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용인’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가사사용인’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근로기준법 제14조(근로자의 정의)에는 “이 법에서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10조에는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가사사용인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민법의 고용계약 관련규정이 적용된다. 또한 가사사용인에게는 최저임금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명칭도 가사노동자, 가사근로자도 아닌 가사사용인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쓰면서 왜 법적용에서 일찌감치 제외시킨 것일까?
노동법 해설서들을 보면 “가사사용인이란 가정부, 파출부, 유모 등 일반 가정의 가사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가리킨다. 주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고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의 규제에 관하여 국가의 행정감독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가사사용인인지의 여부는 가정의 사생활에 관한 것인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근로의 장소, 종류 등을 그 실제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가사와 다른 업무를 겸하는 경우에는 본래의 주된 업무가 어느 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사사용인의 대표적인 이름, 파출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해도 일당 4만원이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파도 직업병 인정을 받을 수 없고 어느 날 갑자기 부당하게 해고되어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똑같은 설거지 노동을 해도 식당이냐 가정집이냐에 따라 권리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정집에 고용된 같은 운전기사라도 쇼핑을 돕는다면 가사 사용인이요 출퇴근이나 업무관련 운전을 주로 하면 근로자인 것이다.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없다고 보지만 굳이 찾아본다면 가사노동 자체를 유급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제활동으로도 인정하지 않는 데에 있지 않을까.
재정경제원은 무급가사노동 가치가 연 1백36조원이며 GDP의 25.9%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추정된 가치일 뿐이다. 전업주부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집안 일은 경제활동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그런데 공장이나 농장에서 취업하여 일을 하되 보수를 받지 않고 가족 일을 도우면(1주 18시간 이상) 무급 가족종사자로 불리지만 경제활동으로 인정되어 취업자로 분류된다. 결국 노동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기준은 보수를 받느냐, 안 받느냐도 아니고 가족이냐 아니냐도 아니다. 가사노동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유급노동으로 인정하는 문제도 시급하지만 우선, 임금을 목적으로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가정에 고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도 설득력이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들이나 복지기관 직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은 당연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는 시점에서 국가의 행정감독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더욱 더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국가의 행정감독은 가장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사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용 제외는 성차별이다. 가사노동이 노동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없는 한 국가는 임금을 목적으로 고용된 가사노동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즉각 보장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즉시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제외규정을 삭제하라!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