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의 틈에서 어용노조 싹 텄다”

임성규 “지도부가 준 설탕이 민주노총 망쳐”

임성규 민주노총 비대위 위원장은 6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포럼에서 민주노총 혁신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 그가 내뱉은 혁신의 상은 민주노총의 조직구조와 조합원들의 의식, 조합원들의 지도부에 대한 신뢰의 회복, 그리고 전 사회적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인정을 다시 회복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남은 임기 한 달 동안 혁신의 기초를 위해 문제점들을 까발리고, 제기해 나갈 계획이란다. 현장과 지도부가 서로 침투해서 욕먹을 건 욕을 먹고, 바꿀 건 바꾸지 않는다면 혁신은 어렵다는 것이 임 위원장의 생각이다.


임 위원장이 밝힌 현재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은 초라했다. 그는 “프랑스는 200만 명이 파업에 들어가도 정부가 꿈쩍도 안하지만 96년 노개투 파업 당시 몇 만 명으로 지속한 파업으로도 정부의 정책을 바꿔낼 수 있었던 것은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의 반증”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지금의 민주노총은 아무리 많은 숫자가 파업에 돌입해도 그만큼의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혁신의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조합원들과 민주노총을 아끼던 사람에게도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는 것.

“어디까지를 혁신의 과제로 볼 거냐? 모든 걸 다 엎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핵심으로 민주노총을 어렵게 하는 것 중 내부 정파의 폐해가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제가 봤을 때는 정파의 폐해는 오히려 덜합니다. 정파의 폐해보다는 민주노총 내에는 오히려 보수 흐름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게 실리주의 노동운동이며 그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사실상 옛날 같으면 어용노조나 마찬가지인 집행부들이 탄생하면서 민주노총의 탈을 쓰고 있습니다”

그는 인천지하철 노조나 노사평화 선언을 하는 사업장의 지도부들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한국노총에 맞거나 노총 중앙도 필요 없이 이미 사용자나 정보기관에 연결이 돼 자기 팔을 잘라내면서 노사평화 선언을 하고 있는 사업장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어용노조의 싹의 여지를 준 것이 민주노총의 내부 정파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정파의 강령과 규약은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활동은 강령대로 하지 않습니다. 제가 속해 있었던 전진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1기 의장을 하고 탈퇴했습니다. 해산을 하자고 했지만 안 해서 결국 탈퇴를 했습니다”

정파가 근본 목적과 취지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집단을 장악하고 자기 노선을 관철하려고 패권적 활동을 하면서 대중이 떨어져 나가고 그 틈새에 어용이 들어왔습니다”

정파로부터 시작된 분열이기도 하지만 어용의 싹은 정파의 틈바구니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동운동의 보수화 과정을 설명했다.

10% 자르고 남은 예산으로 임금 더 받는 구조 정착

“운동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노동운동 전체가 조합주의 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을 투쟁대오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도부가 계속 설탕을 줬습니다. 87년 노동운동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데, 당시는 자본이 잉여금을 나눠줄 수 있는 토대였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같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97년 IMF체제에서 2007년 까지 87년 체제를 그대로 운영해 온 것이 결정적 문제라고 봅니다.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과 복지향상을 해줄 물적 토대가 없는데 노조는 계속 조합원들에게 그런 걸 따내 주겠다고 선전선동하면서 투쟁전선에 복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우리가 맨 날 싸워봐야 더 이상 얻을 건 없다’는 것을 이미 동물적 감각으로 더 잘 안거죠. 그 조차도 집행부가 못하는 거 같으니까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그 틈새에 노사 간에 협력을 잘해야 한다는 게 생겨났습니다.

실리가 뭔지 알기 시작한 거죠. 한 사업장에 노동자 10%를 잘라내면 그 예산으로 남는 사람들이 임금을 더 받는 구조가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는 조합원들은 IMF 이후에도 임금 인상이 계속 됐어요. 그런 투쟁을 해온 겁니다. 민주노총도 그런 투쟁을 깨지 못한 겁니다“


이렇게 성장해온 노동운동은 결국 민주노총의 모든 의사결정구조를 정규직 조합원들이 뽑은 대의원으로 구성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소수자, 약자, 비정규직들, 실업자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정책과 투쟁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만 아무도 싸우지 않는 그런 계획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런 식으로 계속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렸다.

“지도부는 선언하지만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 되면서 민주노조 운동의 근본 위기가 이미 닥친 상태에서 성폭력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민주노총이 하나의 보수 집단이 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직운영도 보수적으로 하게 되었다.

“‘몇 명 잘려나가고 비정규직이 들어와도 우리라도 좀 잘 살고 잘 먹어야지’ 라고 대놓고 말은 안합니다. 그러나 탄압으로부터 피해가고 싶고, 탄압이 쏟아질 때 복지부동하고 있는 수 많은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그런 집행부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체제를 지키고자 하고 가진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거죠. 그걸 확실하게 바꾸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뒤엎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될까 고민이 많습니다”

임 위원장은 이번 위기에서 특히 "소통해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집회로 민주노총 내부 간부들은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바깥은 여전히 민주노총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혁신위원회를 그저 위원회 하나 꾸려서 논의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식으로 꾸리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임 위원장은 당장 혁신의 상이 나올 것으로 보지 않았다. 3월 12일로 잡은 혁신대토론회는 그야말로 열린 토론의 자리로 만들 예정이다. 민주노총 조직 내외부에 간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일상에서 어떻게 반영할지도 고민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것도 일종의 보수화라는 설명이다.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총의 약점이 있으면 사건을 키우고 확대시켜서 흠집 낼 준비는 언제든 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걸 상쇄시키고 그런 언론이 떠도 눌러버릴 정도의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이겨 낼 수 없습니다. 혁신은 그런 정도의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짜임새 있는 계획과 안팎의 여론 수렴과 소통으로 자리매김 돼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당장 혁신위원회를 꾸린다고 그 성과가 난다는 기대보다는 시간도 걸릴 것이고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도 혁신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통합지도부에 대해서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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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 노동운동 , 임금인상 , 정파 , 혁신 , 어용노조 , 87년 체제 , 임성규 , 혁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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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단 제대로다.

    완전히 공감합니다. 이제사 진단을 제대로 하는군요.
    어용노조의 싹의 여지를 준 것이 민주노총의 내부 정파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주사파들이 지역에서 어용노조 위원장에게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행동하면서 위원장과 간부는 천상의 계급이고 일반 조합원들은 그들을 받치기 위한 들러리로 만든 것이 사실입니다.

  • 맺힌걸 들어줘야 해.

    일반 조합원과 전조합원,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그동안의 불합리했던 단위조합의 내용을 그어떤 내용이라도 받으십시요.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그동안 쌓이고 쌓인 (비리포함) 절규들을 들어보십시요.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아 좀

    ‘몇 명 잘려나가고 비정규직이 들어와도 우리라도 좀 잘 살고 잘 먹어야지’
    -> 문장이 모호함.
    민주노총 조직 내외부에 간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 간여? 관여

  • 뭐야?

    음, 옛 전진과 지금 전진을 구분해야 하는건가? 해산을 거부한 전진이 중앙파인거 같은데 그럼 임성규는 더이상 중앙파가 아닌건가.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