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환경‧쿠팡 노동자가 ‘사회주의’ 공약을 만나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④] 이백윤 후보의 인천 토크 콘서트

‘사회주의’를 내걸고 대선에 출마한 이백윤 후보가 각 부문의 활동가 및 노동자들과 만나 사회주의 공약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당 소속 기호 7번 이백윤 후보는 17일 오후 7시,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이주‧환경 부문 활동가 및 쿠팡 노동자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활동가와 이완기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 정책팀장,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부분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사회주의 공약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나눴다.

[출처: 이백윤 선거대책본부]

온전한 사회보장제도의 권리,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정형(한국이주인권센터) 공약집에 ‘온전한’이라는 말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주노동자 이주민에 있어서도 ‘온전한 권리’라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권리가 있는 측면도 있는데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권리가 없기도 하니까요.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고용허가제가 합헌이라고 판결했어요. 사업장 이동이라는 기본적인 자유가 제한되면,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에 예속될 수밖에 없죠.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만 이주노동자를 대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천 지역에도 3천명 가까운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자들이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어요. 이들은 노동의 권리가 제한돼 있습니다. 단순노무직 위주로 직장을 구할 수밖에 없어요. 센터 조사에 따르면 약 70%가 기초생활소득자, 차상위 계층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면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고 해요. 우리 아이가 커서 나처럼 이런 일 밖에 하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고요. 그래서 인상 깊었던 공약 중 하나가 온전한 이주민의 재생산 권리였어요. 아이가 자라서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불평등하지 않는 삶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보장제도의 ‘권리’는 사회보장제도라는 틀 안에서 구현되는 것이잖아요. 이런 지점들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데, 이를테면 사회보장제도를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이죠. 군대를 다녀오지 않거나 이주민들은 사회보장제도에 포섭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고요. 이런 문제와 관련해 후보님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백윤 후보 모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미국의 경우 백인 남성만 투표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보편적인 기준을 매우 협소하게 규정합니다. 자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인권과 보편적이고 온전한 권리를 비용의 문제로 접근해요.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은 ‘너와 나는 달라’라고 구분하며 권리에 차등을 두는 논리를 만들고요. 저는 인권은 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정한 제도를 확립해 나가는 것으로 사회적 인식을 견인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주에 장애여성공감을 방문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 재생산권을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지 얘기를 나눴어요. 그분들이 ‘시선’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임신을 하려고 산부인과를 갔는데 의사들이 ‘몸도 성치 않은데 임신까지 하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싫고 불편했다고 해요.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는 이유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약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는 이주노동자, 이주민을 위축시키는 불편한 시선이 존재합니다. 꾸준히 제도도 만들고 토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으로 생태적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완기(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 정책팀장)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이 6개 정당에 정책질의 결과를 토대로 지난주에 기자회견을 했어요. 6개 정당 중 노동당이 가장 성의 있게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0% 이상 줄여야 하는데, 그 첫 단추가 2030년까지 석탄발전 조기 폐쇄라고 봤어요. 8년 밖에 안남은 상황이죠. 석탄발전을 폐쇄한다는 게 쉬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역에 사는 주민들, 석탄발전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동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충격일 수 있거든요. 한 방향으로 폐지만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분들을 독려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중요하고요. 중앙정부나 정치권에 석탄발전 폐쇄를 요구할 때 주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과 같이 가야 해요. 이백윤 후보가 답변을 주신 내용에는 그런 것들이 고려가 돼 있어요.

저는 ‘공공재’라고 표현하는 공기, 땅, 자연 같은 천연물에 대한 극단적 사유화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사회는 모두의 것을 누군가가 사유화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거나 권력화 되고, 그것을 쫓아서 또 다른 극단적 사유화가 일어나고, 노동과 인권을 착취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것을 각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필요해요. 토지보유세나 탄소세 등의 세금을 부과해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 혹은 시민배당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것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일자리입니다. 가사‧돌봄 노동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을 정의 내려서 목록화하고 관리할 이유가 있을까요? 완전고용제보다는 기본소득이나 시민배당을 골고루 해서 행정적 낭비 없이 생태적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일자리를 정의하지 않고 누구나 공평하게 소득을 줘 자신의 일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이백윤 후보 모두의 재산인 천연물이 소수의 재산이 된 문제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희는 근본적으로 토지의 사유재산화를 막고 국유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8년 브라질에서 물 사유화 투쟁이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기도 했고, 우리 사회에서도 공감대도 큰 문제입니다. 다만 탄소세의 경우 세금을 높게 부과한다고 해도 지불능력이 있는 기업은 그냥 내고 말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탄소세 부과가 탄소 절감의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고요. 관련해 연구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 제도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방식이죠. 다만 2020년에 코로나로 경제성장률이 –1.4%였는데 재벌 사내유보금은 28조 원이 늘었어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로 반등해 80조 정도가 늘었는데, 재벌 재산이 100조 원이 늘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가 순환하면 할수록 그것이 소수 재벌의 수중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각종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어요. 그래서 기업의 법인세를 늘려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고 해도, 그 소비가 결국 다시 재벌의 곳간으로 들어가고 국민의 경제력은 궁핍해지는 악순환의 우려가 있어요. 소득에 대한 일정한 지급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재벌의 독식구조를 해체하지 않는 한 다른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불안정하고 개인적인 노동이 ‘사회주의’와 만나면?

최효(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부분회장) 공약이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선과 밀착된 언어로 설명돼 있다고 느꼈어요. 당장 실천은 어렵더라도 가장 배제된 사람들 입장에서,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도 느껴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쿠팡은 97.5%가 비정규직이에요. 저는 비정규직 노동만 하면서 살았어요. 당사자들은 비정규직 철폐가 당장은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의 필요를 그들의 입장으로 고민했다고 느꼈어요.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놓고 이야기하는 대선후보가 없잖아요. 차별 해소가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고, 가장 사회적인 노동이지만 가장 개인화된 가사‧돌봄 노동을 공적 일자리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주요 공약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적인 가치가 잘 느껴졌습니다.

이백윤 후보 저희는 주요하게 국가책임일자리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사실 후보들마다 국가책임고용일자리, 국가보장일자리 등의 공약을 냅니다. 하지만 저희 공약은 그것들과 차별성이 있어요. 98년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인 도입되면서 영속적이지 않은 분할적이고 파편화된 일자리가 늘었어요. 문제는 이재명을 비롯한 후보들의 각종 일자리 철학이 이러한 분할적인 일자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어렵거나 정부가 실적을 쌓아야 하면 11개월짜리 공공 일자리를 확충하는 거죠.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두 번 정도 계약을 갱신하면 자격을 박탈하는 일자리에요. 만약 계속 일을 하겠다고 고집하면 이기적이라고 취급하기도 하고요. 반면 우리가 제시하는 국가책임일자리는 계속 근로가 가능하면서 생활임금을 지급 받는 정규직 일자리에요. 이를 통해 민간일자리를 규율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후보들과 철학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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