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도에 따라 출렁이는 남북관계

임필수/사회진보연대 정책부장

8월 8일 미 국무부는 북한과 제네바 합의의 이행, 미사일계획의 검증 가능한 억제, 그리고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감축 등의 의제에 관해 협의하길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라도 대화할 태세가 되어 있다면서, 지난 6월 6일 부시대통령의 북미대화 재개 선언 당시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 역시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이 북미대화의 최우선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미사일 검증과 재래식 전력 감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현안들이 불거진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

먼저, 현시점에서 제네바합의 이행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는 이유는, 경수로 건설공사의 지연으로 인하여 미국이 2003년까지 핵심부품들을 북한에 인도하기로 한 약속이 지켜질 가망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2003년은 핵심부품이 인도되는 해이자, 동시에 동결된 흑연감속로를 완전히 해체하고 1994년 이전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비롯해 ‘과거핵’을 규명하기 위한 IAEA의 핵사찰 작업이 시작되는 해이다.) 그러나 미국은 경수로 건설이 늦어질 경우 보상에 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면서, 현재까지는 북한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붕괴론’ 혹은 ‘연착륙론’ 등을 내세우면서 경수로 건설 작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미국은 2000년 베를린선언 및 정상회담에서의 남북간의 암묵적인 합의 중의 하나였던 남한의 대북전력 지원 문제를 끌어들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남한의 전력지원을 대가로 경수로 건설 지연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전략인 것이다.

또한, 북미 미사일협상의 문제에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 발표 이후 클린턴정부 당시, 북한과 미국은 이미 장거리 미사일 관련 부품 및 기술의 수출, 그리고 특정 사거리의 미사일의 자체 실험 및 생산의 중단 문제에 관해서는 대체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미해결된 문제는 이를 미국이 북한 지역에 직접 들어가 검증하는 문제와 일본을 겨누고 있는 약 100여기의 노동미사일의 해체 문제였다. 이는 여전히 큰 갈등의 소지를 남기고 있지만, 미국은 일단 노동미사일 문제만큼은 (북한의 식민지배 보상 요구가 걸려 있는) 북일수교 협상과 연계하여 해결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래식 전력 협상 문제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력 재조정 구상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자체적으로 1990년대 초반 입안된 win-and-win 전략을 축소조정하고, 첨단 군사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에 배치된 10만명의 병력 및 기지를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자신의 대북협상 카드를 ‘낭비’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바, 이를 북한의 재래식전력 감축과 연계하여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찾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 북미대화의 교착상태는,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북한의 경제난 심화를 지렛대로 삼아서, 동아시아에서의 정치군사적 패권을 안정화하려는 미국의 태도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자신의 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햇볕정책이 ‘화해와 협력’를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통일에 이율배반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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