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주민들이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의 명소’로 내세운 광고를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SKT가 지난 10월 28일 공개한 ‘한국을 넘어 세계와 함께’ 쓰기 광고에는 데이터센터를 “세계의 AI들이 찾아오는 대한민국의 명소”로 소개하는 카피가 사용됐다. “전 세계가 함께 쓸 만큼” 큰 시설을 짓겠다며, 반도체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이 이제 지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담았다.
메가특구특별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의 이영경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환경적인 부담이나 에너지에 대한 부담은 싸그리 무시되고, 아예 숨겨놓고 만들어진 광고”라고 비판했다.

전국 15GW 추진…해외 AI 수요 끌어올 전기와 물은 국내에서
SK는 지난 6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2029년부터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고, 2035년까지 총 15G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과 부지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의 전력망과 반도체 공급망을 앞세워 해외 AI 수요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울산에서는 SK가 데이터센터를 짓고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국내 고객에게 AI·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SK는 15GW 사업으로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에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AI 연산 수출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은 ‘모두의 AI’라는 표현에 대해 “누구나 사용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공공적인 건 아니다”라며 “마치 공공적인 것처럼 포장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SK가 제시한 15GW의 전력을 1년 내내 사용한다고 단순 환산하면 연간 131.4TWh다. 서울시의 2024년 전체 전력 사용량인 50.35TWh의 약 2.6배다. 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투자비는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에 얹힐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를 위한 발전·전력망 투자비를 전체 이용자에게 나눠 부담시키면 다른 소비자의 전기요금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은 서버를 식힐 때뿐 아니라 전기를 생산할 때도 쓰인다. IEA는 물 사용을 줄이는 냉각설비가 전력을 더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두 자원의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는 환경 영향을 사업 초기부터 검토하고 재생에너지와 고효율 냉각 기술 등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6월 15GW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체 시설이 사용할 물의 양은 밝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소음·전기요금·물 때문에 반대하는데
SKT가 AWS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짓는 울산에서는 울산시민연대가 지난해 공개 질의서를 통해 전력망 부담과 송·발전 비용 증가가 시민에게 미칠 영향을 울산시에 따져 물은 바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당시 냉각수 사용량과 재활용·방류수 관리계획을 공개하고, 전력·물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을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알리는 제도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광고 공개 8일 전인 지난 10월 20일에는 서울·인천·과천의 5개 지역 주민대책위가 환경·시민단체와 데이터센터 건립계획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냉각설비의 소음·폐열과 비상발전기 배출가스, 배터리 화재 위험 등을 검증하고 전력 사용량과 공급계획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주민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은 채 인허가를 진행하는 절차도 문제 삼았다.
해외에서는 전기요금과 물 공급, 소음 문제를 둘러싼 반발이 데이터센터 개발 중단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수백 명이 주청사 앞에 모여 주민 보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스페인 사라고사에서는 지난해 9월 250명이 넘는 시민이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물 사용에 항의하며 “데이터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이 산업이 발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형태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메가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광고가 그것을 뒷받침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그런 문제들을 전혀 고민하지 못하게 하는 광고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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