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조 모르게 홈에버 삼성테스코에 매각

노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으면 앞으로 운영도 어려울 것”

삼성테스코, 2조 3천억 원에 홈에버 인수...독과점 우려

재정압박에 시달리던 이랜드 그룹이 결국 홈에버를 매각했다. 비정규직 집단 해고 문제로 작년 여름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조합과는 대화도 하지 않은 채였다.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테스코는 14일, 이랜드리테일의 홈에버 전 매장을 1조 9천 5백 억 원에 일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테스코는 기존 67개의 홈플러스 매장에 홈에버 35개를 인수 단숨에 국내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시장점유율은 신세계 이마트가 38%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홈플러스 19%, 롯데마트 14%, 홈에버 11%이다. 이에 삼성테스코는 홈에버 인수로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게 된 것. 롯데 측도 홈에버 인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테스코가 인수 시장에 나서면서 무산되었다.

이렇게 되면 시장점유율 3위 안의 기업이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게 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된 상황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조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시장점유율 3위 이상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75%를 넘어서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업자에 대해 가격의 인하, 해당 행위의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홍콩증시 상장도 불발, 이랜드 그룹의 마지막 선택?

  이랜드 그룹은 작년 7월 비정규법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해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이랜드 그룹은 그간 심각한 재정압박에 시달려 왔다. 이랜드 그룹은 카르푸 인수 당시부터 매각 가격 1조 7천 5백억 원 중 1조 1천 6백억 원을 부채로 안고 있었다. 또한 카르푸 인수 당시 이랜드 그룹은 노동조합과 18개월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합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않을 것 등 고용안정을 약속했으나 인수 후 1년이 조금 지난 작년 7월, 비정규 법을 앞두고 18개월 미만은 물론 18개월 이상 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주화를 이유로 집단해고 했다. 이로 시작된 노동조합의 파업과 불매운동 등으로 이랜드 그룹의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홈에버, 뉴코아 매장의 매출하락 등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애초 이랜드 그룹은 뉴코아 강남점 매각에 나섰으나 인수에 나섰던 코람코자산신탁이 매각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리파이낸싱과 홍콩법인의 증시상장을 통해 자금 유입을 노렸으나 이도 불발에 그쳤다. 최근 사모펀드인 퍼미라로부터 4천억 원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카르푸 인수 당시 인수자금 5천 1백억 원을 지원했던 화인컨소시엄이 투자했던 자금 전부를 조기에 회수하기로 결정해 재정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홍콩법인의 증시상장 계획도 불발로 돌아갔다.

이랜드 그룹, 홈에버 매각 논의에 노동조합은 철저히 배제

이번 이랜드 그룹의 홈에버 매각 과정에 노동조합과의 대화는 없었다.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매각이 된 사실을 알았다”라고 당황해 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지난 달 홈에버 매각설이 흘러나오자 이랜드 그룹에 매각설이 사실인지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당시 이랜드 그룹은 매각을 전면 부인했었다.

카르푸 측이 이랜드 그룹에 매장을 매각할 당시 노동조합과 집중 논의를 가져가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집단 해고에 전국적으로 이랜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참세상 자료사진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테스코가 홈에버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고 나오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랜드 그룹이 비정규법을 회피하기 위해 집단 해고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에 반발해 이랜드일반노조가 파업을 벌이면서 해고된 노동자들, 각종 고소고발과 손배가압류 등 노사 간 해결해야 할 문제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장기파업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랜드는 다시 거듭날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파업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쥐고 있으며 직접 교섭에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호진 뉴코아노조 위원장 직무대행도 “이랜드 그룹이 단기적으로 자금압박을 회피하려고 하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악화된 재정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각 결정이 난 이상 삼성테스코 측도 이랜드일반노조와의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삼성테스코와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외치는 삼성 측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기 때문. 이에 대해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삼성 출신 경영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극심한 우려가 든다”라고 말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매각의 선결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삼성테스코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싶어하나 본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운영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오늘(14일), 홍콩원정투쟁 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박성수 회장이 교섭에 나와야”

한편,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오늘(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진행한 홍콩원정투쟁의 성과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회사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라고 전제하고, “박성수 회장의 오만이 장기파업 사태와 이랜드 그룹 경영 부실의 근본 원인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라며 “이랜드 그룹의 실권자인 박성수 회장이 지금이라도 노조 말살 야욕을 버리고 진정성 있게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홍콩원정투쟁단은 홍콩 현지에서 삼보일배투쟁과 철야노숙단식농성 등을 통해 이랜드 그룹의 문제점을 알려냈으며, 이랜드 그룹이 밝힌 홍콩 현지 사무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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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정요구

    사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시면 좋겠습니다. 노조의 거짓말을 그대로 싣는 것은 언론이 할일은 아니죠.

  •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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