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판원 등 무늬만 ‘자영업자’
근로자성 인정토록 관계법 고쳐야
보험설계사, 외판원, 배달원…. 이들을 자영업자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실제로는 노동자지만 사용자는 이들을 자영업자로 ‘위장’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위장자영업자가 생겨나는가. 사용자가 노동보호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사실상 기업의 필수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직접 고용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대신에 사업자등록을 하게 한 뒤 도급, 위촉, 촉탁 등의 형식으로 노동력을 이용한다. 이처럼 독립된 사업자의 모양새를 띄고 있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에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으로서는 고용계약을 맺음으로써 노동력 관리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는 독립된 사업주로 만들어 경쟁을 부추기는 게 훨씬 유리하다.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학습지교사, 학원강사 등이 받는 임금은 실적에 따른 수당의 비율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임금을 더 많이 받자면 스스로 기업의 이윤을 불리기 위해 힘쓰게 된다. 더구나 경쟁적으로 고객을 유치·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관리를 위한 비용을 자신이 대며, 자본으로서는 자신이 들여야 할 비용까지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된다. 또한 해고가 어려운 고용계약이 아니라 양쪽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탁도급계약으로 손쉽게 노동력 유연화를 이룰 수 있는 이점도 있다.문제는 이 방식이 고용관계를 감춘다는 데 있다. 즉,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고용관계임에도 고용주는 그것을 책임지지 않는다. 반면 노동자는 노동법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또는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인, 화물차나 레미콘 등의 지입차주 등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판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통적인 지휘명령성이나 사용종속성을 지나치게 고려함으로써 근로자 개념을 형식적으로 판단하고, 근로자를 비좁게 인정한 판례다. 즉 취업과 고용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이 예전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에서 간접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보수적 속성에 비춰 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규정을 개정해 노동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근로기준법 14조2항에 ‘독립사업자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에도 특정사용자의 계산으로 또는 특정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어 그 업무를 수행하고 대가를 얻는 경우에는 근로자로 본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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