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이정원 기자 |
오늘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UN은 1990년 12월 18일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채택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부터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지정했다. 2003년에는 세계적으로 20개국이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비준해 국제인권규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참담하다”, “부끄럽다”, “안타깝다”
▲ 이정원 기자 |
올해 2월에는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사건으로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되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11월에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만들었던 이주노동자들만의 노조인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지도부 3인이 ‘표적단속’되어 12월 13일 본국으로 강제송환 되었다.
정부는 11월 18일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단속절차 및 영장 없이 외국인 고용 사업장 등에 대한 출입, 조사권 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할 권리와 자유롭게 귀국할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가족을 동반할 권리, 국적 및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출생 아동의 국적 취득에 대한 권리, 본국 선거에 참여할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과는 거꾸로 가는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오늘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진행된 ‘이주노조 3인 지도부 강제추방 규탄! 단속 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 세계이주민의 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발언자들은 이런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하나같이 “참담하다”, “부끄럽다”, “안타깝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변론권’도 박탈당한 이주노동자들
11월 말 단속된 이주노조 간부 3인에 대한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강제출국된 3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참담했다”며 지난 12일 보호해제 요청이 기각되었으나, 이주노조 지도부 3인에게는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절차와 권리를 무시한 채 3인을 강제출국시킨 법무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자기 변론권’ 마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출입국 관리법 개정안’이 “남의 집과 일하는 공장에 함부로 쳐들어가 인간사냥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하고 있다”며 “불법체류가 의심만 되면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개정”은 “영장주의를 위반하는 것이고, 엄청난 사회의 후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의 신체자유를 구금할 때 영장을 먼저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사람의 신체자유를 구금할 때 영장을 먼저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법무부가 영장주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현실이다”라고 분노했다.
세계이주민의 날, “아침에도 조합원 등 단속돼”
▲ 기자회견 도중, 네팔노동자 민우씨의 단속소식이 전해지자 토르너 림부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이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이정원 기자 |
5일부터 3인 이주노조 간부의 석방과 이주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토르너 림부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UN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가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동두천에서 오늘 아침 7시에도 단속을 해 조합원 1명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단속되었다”며 “ 오늘이 이주노동자의 날인지 탄압하는 날인지,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무엇인지, 정부 탄압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라고 정부에게 물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상임대표도 거꾸로 가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마땅히 단결권,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지도부를 해산하면 흩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70년대 광부, 간호사들이 독일로 갔을 때, 독일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국제엠네스티 이문열 활동가도 “엠네스티가 조건없는 석방을 요구”했지만 강제출국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법무부는 인권에 대한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사회자는 다시 안타까운 소식을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전했다. 오전 의정부 단속에 이어,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동대문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으로 조합원이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참가자들에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