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최근 미국에서 한 학생이 자신의 홈페이지 내용을 둘러싸고 학교당국

과 갈등을 빚은데 이어 법적 공방까지 벌여 사이버 자유의 범주에

대한 논쟁이 미국사회의 초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 주법원은 가상 부음기사 등이 실린 홈페이지를

만들어 학내에 소란을 일으킨 학생에 대해 학교당국이 내린 5일간의

정학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문제가 된 웹사이트를 개설한 학생은

워싱턴주 켄트레이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닉 엠넷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잭이 성병으로 죽었다는 가상의 부음기사를 자

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가짜 부음기사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

어 사이트 방문자들에게 다음번 죽을 사람을 온라인 상에서 투표하도

록 했다. 심지어 이 학교의 딕 캠벨 교장이 다음 차례에 죽을 사

람이라는 내용이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이 웹사이트가 지역 방송

뉴스에 소개되자 학교당국은 그에게 학교를 소란스럽게 했다는 이유로

정학 징계를 내렸다.

이에 반발한 엠넷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친구와 장난으로 시작한

일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법원은 조사 과정에서 그가

타인에게 위협을 가할 의도를 가졌거나 실제로 위협한 증거가 부족하

다고 결론내렸다. 법률전문가인 마이크 히스탠드는 “엠넷은 학교 밖

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자유

를 규정한 연방 수정헌법 1조의 적용을 받아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에 대한 비방

,음란행위,저작권 침해 등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명백한 요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학교 당국의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는 “학교당

국은 학교 안이든 밖이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합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학교측의 행위를 옹호했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미국에서 종종 발생해왔다. 지난해 맨해튼의 한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서 학교당국은 우브리아코라는 학생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학생의 본분

을 벗어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며 그의 부모를 소환,이에 반발한

학생의 부모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모측 변호사는 “학칙에

학생의 개인 홈페이지를 제한하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며 표현의 자

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조지프 코헨교장

은 “학생의 웹사이트에 ‘심각한 내용’이 있으며 이는 가톨릭 정신

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들이 지난 해에만 20여건이

나 발생해 학생들의 개인 홈페이지를 둘러싼 학교당국과의 마찰은 갈

수록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타인에 대한 중상및 명예훼손등과 관련한 소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이같은 논쟁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이번 ‘엠넷판결’이 미국사회에 미칠 파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표현의 자유 보장’에 힘이 실리기는 했지만 규제논쟁

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충남기자>

*美학교 총기사고 이후 '검열'강화

지난해 세계를 경악케 했던 미국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고이

후 학교당국은 학생들 홈페이지에 대한 검열을 강화해왔다.총기 살해

범중 한명이 군사관련 웹사이트에서 폭탄 제조법을 배우고 사고 전에

웹에서 총기사고에 대한 협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이후에

도 인터넷에서 총기 사고 협박을 하는 모방범죄가 잇따랐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컬럼바인과 같은 대형사고 외에도 크고 작은 총

기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학교당국은 더욱 엄한 규율을 학생

들에게 적용하고 있다.이에 대해 이번 ‘엠넷판결’을 내린 쿠겐누판

사 조차도 “웹사이트들이 학생들의 폭력적인 성향을 부추기는 수단으

로 이용되고 있다”며 학생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당국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학생들의 홈페이지에 대한 학교측의 검열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당국과의 마찰도 증가,이에 대한 불만을 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서 학교측 비난 등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의 학생

들은 18세 이하 인터넷 이용자가 98년 말 17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었다.또 이에 비례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 숫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