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내걸고 대선에 뛰어든 세 명의 후보들

[이슈③] ‘사회주의’ 체제 전환은 가능할까?

차례

① 신자유주의 시작과 끝, 그곳에서 다시 만난 사회주의
② '반공'은 옛말…청년 74%는 '체제 변화' 원한다
③ '사회주의' 내걸고 대선에 뛰어든 세 명의 후보들
④ 체제 전환(System change): 정권이 아닌 체제를 바꿔야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사회주의’를 내걸고 출마를 선언한 세 명의 후보가 있다. ‘한국사회 체제 전환을 위한 사회주의 좌파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공동투쟁본부(사회주의 좌파 공투본)’1) 대선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다. 여전히 ‘사회주의’가 불온시되는 한국사회에서,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때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은 가능한 일일까? 《워커스》가 세 후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2)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백윤(기호 1번)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의 첫 번째 후보 이백윤이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만드는 100% 비정규직 공장인 동희오토에서 12년간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지난 5년간은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상근 활동을 하며 충남 지역에서 공장 폐기물 매립장으로 고통받는 주민들과 싸워왔다.

이갑용(기호 2번)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회사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1998년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창당 후에는 울산 동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금은 노동당 울산시당 동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27년째 복직을 못한 현대중공업 해고자 신분이기도 하다.

박성철(기호 3번) 본캐는 사진가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예술노동자다. 문화예술인의 노동권을 위해 10년간 정당 운동을 해왔다. 진보신당 창당과 함께 문화예술위원회 발족을 함께했다. 이런저런 사업에 참여하다 보니 운영위원이 되고, 운영위원장이 되고, 중앙당까지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당의 여러 조건 속에서 노동당 10기 당 대표를 맡아 최근 임기를 마쳤다.

‘사회주의’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진다. 후보들이 생각하는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백윤 사회의 기본 운영 원리가 ‘효율’과 ‘경쟁’에서 ‘공존’과 ‘연대’로 바뀌는 것이다. 효율과 경쟁이 우선하는 한 인간의 삶은 결코 평안해질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잡아먹거나 이윤을 빼앗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작은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와 비정규직의 삶은 말할 것도 없어진다. 복지 정책은 이들이 아우성을 치거나 소비능력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윤 중심의 사회가 아닌,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노동하며 공존과 연대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사회주의라고 생각한다.

박성철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지구의 모든 인구가 쓰고도 남을 만큼 생산이 과잉된다. 그런데도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은 극빈층을 벗어나지 못한다. 과잉생산된 물자들은 버려진다. 이렇게 자연을 수탈하고 파괴한 결과가 기후위기로 나타났다. 충분히 생산하고 파괴했으니, 이제는 모두가 공유하는 체제인 ‘사회주의’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될 중요한 기간산업과 생산 영역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생산 현장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노동자 민중이 실질적으로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사회가 사회주의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대선후보들에게 이번 대선은 어떠한 의미가 있나?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백윤 시가총액이 1조 원이 안 되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정부가 2조 원의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하청업체인 아시나아케이오 노동자들은 해고돼 수년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인수하려 한다. 국민 세금이 기업 살리기에 사용되고, 이것이 또 다른 대기업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국가정책 자체가 재벌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편향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이 정치에 대한 혐오와 환멸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와 도시 빈민은 자신의 이해를 대변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 박근혜 퇴진 촛불 이후 진보진영은 국민에게 담대한 자기 비전을 밝히지 못했다. 그 성과를 가져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삭감하고 친재벌 정책을 펼쳤다. 그 실망감이 현재 대선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사회 개혁적인 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윤 축적의 구조와 시스템은 건드리지 못했다. 이제는 적당히 고쳐 쓰자는 수준으로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이갑용 선거 웹자보에 적은 슬로건의 의미는 이렇다. 민주화 투쟁을 열심히 했더니 일부 세력이 정권을 다 차지해버렸다. 민중들이 촛불로 싸웠더니 민주당이 다 가져가 버렸다.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르고, 가장 많이 당해온 노동자는 왜 평생 약자로만 살아야 하나. 이들을 정치적 주체로 세워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성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비정규직 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일자리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노동을 유연화하고, 경쟁 체제로 바꾼 결과다. 비정규직이 무려 천만 명이다. 국민 5분의 1이 비정규직이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8~90%를 독차지한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코로나19로 국민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1997년처럼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아래를 더욱 착취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3~4년 안에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노동자 민중은 2~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코로나19 이후 재난과 경제위기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생겼다. 개인이 각자의 삶을 책임지는 현재의 사회 구조를 내버려 둔 채 약간의 지원을 하는 것은 임시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 이전 정권마다 임시 처방만을 반복했다. 이제 제3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MZ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사회주의가 대안적인 이념으로 확산되지 못할까?

이백윤 ‘가진 자에게 더 많은 부를, 못 가진 자에게 더 열악한 삶을’이라고 표현되는 신자유주의의 후과로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는커녕 먹고사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으로 내몰려야 한다. 미국의 MZ세대가 사회주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열광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왜 ‘아직’일까. 나는 ‘아직’이라는 단어를 꼭 붙이고 싶다. 최근 젊은 세대가 보수화됐다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2~3년 전부터 여성주의 담론을 적극적으로 확산시켰던 페미니즘 리부트 세대도 지금의 청년이다. 나는 청년 세대가 사회주의라는 대안적인 체제를 더욱 폭발력 있게 확장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분단 체제 등으로 사회주의가 대안적인 보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 이념이 현재의 젊은 세대와 만난다면 충분히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갑용 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재정권 하에서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북한 체제와 연관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내용과는 상관없이 사회주의를 불온시했던 사회가 수십 년 간 이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진보정당들이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기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20년 전부터 진보정당이 건설됐는데, 처음에는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용어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당선되는 데 불리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개념이나 내용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야 하는 진보정당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 지금의 시대를 만들었다고 본다.

박성철 사실 미국 MZ세대가 이야기하는 사회주의는 이른바 복지국가 수준의 요구들이다. 미국은 그조차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해방 후 사회주의 혹은 사민주의적인 내용이 헌법에 많이 담겼다. 의료보험 같은 경우는 다른 나라보다 보장이 잘 되는 편이다. 그리고 70~80년대 이후 민주노조 운동으로 이러한 것들을 더 강화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사회주의를 요구한다면 현재의 미국의 수준보다 더 강화된 요구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하기는 현재 한국 사회의 조건이 형성돼 있지 않다. 이른바 ‘경쟁’을 통해 소수가 성과를 독차지하는 것이 내면화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대비 올해 주식 투자자 수가 300만 명 정도 늘었다고 한다. 청년을 포함해 개인 주식 투자자가 1천만 명에 달하는 시대다. 이른바 대중 소비사회에서 대중 투자사회로 넘어온 것이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는 조건 속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는 사회의 기준 자체를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이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한다면 많은 청년이 공감하고 합류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후보로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걸고자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이백윤 국가책임 일자리를 핵심적으로 내걸고 있다.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완전고용, 또 하나는 공공적 필요에 따라 일자리의 가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완전고용의 경우, 실질 실업자가 400만 명에 달하는 현재의 고용 불안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취지다. 일자리의 가치 기준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의 이윤 중심의 고용 구조가 아닌, 공공적 이익에 얼마나 복무하느냐를 가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코로나19로 가사·돌봄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국가에서 가사·돌봄 노동을 일정 부분 책임지려고 했다. 하지만 기업과 자본의 반발 때문에 모두 민간에 풀어버렸다. 국가 통계 상 약 100만 명이 관련 노동을 하고 있다. 그중 5%만을 국가가 고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민간에 맡겼다. 그러다 보니 질 낮은 일자리가 돼 버린 거다. 가사·돌봄 노동 일자리는 국가만이 아닌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지역 주민이 책임져야 한다. 이를 통합적으로 논의,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회돌봄서비스 통합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가사·돌봄 영역을 국가가 책임지는 동시에 공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윤을 위한 노동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노동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이갑용 첫 번째는 재벌 해체다. 그들이 3, 4대에 이어 기업을 세습할 권한은 없다. 지금의 기업을 만든 것은 노동자들이다. 사회주의의 기본은 잘못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실 재벌이다. 국토의 반 이상을 재벌이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나. 또 다른 하나는 공직사회 개혁이다. 구청장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고위 공직자의 부패만 해결해도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노동부를 개혁하는 것이다. 현재 노동자를 위한 정부 부처가 없다. 심지어 노동부가 가장 앞장서서 노동자를 억압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을 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직원들을 공인노무사로 채워야 한다. 국민의 절반인 2500만 명이 노동자인데, 이들을 위한 부처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나.

박성철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착취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자꾸 착한 경제, 평등한 경제, 공정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착취는 공정할 수 없다. 야만적인 체제에서 착취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다. 예컨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원·하청 다단계 하청구조, 대자본과 재벌의 중소 하청 착취가 하청 노동자에 전가되는 부분을 건드려야 한다. 또 하나는 문화예술 노동자, 가사·돌봄 노동자 등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을 드러내고 착취를 근절하는 것이다. 동시에 임금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시작했으면 한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면 임금 인상은 필요 없지 않을까. 현재 주거비와 교육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부분을 사회가 제공한다면 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날 것이다.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당과 변혁당이 내년 초, 단일한 사회주의 대중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새롭게 창당하는 정당은 어떤 모습일까?

이백윤 이재명 후보도 ‘주택은 돈 주고 사는 데가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소유 구조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의 정치를 보면 말은 여러 미사여구로 치장하지만, 정책은 기존과 다르지 않거나 부수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당과 변혁당의 결합은 사회주의라는 ‘이념’과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정책’, 그리고 ‘실천’이라는 삼박자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물적 토대와 열정, 에너지, 역량이 모이는 과정인 것이다. 그동안 ‘죽지 않고 일하는 사회’,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등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그 사회의 총합이 어디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그간의 수많은 투쟁과 헌신이 가리키는 곳이 사회주의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는 당, 한편으론 운동적 과제를 실천하는 부대로서의 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갑용 노동당과 변혁당은 ‘합법 정당’과 ‘비합법 정당’이었다. 그런데 두 정당의 내용이나 해왔던 방식은 비슷했다. 합법 정당은 선거에 출마할 수 있지만, 법·제도적 틀에 갇혀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합법 정당으로서의 우리의 경험이 변혁당에 녹아들 것이고, 변혁당이 해왔던 투쟁이 어우러져 느슨했던 노동당을 다시 정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또한 공약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지표를 하나로 만들어 낼 예정이다. 이것이 사회에 던지는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 역시 새로운 정당을 알려내기 위한 목표가 크다. 하나의 공약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회주의 합법 정당이 탄생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성철 노동당은 그동안 당 내 노선과 관련한 스펙트럼이 다소 넓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기본소득 운동을 하겠다고 당원들이 탈당했던 일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그런 과정을 겪으며 노동당은 이념적으로 훨씬 단일화했다. 당 대표 시절, 나는 이것이 당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제 단일한 계급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반면 변혁당은 주로 활동가 중심의 전위정당으로서 활동해왔다. 이번 기회에 대중 정당으로서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굉장히 고립돼 있었고, 외로웠다. 그런 면에서 노선에 동의하는 곳들이 결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은 선거를 통해 대중정치의 경험을 축적했고, 변혁당은 현장 투쟁력을 가지고 있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앞으로 창당할 정당은 사회주의 좌파 정당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표만 되면 무작위로 끌어들이는 정당이 아니라, 이념과 노선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는 당 모델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기존의 정의당, 진보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이백윤 정의당은 최근 안철수, 김동연과 정책적 공조를 추진했다. 제3지대 공조를 통해 보수 양당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양당과 비슷한 군소 정당들과 정책 제휴를 맺어 보수양당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비정규직이나 기후정책에 있어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정책적 제휴를 열어두겠다는 것은 운동의 가치와 근간까지 훼손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진보당의 경우 재벌 기업 구조와 관련해 재벌을 해체하고 전문 기업화하자고 주장한다.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니 쪼개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소유 구조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반면 우리는 재벌 기업의 국공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례로 아시아나항공에 정부가 쏟아부은 지원금은 주식을 몽땅 사고도 남는 규모다. 이런 기업은 국가가 사서 국영기업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대우조선 역시 산업은행이 대주주다. 국가가 대우조선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면 되는데 해외 매각을 운운한다. 나랏돈을 넣은 자본을 다른 자본에 헐값으로 팔 생각만 한다.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고 국가가 이를 소유하고 관장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성철 정의당은 점점 노동과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잡기 위해 자꾸 우측으로 이동한다. 후보 단일화나 합당은 없다고 했지만,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의 손을 잡지 않았나. 진보신당에서 정의당으로 넘어간 이들의 활동은 10년 전 진보신당 내부에서 시도하던 것들이다. ‘원외정당이라 한계가 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 ‘소수정당으론 안 된다’, ‘교섭단체가 돼야 한다’, ‘거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라는 지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의 중요한 문제를 포기하고 이른바 대중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계급으로부터 멀어진다. 반체제적인 노선에서 멀어져 가는 동시에, 체제에 순화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사회주의’를 내걸고 체제 전환을 위한 대안적인 정책을 내놓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백윤 몇 달 전에 새벽 1시 반쯤 맥주를 사려고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할아버지 두 분이 박스를 가지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싸우고 계시더라. 그냥 지나쳐 가자니 외면하는 것 같고, 계속 지켜보자니 그분들이 민망하실 것 같아 한참 어떻게 해야 하나 머뭇거리면서 그 참담한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에게는 너무나 깊은 상처였고 아픔이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고 손가락질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진짜 모순을 은폐한다. 여러 우려처럼 사회주의 대선은 어렵다.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다가오는 비판에 대해 해명해야 될 것도 많다. 그럼에도 진짜 궁극적인 문제가 사회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 나섰다. 취업 준비 때문에 한 달에 이력서 100장을 쓴다는 취준생과 박스를 서로 붙잡고 있던 노인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마음 한 구석에 전달된다면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시작에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갑용 저는 민주노총 위원장도, 현대중공업 대의원도 임기를 채워본 적이 없다. 감옥을 가거나 중간에 수배를 당했다. 구청장을 하게 됐을 때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국회의원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10명이 넘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저는 그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에게 자신을 이용하라는 이야기만 한다. 구청장 할 때 공무원노조 징계하라는 것을 거부했다가 내 목이 날아가긴 했지만, 내 평생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그렇게 막아줄 수 있다면 훨씬 달라질 수 있다. 그게 진보정당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속에서 꾸준히 나와야 한다. 여러분이 힘으로, 몸으로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성철 세월호 얘기를 다시 해볼까 한다. 많은 시민이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사건이었다. 그때 많은 분들이 광장에서 싸우며 이게 나라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외쳤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노동권 지수는 세계 최하 등급이다. 매일 하루에 6~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다. 국민 100명 중 5명인 장애인과 이주민, 이주노동자는 인권도,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게 과연 나라냐. 밖에 나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이제는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면 원래 우리 모두의 것이었던 것을 되돌려야 한다.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는 것들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실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노동자 민중 자신이어야 한다. 사회주의는 어렵지 않다. 더 이상 불평등하게, 차별과 착취를 받으며 죽어가는 나라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을 같이 공유하면서 계획하자는 거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겠다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지역과 부문에서 모든 분들이 동의해주시고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우리가 건설하게 될 사회주의 대중정당 운동에도 함께 해 달라.

<각주>
1)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참세상연구소 등 사회주의 좌파 정당·단체·활동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2) 〈민중언론 참세상〉이 12월 7일과 8일에 진행한 각 후보들의 개별 인터뷰와 13일 대담을 기초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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