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인사로 시작된 강남구청의 계고장을 받은 노점상이 분신을 시도했다.

강남구청은 9일, 핵 안보 정상회의를 전후한 기간 동안 강남구내 노점상들의 영업중지를 고지하는 계고장을 발송했다. ‘자율 영업중지’ 기간에 영업을 중지하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를 병행할 예정이라는 경고도 포함돼 있었다.


계고장이 발송 된지 이틀만인 11일 밤, 수서역 일대의 노점상자리에 구청이 노점을 펼 수 없도록 돌 화단을 설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점상들은 밤을 새워 자리를 지켰으나 강남구청은 노점상들의 눈을 피해 총 10개의 돌 화단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돌 화단을 확인한 노점상들은 날이 밝자마자 강남구청을 찾아 항의하고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점상이 분신을 기도했으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빠른 저지로 불을 붙이지는 못했다. 한 전노련 회원의 말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분신기도에 실패한 그를 방화 시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신고해 그는 현재 경찰조사 중에 있다.

강남구청은 지난해부터 이른바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의 일환으로 관내의 노점상들을 단속, 철거해왔다. 9일엔 자율 영업 중지 기간이 명시된 계고장이 배포됐으나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던 자리엔 수 백Kg의 돌 화단들을 놓아 ‘자율 영업중지 기간’이 지나도 장사를 재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강남구 관내엔 총 100여개의 돌 화단이 설치됐다. 모두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던 곳이다.

노점상들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통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노점을 단속한다는 강남구청의 명분은 핑계일 뿐이고,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핵 안보 정상회의’에 오는 나라밖의 사람들에게 노점상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 진짜 이유라고 말한다.

실제로 강남구 일대에선 지금 ‘핵 안보 정상회의’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강남경찰서는 ‘민생치안대책’을 내놓아 정상회의 기간에 ‘노숙인풍’의 사람들을 관내에서 사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강남구청의 이러한 ‘국제행사용 빈곤감추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도 노점상들과 노숙인들을 강력하게 단속했다.

이에 노점노동연대와 전국노점상총연합은 ‘핵안보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노점 싹쓸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구청의 무자비한 노점 철거와 빈곤감추기를 규탄하고 나섰다.


신언직 통합진보당 강남을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뒷길에 즐비한 룸살롱에 드나드는 이들은 용서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노점상들의 생존권은 탄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노점상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 해 노점상에 대한 탄압을 중지 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어 “싸우지 않으면 지키지 못한다. 투표는 날짜 맞춰서 하면 되지만 생존권은 지금 당장 싸워서 사수해야 한다”고 말해 노점상들의 생존권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선 강남구청의 비리의혹도 제기됐다. 강남구청이 제시한 ‘규격 노점 박스 사업자’의 선정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성추행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강남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구청사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2일 새벽, ‘수서역 돌 화단 기습 설치’를 주도했던 한 공무원은 실랑이 중에 “내 땅에 내가 화단 설치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해 참가자들이 격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참의 실랑이에도 이들은 끝내 구청장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강남구청장과의 철거중지, 사과를 요구하며 강남구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15일에는 선릉역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