미 국방부인 펜타곤과 계약한 (용병을 포함한) 민간 고용인들이 상주한다. 아프간 인근에도 언제든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사기지와 항모전단이 운영된다. 철군으로 군사적 대결을 완화한 듯 보이지만 전쟁을 민영화했을 뿐 지역 차원의 군사력은 유지된다. 이는 물론 지역 석유와 광물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다.
▲ 바이든은 4월 14일 아프가니스탄 철군방침을 발표했다. [출처: npr.org] |
특수부대, 펜타곤 계약업체, 정보요원 잔류 예정
지난 4월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20주년까지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6천 명 이상의 나토군도 그때쯤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던 장소인 백악관 트리티 룸(treaty room)에서 연설하면서 “아프가니스탄전은 여러 세대에 걸친 전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공격을 받았고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전쟁을 했다.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 빈 라덴은 죽었고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추락했으며 이제 끝없는 전쟁을 끝낼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는 바이든의 주장은 잘못됐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대로 미국은 ‘비밀특수작전군, 국방부 계약업체, 비밀 첩보 요원의 그림자 조합’으로 미군이 공식 철군한 후에도 남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남겨진) 그들의 임무는 “가장 위험한 알카에다 또는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찾아 공격하는 것”이라고 전·현직 미국 관리들이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미국이 페르시아만 지역과 요르단에 공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타르에 위치한 주요 공군 본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장거리 폭격기나 무장 드론 임무를 위한 발사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쟁에 항의하며 2009년 국무부에서 물러난 장애인 전투 참전용사 매튜 호(Mahew Hoh)는 “아프가니스탄의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는 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군 3500여 명이 아프간을 떠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안팎에서 수천 명의 특수 작전 및 CIA 요원의 형태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은 이 지역 기지와 항공모함이 장비한 수십 대의 유인 공격 항공기와 드론, 선박과 잠수함에 있는 수백 대의 순항미사일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지인 복장을 한 미군 용병들 [출처: abcnews.go.com] |
미국의 용병들
미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의 군인들을 위해 7개 이상의 민간 계약 업체를 고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0년 전 이 수는 단 1개에 불과했다.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공식 병력이 2500명으로 줄어들었을 때도 아프가니스탄에는 1만8천 명 이상이 민간 고용인으로 계약돼 있었다.
그들은 전쟁을 민간용병기업(PMC)의 이익을 위해 아웃소싱하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소수의 미국인만 영향을 받게 돼 대중으로 부터 전쟁을 멀어지게 하고 반대도 피하는 효과를 낸다.
대부분의 용병은 퇴역 군인들이지만, 일부는 군대를 위해 허드렛일을 하며 적은 임금을 받는 제3국 국민들이다.
가장 큰 용병 회사 중 하나는 폴스 처치 버지니아(Falls Church Virginia)의 딘코퍼 인터내셔널(DynCorp International)인데, 이 회사는 아프가니스탄 군대를 훈련하고 현지 군사 기지를 관리하는 계약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7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을 받았다.
또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딘코퍼는 미 국무부의 전체 기금 중 69%를 받았다. 포브스 지는 이를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의 가장 큰 승자 중 하나”라고 불렀다. 패자들은 거의 모든 다른 사람들이다.
미국은 1959~1975년 라오스에서 벌어진 비밀전쟁을 본 따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일 전략을 짰다. 라오스에서 CIA는 친 공산주의자인 파테트 라오(Pathet Lao)와 싸우기 위해 민간인 복장으로 정찰기를 띄우고 레이더 기지를 운영하면서 지상기지를 운영하는 수백 명의 민간 계약자들과 협력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몽족(Hmong) 사이에서 자체 민병대를 모집했다.
CIA와 특수부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부족원들을 모집하려 했고, 라오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족 간 및 종파 간 갈등에 얽혀들었다.
수년간 미 특수부대 요원들은 아프간 보안군을 대리 군대로 훈련하고 납치와 암살 임무를 수행해 왔으며, 이는 공식적인 철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 요르단 미 공군 기지 [출처: enroyanews.tv] |
엉클 샘(Uncle Sam, 미국)이 아프간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
공화당의 강경파인 제임스 인호프(James Inhofe)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철군 계획이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이라며 “임의적인 철군 시한은 우리 군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우리가 이룬 모든 발전을 위태롭게 하며, 아프가니스탄을 내전으로 이어지게 해,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번식지가 되게 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인호프의 평가에는 결함이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19년간의 전쟁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교관계 위원회에 따르면, 탈레반은 2001년 이후 어느 시점보다도 강력하며 아프가니스탄의 약 5분의 1을 지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 테러리스트들이 번성했던 적도 결코 없었다. 9.11 납치범들은 대부분 사우디 출신이며, 탈레반은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을 국제법원으로 넘기는 데 동의했지만, 9.11은 결코 지지하지 않았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강조하는 테러 위협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중동에서의 입지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한정 계속될 예정이다.
미국은 공식적인 병력 감축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최소 두 개의 군사기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전쟁 기간에는 1천 개 이상의 기지를 설치했었다. (이 모든 기지가 실제로 철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광물을 탐내고 있다. 2007년 미국 지질 서비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트북과 스마트폰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철, 구리, 코발트, 금, 리튬과 같은 중요 산업용 금속을 포함한 약 1조 달러의 광물 매장량이 발견됐다.
국방부 내부 기록에는 아프가니스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은 2001년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는데, 그것은 미국이 중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였다. 아프가니스탄은 북해에서 발견된 양의 약 10배, 페르시아만 전체 매장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2천억 배럴의 석유를 보유한 새로운 석유 황금도시(oil dorado)에 중요한 관문을 제공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당시 러시아를 우회하면서 중앙아시아의 석유를 인도양까지 수송하는 송유관의 핵심적인 입지 조건으로 더욱 중요해졌다.
1990년대에 남부 캘리포니아의 석유 회사인 우노칼(Unocal)은 탈레반에까지 구애하면서 송유관을 건설하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인도 북부로 석유를 운반하는, 미국이 지원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착공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군할 경우 지정학적 주요 라이벌인 중국과 러시아에 전략적 거점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게 미국 집권 세력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다.
중국은 최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무역과 투자를 늘리고 아프간 정부 및 탈레반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문화원을 다시 개관하고 버려진 소련 친선센터를 재건하며 대사관 직원 확충에도 나섰다. 경제 투자도 확대하고 아프간 정부에 칼라쉬니코프 소총 1만 정을 지원했다. 또 아프간 주택사업을 지원하고 조용히 탈레반에 구애하는 한편 카불의 소식통을 활용해 아프간 북부의 부족 권력 브로커들과의 유대관계를 재개했다.
가니가 이끄는 현재의 아프간 정부는 대체로 미국의 창조물이다. 아프간 군대는 매년 약 40억 달러의 비용을 미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미 의회가 이를 중단하지 않는 한,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규모 해외 원조 프로그램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가니의 권력을 유지하도록 하거나 그게 아니면 러시아와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다른 대리인으로 교체할 것이다. 이는 19세기 영국과 러시아 간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1)과 거의 다르지 않다.
미국 제국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원제] Biden’s Claim To Be Ending America’s Longest War Misleading
[필자] 필자는 커버트액션매거진 편집장이다. 이 언론은 전쟁과 제국주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게재일] 2021년 4월 15일
[출처] CovertAction Magazine
[번역] 워커스 편집팀
[각주] (1)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 100년간,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중남아시아의 인접 영토를 놓고 벌였던 정치적, 외교적 대결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