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의 현주소…대량 해고와 피폐해진 지역사회만 남았다

[이슈] 나는 왜 414 기후정의파업에 나서나①


극단적 이상기후와 재난, 최근 몇 년 사이에 수많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건 소중한 생명들을 앗아간 기후재난이었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흔히 말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지금 지구는 이미 암 선고를 받았다고요. 빙하의 붕괴, 영구 동토층의 변화 등 그동안 끊임없이 전조 증상을 내보이고 아프다고 말해왔다고 합니다. 암에 걸린 지구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도 많은 전문가가 예측합니다. 이미 지구의 평균온도 1도를 올릴 정도로 에너지를 사용한 인류는 이제 어떠한 노력을 해도 평균온도 1.5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균온도 2도의 상승에 도달하게 되면 지구의 자기조절 시스템이 붕괴돼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 도달하고 파국에 이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편안함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가 도리어 인간을 죽이는 아이러니가 벌어집니다. 피부로 느끼고 눈과 귀로 보고 듣고 있음에도 이러한 지구와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무시한다면 앞으로 지구의 암은 말기에 도달해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유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아직은 말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후위기는 개인적인 실천만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범국가적, 범국제적인 실천이 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이름을 걸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배출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2019년 유엔의 정상회의에서는 65개국 정상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고, 우리나라 또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우선적으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문제가 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계획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발전량 중 44%를 담당하는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습니다. 2034년까지 28기, 2050년까지 60기 전량 폐쇄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2021년부터 경남지역, 호남지역, 보령지역, 울산지역을 순서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에 발맞춰 급히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발전소 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무고하게 희생됐습니다. 수십 년간 국민의 전기 사용을 위해 일해 왔던 발전소 노동자들이 국가정책이란 이름으로 무수히 해고됐습니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정책에 이어 또 다른 화두가 되는 것은 바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입니다. 가장 큰 에너지 생산 비율을 차지하고 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이를 대체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재생에너지’라고 부르기로 했고 이렇게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의 산업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피해를 겪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국제사회에서 약속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정의였습니다. 비단 발전소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전기차 산업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탄소중립의 영향으로 그 어떠한 산업전환 과정에서 사람과 환경이 피해를 보거나 희생되어서는 안 됨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발전소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원합니다

매일 가장 가까이서 석탄가루를 마시고 몸에 묻히며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도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발전소에서 일하기를 소망합니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발전소 노동자들 스스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촉구하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발전소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바닷물로부터 공급받기 위해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지방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큰 산업단지의 역할을 하는 지역의 발전소에 들어와 오랫동안 일하면서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발전소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살아오던 이들에게 국가는 해고를 선물하고 다시 떠나라고 말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인간의 마음을 폐쇄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대량 해고는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피폐하게 만듭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이 없는 지역의 폐쇄는 지역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줍니다. 이미 폐쇄가 시작된 보령과 곧이어 폐쇄될 태안에서는 이미 심각한 인구감소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폐쇄와 함께 해고되는 노동자들은 떠나고, 이를 보고 노동인구는 더 이상 유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감소하는 인구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사업 실패, 좌초산업 지역으로 인식돼 지역이 인구절벽을 맞이하게 되는 악순환에 들어섰습니다. 이 모든 게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없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낳은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이런데 중앙정부는 아직까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취업교육, 직업소개 같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은 이제 그만두고 우리 노동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합니다. 거기에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무리하게 사람과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많은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산업은 민간기업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받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본에 의한 주먹구구식 난개발로 인해 그리고 수도권으로의 전력공급을 명분으로 이미 여러 지방의 환경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되고 지역주민들은 희생을 강요당해왔습니다.

이러한 희생 속에서 발전 산업은 언제든지 민영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은 산업용 전기를 싼값에 사용하며 배를 불릴 것이고 국민은 국가가 아닌 기업으로부터 전기를 사서 쓰게 되며 값비싼 요금을 부담하게 되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아닙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정을 위해, 발전 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재생에너지 또한 국가주도의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발전소 노동자들은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이를 알리고 함께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924기후정의행진에 이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모든 정책의 수립지인 세종청부청사에 직접 찾아갑니다.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일상을 멈추는 파업에 참여합니다. 이것이 우리 발전소 노동자들이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지키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에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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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KPS비정규직지회)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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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구

    무노동 무임금 무임승차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