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TA 이행법 효력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같은 법 놓고 전혀 다른 주장...각 주장 검증 필요한데 끝장 안보고 끝장토론

17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주최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끝장토론에서 미국 의회를 통과한 한미FTA 이행법의 미국 국내법적 효력을 놓고 전혀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의 찬성과 반대 쪽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검증 하자는 끝장토론 조차 주장만 듣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0월 13일 미국이 한미FTA 비준안을 이행법안 형식으로 통과시켜 이행법안의 효력 논란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미FTA 끝장 토론

한미FTA 조약이 미국법과 충돌할 경우 조약의 효력을 무효로 하는지 아닌지 여부와 미국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해도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놓고 주장이 갈렸다.

이날 외통위 토론에는 찬성 쪽인 정부대표로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FTA 교섭대표와 이재형 고려대 법대 교수, 반대 쪽은 송기호 변호사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외통위 법안심사 소위 위원들이 5대 쟁점을 정해 돌아가면서 질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미국의 이행법 효력논란을 두고는 찬반 양쪽 모두 국제법 적용 방식과 미국법체계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아 누구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토론자 상호토론이 아니라 각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은토론자들에게 토론보다는 ‘예’, ‘아니오’로 대답하게 해 끝장토론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반대쪽 토론자로 나온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의 FTA 이행법에는 미국 법률과 어긋나는 한미FTA 조약은 무효이고, 그 적용도 무효라고 돼 있다”며 “이행법 102조는 미국법이 한미FTA 조약보다 우선이라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주법이 한미FTA에 어긋나도 무효가 아니며, 한국의 개인이나 기업은 미국정부에 FTA위반이라고 이의제기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며 “미국의 이행법은 미국 헌법이 정한 조약의 의무를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부여하지 않았다. 똑같은 FTA가 한국에선 법률의 지위이지만 미국에선 법률보다 못한 지위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국내법을 바꾸지 않는 한 한미FTA로 한국 기업보호는 어렵다”며 “미국 헌법 2조는 상원 2/3 찬성 조건으로 조약을 통과 시킬 수 있고 그렇게 통과된 조약은 미국의 최고법 지위를 받는다. 별도로 따로 미국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이 자체로 미국 국내법으로 적용받는데 문제가 없는데도, 효력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헌법상 조약으로 처리하지 않고 이행법을 따로 만들어서 한미FTA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에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조약을 미국에게만 유리하게 이행법을 만들어 편법으로 통과 시켰다는 지적이다.

반면 찬성 쪽 토론자로 나온 이재형 고대 교수는 “미국은 조약이 국내법으로 수용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며 “한미FTA는 미국 의회가 자신의 협상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고 사후 승인을 한 방식이다. 국제조약이 법이 아니라는 것은 형식논리로 분리된 것이지 법이맞다. 미국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틀린 얘기”라고 반박했다.

최석영 외통부 교섭대표도 “미국은 모든 자유무역협정이 행정형태라 추가적인 법안이 필요해 이행법안이 필요하다. 편법이나 예외조항이 아니”라며 “이미 오래전 국제법 교과서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 연방법이 협정과 합치가 안 되면 협정상대국은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미국은 한미FTA 협정에 따라 이행하도록 돼 있어 패소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찬성 쪽과 반대 쪽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도성 질의도 나왔다.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송기호 변호사에게 “미국의 이행법은 한미FTA 협정 그 자체를 이행하겠다는 법이 아니냐?”고 물었고 송 변호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이재형 교수에게도 “미국에서 이행법을 만들면 협정한 조약 내용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법 아니냐?”고 물었고 이 교수도 “미국법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유도성 질문에 송기호 변호사는 “FTA 이행법이 한미FTA를 이행 하겠다는 법이지만 한미FTA 내용과 어긋난다”며 “한미FTA 협정문은 미국 정부가 협정을 위반할 경우 제소를 전제로 하지만 이행법에는 미국에 있는 한국기업이 미국정부를 제소하지 못하게 돼 있다. 형식상은 이행이지만 그 내용은 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또 “이행법 102조에는 기존 어떤 미국법 개정이나 수정을 할 수 없게 했다. 구법이 우선이라는 것이 102조에 명시적으로 나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송 변호사의 반박에 최석영 교섭대표는 “송기호 변호사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토론 주제는 중소상인 보호 장치나 쌀 추가협상 여부 등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FTA 쟁점이 서로의 주장만 강조하고 검증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자 비준 반대쪽 토론자들은 제대로 된 끝장 토론을 보장하라며 오후 토론 도중 퇴장했다. 이날 토론은 의원 1명당 3분의 시간을 줬고, 의원들이 질문 시간으로 1분 30초에서 2분을 사용하면 토론자는 1분 30여초 내외로만 대답해 쟁점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