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노동조합 배제하고 희망퇴직 실시 공고

노동조합, “희망퇴직은 선제적 구조조정…즉각 중단해야"

HL만도(구 만도)가 노동조합의 반발에도 28일 일방적으로 희망퇴직 실시를 공고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은 지난 3월 8일 사측이 희망퇴직 실시계획을 통보하자 희망퇴직은 "인위적 인원감축"으로 노동조합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HL만도의 희망퇴직 실시 공고문 [출처: 만도노동조합]

HL만도는 선제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 배제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L만도의 일방적 희망퇴직 실시로 산업전환기에 다른 자동차 부품사 구조조정에서도 노동조합을 배제하는 기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은 민주노총에서 공동으로 「HL만도 선제적 희망퇴직, 노사합의 위반 규탄 만도노조·금속노조 만도지부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측에 ▲희망퇴직을 중단하고 즉각 고용안정위원회에 임할 것 ▲희망퇴직 재원을 국내공장 일자리 창출에 투자할 것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28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특히 IMF 당시, 흑자 부도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한 만도기계가 전신이기에 HL만도의 사회적 책무는 더욱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희망퇴직 재원으로 최소 1백억 원에서 2백억 원이 소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도노동조합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선제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노동조합과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데에 대해 단체협약 위반 등으로 지난 21일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출하는 한편,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불응은 위법하다며 22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응낙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노동조합, 산업전환기 구조조정에 노동조합 배제기조 확산 우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전기차 비율이 한 자릿수를 넘어 이제는 두 자릿수, 심지어 글로벌은 20%를 넘어서고 있고, 중국시장은 25%를 넘어서는 시기다. 질적 팽창의 시기"라며, 전기차로 대변되는 산업전환의 시기에 "정권과 자본이 노동조합을 배제하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기업지부와 금속노조를 가리지 않고 정책적 대안으로 함께 손잡고 투쟁하는 데 금속노조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HL만도가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하는 자신감 뒤에는 현 정부의 반노동정책 기조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성목 금속노조 만도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고 산업전환 시대에 자동차 부품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날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희준 만도노동조합 위원장도 "현재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자 탄압, 그리고 노동 무시 정책이 정몽원 회장이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며 노동자들에게만 법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에게도 반드시 법치를 주장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HL만도는 자동차 조향, 제동, 현가장치와 자율주행 관련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부품을 개발 생산하는 업체다. 2022년 매출 7조 5천억, 영업이익 2,480억, 순이익 1,182억 원을 기록한 부품사로 3,700여 명 중 1,570명이 생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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