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직장폐쇄 배후는 현대차”...관련 문건 공개

“주간연속2교대 현대차 교섭이후로 미뤄라”...노자 대립 전면전 확산

충남 유성기업 직장폐쇄 사태의 배후에 현대기아차 자본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사태는 노동과 자본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속노조가 공개한 유성기업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 일부. ‘주간연속 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방향’이라는 문서는 유성기업의 주간연속2교대 합의가 현대기아차 주간연속2교대 교섭에 변수로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성기업의 주간연속2교대제 교섭이 현대기아차의 교대제 교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사관계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금속노조 KEC,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등의 사업장 노조 파괴시나리오와 비슷한 노조탄압이 유성기업에도 적용되면서 노동계도 이번 사태를 단위사업장 노사관계를 넘어 자본과의 전면전이란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현대차 자본의 협력업체 사업주 협박이 본질"

이번에 발견된 대외비 문건은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요령’과 ‘유성기업 주간연속 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방향’ 등의 문서로 지난 5월 11일 작성됐다.

문건은 지난 19일 오전 유성기업 사쪽이 용역을 고용해 정문을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대포차 돌진이 이뤄진 직후 경찰의 요구로 사내에 있던 현대자동차 총괄이사의 제네시스 차량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문건 작성자는 유성기업으로 돼 있으며, 외부유출이 안 되도록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유출될 경우 유출 당사자를 강력조치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중 ‘주간연속 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방향’이라는 문서는 유성기업의 주간연속2교대 합의가 현대기아차 주간연속2교대 교섭에 변수로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 시행 전 ‘선시행’ 노사합의 방지나 ‘현대차 시행 후 3개월 내 시행 추진’ 등의 예시를 협력업체가 추진방향으로 제시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부분은 원청인 현대기아차의 구체적인 개입 없이는 작성되기 어렵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이 문건의 내용을 놓고 “현대기아차 부품 협력업체의 노동시간 단축 합의로 현대차 노사 교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개입하고 차단 할 필요성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대차 자본이 스스로 노사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를 유리하게 비껴가기 위해 협력업체에서 먼저 시행되려는 것을 사전에 끊고 협력업체 사용주를 먼저 협박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노총, 진보정당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사쪽은 이미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하기도 전 부터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용역투입, 채증, 관계기관과의 관계 등을 다 준비했다”며 “사전단계부터 노조 파괴를 위해 지노위 대응, 파업 찬성률 낮추기. 실제 용역투입 공장점거. 공권력투입요청 시나리오까지 다 작성해 놨다”고 설명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더 심각문제는 현대차 그룹의 태도”라며 “현대기아차가 협상중이기 때문이 유성기업에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 시간을 지연하라고 권고하고 예시까지 줬다. 이런 현대차의 입장에 따라 유성기업의 원만한 노사관계는 상식을 벗어나 대포차 돌진 행위로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또 “현대차의 부당개입과 부당한 원하청 관계가 경악할 수준인데도 이것을 비호하기 위해 공권력이 투입되면 모든 세력과 연대해 투쟁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치밀한 준비”..노동과 자본 전면전 양상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유성기업 직장폐쇄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신속한 대응을 지목했다. 경총은 22일 신속한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유성기업 노조가 완성차 생산직보다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완성차 업계도 실시하지 않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직장폐쇄 중에도 불법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있다”고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다.

유성기업이 18일에 공격적으로 직장폐쇄를 하고 자동으로 합법파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단 5일 만에 사용자 단체들이 대거 나서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는 것은 경총과 자동차협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했다는 주장이다.

또 유성기업 파업 불법성 여부도 논란이다. 사용자 단체와 일부 보수 언론이 불법파업이라고 하지만 유성기업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를 받고 파업찬반 진행 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합법파업이라는 게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정훈 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유성기업 조합원)은 “유성은 52년 동안 자동차 부품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회사로 주간연속2교대 요구안은 3년 전부터 교섭하자고 합의한 내용”이라며 “그 내용을 가지고 12차 까지 교섭을 했고, 노동조합은 지노위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했다. 파업 돌입도 하지 않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일인 18일 20시에 사쪽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폐쇄와 동시에 폭력깡패로 조합원들 내몰았다”며 이번 투쟁이 합법임을 강조했다.

KEC,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노조 파괴 시나리오와 유사
금속노조 “더 밀리면 끝” 전면전 불사


무엇보다 종업원 743명 중 금속노조 조합원은 570명 정도인 중견 부품사 노사관계가 자본과 노동의 전면전 양상으로 나타나는 데엔 주간연속2교대제 외에도 '금속노조 와해'라는 사용자 단체의 두 가지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속노조는 작년 경주 발레오만도, 구미 KEC, 대구 상신브레이크 등 각 지역 금속노조 구심 사업장에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작동 했던 것과 이번 유성기업 사태를 유사하게 보고 대응하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유성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지역 전면 파업을 준비하기 위해 대전충남지부가 합동 운영위를 개최하고 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도 유성에서 진행하며 전면전을 대응하고 있다. 박유기 위원장은 “발레오, KEC, 상신브레이크 직장폐쇄 등 모두 유성과 시나리오가 똑같다. 더 밀릴 수 없다”고 밝혔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유성기업의 노조 와해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문건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노동부는 유성의 공격적 직장 폐쇄와 부당노동행위 특별관리 감독을 지시하고 사쪽을 사법처리 해야한다. 지극히 합법적인 파업현장에 공권력 투입은 노동기본권 제약임을 명심하고 공권력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번사태의 배경엔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정책과 현대기아차 자본이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뛰어넘어 하청업체의 노사관계까지 직접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총연맹 차원의 총력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