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기계 대법판결 의미와 문제점>
‘절차’ 어겨도 파업은 부당하지 않다
찬반투표는 노조내부의 민주성확보 과정일 뿐…
양보하더라도 따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
이번 판결은 쟁의행위 절차에 관한 것으로 대법원은 그 동안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 자리에서 그러한 요구를 거부했을 때 쟁의행위를 개시해야 한다. 찬반투표 등 절차를 위반했어도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납득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인정되면 전체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잃지 않는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누1904 판결 등)”고 판결해 왔다. 이번 판결도 기본적으로는 위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차를 위반했다는 사정을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고려하는 것은 부당하다.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의 찬반투표는 조합내부의 의사형성 즉 내부 민주성확보에 관한 것이지 쟁의행위가 정당하다는 대외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을 고려한다 해도 민주적 결정과 자주적 운영을 특별히 강하게 침해하는 사정이 없다면 그 이유만으로 쟁의행위 자체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노조법상 벌칙의 제재를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절차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역시 노사문제도 아닌 노조내부의 문제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으로서, 쟁의권보장의 자유권적 측면으로서 인정되는 국가의 중립의무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설사 판례의 입장에 따른다고 해도 만도기계 사건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찬반투표라는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첫째, 재벌경영의 폐해로 흑자부도가 난 상황에서 그 부담을 임금삭감, 정리해고, 체불임금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사용주에 맞서 생계확보를 위해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급박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이 상황에서 노조는 조합원 대다수가 참여한 총회를 거쳐 투표가 아닌 전체 동의 방식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셋째, 이후 파업에 대다수 조합원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결의대회는 총회로 볼 수 없고, 규찰대를 조직해 이탈자를 색출하고 선봉대가 사업장 출입을 통제하여 파업참가를 강제하였으므로 파업참가 인원만으로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하였다고 추정할 수 없고, 규찰대 등은 수단방법에 있어서도 강제수단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규찰대란 시설파괴와 물품도난을 막고, 파업대오의 질서와 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고, 선봉대가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구사대, 경찰 프락치 등 외부 파업파괴자의 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규찰대 등을 한국전쟁 당시의 살벌한 그 무엇으로 이해한 것인지, 노동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릇된 판단을 하였다.
그리고 행정위원회에 불과한 노동위원회가 법적 근거도 없이 내부규정에 따라 ‘권고’라는 행정지도를 한 것에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단체교섭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임금체불과 정리해고라는 노동자의 긴박한 사정, 네 차례의 교섭 요구에도 사용자가 이를 거부해 쟁의에 이르게 된 경위와 사용자쪽의 태도, 노조가 쟁의시기를 그 때로 잡은 동기 등을 볼 때 객관적으로 진전이나 원만한 타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더 교섭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허가권한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덧붙여 시행령 제17조에 규정한 사전신고제도는 쟁의행위에 대처할 행정상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위반에 대하여 벌칙규정도 없으며, 사전신고위반을 쟁의행위 자체의 정당성 판단의 사정으로 고려한 것은 부당하다.
이번 판결은 결국 대전지방법원이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이 심리미진과 법리오해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법원의 노동문제에 대한 낮은 이해수준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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