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해당 개정안은 에너지 대기업들을 비롯한 직도입 사업자의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야당과 시민사회, 노동계는 대기업의 국내 가스산업 지배를 강화시키는 우회적인 민영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3일부터 ‘가스민영화법’ 법안심사소위 개최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여야가 대치하면서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오는 3일부터 ‘도시가스사업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한다는 방침이어서 또 한 번 가스민영화와 관련한 논란이 불붙을 전망이다.
법안심사소위 개최 하루 전인 2일,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가스산업 민영화법 저지를 위해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법안심사소위가 개정안을 계류 또는 폐기시키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위 법안심사소위는 여야가 5:5로 대치 중이다. 홍일표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 5명, 박완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명, 정의당 소속 김제남 의원 등 총 10명이 소위원회에 들어가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그동안 가스민영화법 저지 입장을 밝혀 왔다. 때문에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의 입장 차이로 합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에서도,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여야가 절충안을 통해 일정부분 법안에 합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장 이견이 첨예한 ‘제3자에 대한 직도입 사업자의 천연가스 판매 여부’를 가스공사에만 한정시키는 등의 방안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국회는 워낙 변수가 많고, 대기업들이 여, 야당을 상대로 압력을 넣는 부분이 있어 내부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스산업, ‘에너지 재벌’이 점령하나...요금 폭등, 수급 불안 우려
국회에 계류 중인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가스 직도입 사업자가 천연가스를 수입해 해외 판매나 제3자인 도매사업자 혹은 타 직수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이는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운영해 왔던 국내 가스 판매 시장을, ‘에너지 재벌’이라고 불리는 SK나 GS, 포스코 등에게 넘기겠다는 취지다. 결국 가스산업이 전면적인 완전경쟁 체제로 진입하게 되는 과정인 셈이다.
가스공사와 여당 등은 국내 가스 판매 시장을 민간업체에 열어줄 경우, 민간업체가 이윤을 목적으로 더 싸게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들여오기 때문에 값싼 가스가 공급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 노동계의 설명은 다르다. 에너지 대기업들이 단계적으로 국내 가스산업을 지배하게 되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가스 요금 폭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가스산업이 민간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 가정용 가스요금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가스산업 민영화가 심각한 수급불안을 야기 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국가 전체의 천연가스 수요가 정해져 있지만, 직수입 사업자가 임의로 수입 물량을 조정할 경우 국가 전체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직도입 사업자는 수급관리 의무 이행보다는 이윤의 관점에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급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직도입 사업자가 수급을 포기하면서, 그 피해액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졌던 전례도 존재한다. GS 3사(GS칼텍스, GS EPS, GS파워)는 지난 2004년 6월, 천연가스 직수입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유가인상 등으로 시장여건이 불리해지자 직수입을 포기했다. 이후 2007년, 가스공사는 GS의 직수입 포기에 따라 96만 톤을 스팟 구매하면서, 국민들은 20년간 총 934억 원을 추가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가스공사지부는 “요금폭탄으로 가정용 가스요금은 2배 이상 비싸지고, 한겨울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정해져 가스공급 중단이라는 참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가스산업 민영화가 가져올 폐해를 알면서도 법안 통과를 강행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과 국민 불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