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억’ 소리 나는 대선, ‘사회주의 후보’의 고군분투 대선투쟁기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③] ‘넘사벽’ 선거 비용을 넘을 수 있을까

  '사회주의 후보'로 출마한 이백윤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500억 원이 드는 ‘넘사벽’ 대선

지난해 4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일화 때까지 끌고 간 정치인은 정몽준, 안철수 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는데요, 취지는 이렇습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는 한, 최소 100억에서 200억 가까운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울 거라는 경고였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정몽준 현대중공업 이사장은 그야말로 ‘재벌’입니다. 2014년 총선 출마 당시 그의 재산 신고액은 3조6천43억 원이었죠. 정몽준만큼은 아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어마어마한 부자입니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신고액은 1,979억 원, 거의 2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그러고 보니 2017년 대선 당시 안 후보의 재산 신고액은 1,196억 9,010만 원이었는데, 5년 만에 신고액이 무려 8백억 원 가까이 늘었네요.

대선을 치르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20대 대통령 선거 비용 제한액은 513억 원. 5년 전보다 3억 1,500만 원이 늘었습니다. 정말로 후보당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을 쓸까요? 네, 씁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약 483억 원을,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은 약 339억 원을, 국민의당은 약 430억 원을 썼습니다. 물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이번 선거에도 수백억 원의 선거 비용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엄청난 재력이 있거나, 거대 양당의 후보가 되지 않는 한 대선은 그야말로 ‘넘사벽’인 셈이죠.

그렇다고 노동자‧서민의 삶엔 관심 없는 재력가와 유력 정치인에 우리의 삶을 내맡길 순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언제나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꿈꿔왔습니다. 자본을 위한 정치를 끝내고, 노동자와 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작지만 큰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자본’과 ‘이윤’ 중심의 사회가 아닌, ‘공존’과 ‘연대’의 사회주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수백억 원이 오가는 대선판에서, 군소 정당 소속의 ‘사회주의’ 후보는 어떻게 ‘돈’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을까요. 사회주의 후보로 출마한 노동당 소속 기호 7번, 이백윤 선거대책본부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봤습니다.


사회주의 후보의 고군분투 대선 투쟁기

“잠이 안 옵니다.” 이백윤 선대본부 조직담당자는 요새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합니다. 1월 초, 후원회 계좌를 연 후 생긴 불면증입니다. 단순히 후원금이 모이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후보 자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만 해도 ‘억’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우선 후보 등록비로만 3억 원이 필요합니다. 이백윤 선본은 지난달 5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6천만 원의 기탁금을 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본 후보 등록과 동시에 나머지 2억 4천만 원을 모두 냈습니다. 본 후보 등록 전까지 후원을 조직하고 돈을 탈탈 털어 모으느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본 후보 등록비를 냈으니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을까요?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또 다른 커다란 장벽은 ‘공보물’입니다. 자그마치 2,550만 세대에 뿌려지는 후보 선전물입니다.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종이 공보물을 꼭 만들어야 해? 종이 사용을 줄이자고 난리인데 이렇게 생태계를 파괴해가며 공보물을 찍는다고?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책자 형태의 그럴듯한 공보물은 내지 않아도 되지만, 후보자 정보 공개 자료는 반드시 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지 않는다면? 후보 자격이 취소됩니다. 그래서 이백윤 선본도 A5용지 2도의 한 장짜리 공보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한 장짜리 공보물 종잇값만 1억 원입니다. 선불로 내야 종이를 구할 수 있어서 선본 관계자들은 또 한 번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돈을 구하러 다녀야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인쇄비용은 5천만 원, 그리고 전국 250곳의 시‧군‧구 선관위에 배송하는 비용만 7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억울한 일도 있습니다. 후보 기호는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의 ‘의석수’ 순으로 결정됩니다. 원내 정당 후보는 처음부터 기호를 배정받는 셈입니다. 하지만 무소속이나 원외 정당은 후보 등록 마감 뒤에야 기호가 정해집니다. 이백윤 후보는 지난 14일에야 기호 7번을 배정받았습니다. 문제는 공보물 제출 기한입니다. 공보물은 20일까지 시‧군‧구 선관위에 배송을 완료해야 합니다. 만약 그때까지 (후보자 정보 공개 자료가 담긴) 공보물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후보 자격이 취소됩니다. 원내 정당 후보자들은 기호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인쇄를 걸어놔도 되지만, 원외 정당들은 2250만 장의 공보물을 6일 만에 인쇄해 배송까지 완료해야 하는 것이죠.

현수막도 제작해야 합니다. 후보 현수막은 읍‧면‧동 각 2개씩, 최대 7,000여 곳에 게시할 수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처럼 큰 현수막으로 7천여 곳에 꽉꽉 채워 달고 싶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력 후보들은 15일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현수막을 달았는데, 이백윤 선본은 기호가 나오지 않아 현수막 제작마저 늦어졌습니다. 통상 후보들의 TV 광고 비용은 많게는 150억 원, 포털 등 온라인 광고 비용 역시 1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극단으로 기울어진 대선판은 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아, 그리고 이백윤 선본은 유세차량을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크고 세련된 유세 차량을 빌리려면 기본 20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원들의 트럭을 수소문해 유세 차량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LED 화면은 달지 못하지만, 그럴듯한 유세 차량의 모습을 갖춰가는 듯합니다.

  선거 유세 차량을 만들고 있는 부산시당 당원들 [출처: 이백윤 선거대책본부]

“더 많은 이들에게 ‘사회주의’를 알려낼 수 있도록”

어려운 대선이지만 후보와 선본 관계자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십시일반 마음을 보태주는 후원자들 덕분입니다. 이백윤 후원회 계좌에는 한 달여 새에 1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노동자와 청년, 시민들이 모은 돈입니다. 수백억이 오가는 대선판에서 누군가에는 소소한 돈일지 몰라도, 후보 운동원들에게는 눈물 나게 고마운 마음들이라고 합니다.

적지 않은 후원금을 낸 최명숙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전에는 조합원들에게 사회주의를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선거인단과 후원을 조직하면서 사회주의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며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는데 이것을 무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후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는 32세 여성 P씨는 “페미니즘도, 사회주의도 우리 사회에선 이유 없이 욕을 먹고 혐오 세력으로 취급당한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회주의 후보가 제 목소리를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조금이나마 후원의 형식으로 힘을 보탰다. 너무 소소한 금액이라 아쉬울 뿐”이라고 했습니다. 페미니스트 북카페 펨(femm)을 운영하는 성희영 씨도 이백윤 후원회에 마음을 보탰습니다. 성희영 씨는 “(이백윤 후보는) 노동자의 삶을 잘 아는 후보이자 노동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다. 거대 정당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대선에서 노동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후보에게 지지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후원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주의 후보'로 출마한 이백윤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좀 더 많은 후원금이 모인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의 질문에 선대본 조직담당자는 “현수막을 7천 곳에 걸고 싶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사회주의 정치의 마이크가 되고자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와 선거 운동원들은 더 많은 이들에게 ‘사회주의’를 알리고자 합니다. 과연 이들의 목소리가 더 많은 노동자와 시민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요? 차윤석 노동당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많은 분이 후원해주셨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 멀고 험난하기에, 이후에도 많은 지지와 후원을 간절하게 부탁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정치후원금은 연말정산 시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15일 오전, 첫 공식 유세 현장에서 만난 이백윤 후보 역시 후원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후에도 많은 후원과 응원을 당부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이야기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계셨어요. 덕분에 가까스로 본 후보 등록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거제도 자체가 출마자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서,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를 더 많이 알려낼 수 있도록, 우리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주변 분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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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생각보다 많은 분이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이야기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계셨어요. 덕분에 가까스로 본 후보 등록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거제도 자체가 출마자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서,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를 더 많이 알려낼 수 있도록, 우리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주변 분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 태영044

    와 진짜 미친놈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