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관련 대선공동대응기구가 합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대선공동대응기구는 지난해 9월 민주노총과 당시 5개 진보정당이 모여 2022년 선거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기구로, 낮은 수준의 실천적 연대부터 후보 단일화까지 논의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선 선거 한 달 전까지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단일화에 실패해 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과 지난 2월 5일 통합), 정의당, 진보당이 따로 대선후보를 내고 대선에 임했다.
대선공동대응기구는 기자회견 직전 진행한 회의를 통해 선거제도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과 후보단일화에 집중할 것에 합의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공동의 정책을 마련하고, 공동의 실천을 모색하며,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내고 했다. 그리고 후보단일화를 통해 힘을 결집하고자 했으나 부족함이 많았다”라며 “이에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공동의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단결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기간 보수 양당체제로 굳어진 정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개혁, 선거제도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진보정당 간의 논의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차 79명, 2차 84명이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후보로 승인됐다. 오는 21일 중집에서 163명의 후보가 추가로 승인될 예정이어서 총 326명이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후보로서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선거구가 중복되지 않거나 단일화된 후보는 ‘진보단일후보’의 타이틀을 얻어 선거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선거제도개혁의 요구사항으로는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비례위성정당 폐지, 정당명부비례대표 및 지방의회비례대표 확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 ▲참정권 확대 및 정치기본권 보장 등이 제시되고 있다.
진보정당, ‘선거제도개혁’ 지선의 중요한 과제로 꼽아
이날 기자회견엔 진보정당 대표들도 참석해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나도원 노동당 대표는 “4년 전 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4인 선거구를 쪼개면서 중대선거구 취지를 완전히 짓밟고 자리를 독식했다. 선거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하는데도 거대 양당은 선거법마저 어기며 이를 방치하고 있다”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선거제도개혁을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프랑스의 대선 결선투표제를 사례로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2007년 1차 투표 때 마크롱은 24% 지지율을 얻었다. 결선에 올라가 결국 당선됐지만 마크롱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이 24%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음대로 전횡을 부릴 수 없었다. 국민으로선 제어 장치를 갖게 된 것이다”라며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진보정당들이 무한정 반성만 할 게 아니라 제도의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진보정당은 공동대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고, 국민의 신임을 얻지도 못했다. 진보정당들이 뭉치고 단일화한다고 곧바로 지지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평등 사회를 바꿀 의지가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비전이 있는,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더 큰 걸음으로 진일보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당제는 진보 정당들의 밥그릇이 아니라, 작은 목소리를 가진 시민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노동자, 시민에게 진보정치의 자부심을 다시 갖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대선에서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대신 지방선거에서 진보정치의 승리를 위해 진보정당들이 힘을 모으겠다. 선거제도 개혁 투쟁을 함께 만들어감과 동시에 선거구에서 진보후보들이 단일후보라는 타이틀로 시민들께 선택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진보정치 단결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진보정치의 희망을 키워내 진보정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