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보론> 공황은 세계화되고 있다!! (2)

2. 한국의 공황―외환시장에서 금융시장으로,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으로!

1월 29일자(뉴욕시간으로는 1월 28일)로 초국적 금융자본과의 단기외채 구조

조정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리고 국내 지배세력은 한시름을 놓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시장에는 희색이 돌고 있다. 금리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공

황은 끝난 것이 아니다. 아니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공황

이 터져 나오던 당시의 구조적 모순이 아직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

황을 통해 해소해야 할 자본의 가치 감소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

런데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심리적 변화를 반영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또

투기성 해외자본들이 현재의 높은 환율, 낮은 주가 상태에서 우량 주식들을 구

매하는 것이―비록 앞으로 공황이 심화되는 경우라 할지라도―유리하다고 보아

서 매수에 나서고 있는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따름이다.(약 10억 달러의 투기

성 자금이 들어왔다)

공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은 국제 금융 시스템의 기능 정지를 야기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국경제의

공황을 관리하면서 애초에 달성하고자 했던 자신들의 이해관계―신자유주의 패

러다임으로의 교체―를 관철시키는 방향에서 집요하게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

요하는 감독 정책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경제의 금융부문에 대

해 대내외적으로 그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외환시장 및 금융시장의 파국―은

세계경제의 원만한 운행을 위해서, 또 안보상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유리하지 않

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것을 무기로 삼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외 금융거

래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않고자 약간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단기외채 구조조

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잇속도 챙기고 패러다임 교체도 관철

시키면서! 그 이상으로 공략의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공략 기조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이같은 사실은 무엇보다도 IMF

의 긴축 강도, 미국의 구조조정 강요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에

대한 고찰로부터 공황의 진행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1>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움직임

IMF-미국-초국적 자본은 지난 1월 29일 외채 구조조정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제 위기를 한고비 넘겼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깔아뭉개기라도 하듯이 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이는 조치를 강요했다. 금년도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율을 1%로

더욱 낮출 것을 강요한 것이다.*주1) 이 수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른바 거시경

제지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내총생산이 어떻게 되느냐이다. 작년 12월에

신탁통치 협약을 맺을 당시 2.5%냐 3%냐를 놓고 정부측과 IMF측이 서로 다르게

발표하여 논란을 빚었던 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어느새 그것이

1%로 하향조정되었다. 이 수치로 “합의”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국내총생산이

성장이 아니라 축소될 것을 강요했음을 의미한다.

정권과 지배세력 측은 단기외채 구조조정에 협력을 얻어내고 외환위기의 재연

을 막아보겠다는 일념에서 이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을 살리기 위

해서 금리에 대해 IMF측과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25∼30%대의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직면할 것이므로 10%대로

낮추어 달라고 재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배세력이 이제 “재협상”이라

는 말을 쓰고 있다. 재협상이라는 말을 하면 국수주의자라고 몰아세우던 그들이

이제 죽을 지경이 되니까, 초국적 자본이 조금 숨통을 터 주는 듯 하니까, 그런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GDP성장률이 1%에서 상향 조정되지 않

는 한 그것의 하위 변수인 금리를 낮출 수 없을 것이다. (금리를 낮춘다는 것

은 긴축을 완화한다는 것이고 성장률을 높인다는 것이므로!) IMF측은 부실한 기

업들을 무너뜨리기까지는 고금리를 계속 유지시킨다는 입장이 확고하다.*주2)

그들은 한국경제의 정상적 운행을 위해서, 한국경제를 살려주기 위해서 고금리

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수지를 개선시키고,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고금리를 강요한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고삐를 틀어쥐고

기업들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강요하기 위해서, 패러다임을 교체하

기 위해서 초긴축을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이러한 요구가 충분히 관철

될 때까지 고금리와 통화.금융긴축은 바뀔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입장과 태도는 선진 13개국과의 협조융자 교섭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

다. 미국은 80억 달러의 협조융자를 제공하는 조건으로서 고금리, 정부지급 보

증, 외국인의 적대적 매수.합병 허용, 외화통계 수시 공개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루빈 재무장관은 나아가 “미국의 협조융자 지원을 위해서는 이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말하며 노동시장 유연화, 재벌개혁 등 포괄적인 개혁

을 밀어붙일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2> 금융 부문의 공황

이렇게 되면서 공황은 금융부문의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 IMF-미국-초국적 자

본은 은행이 도산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붕괴되는 것을 피하는 것

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었지만 금융부문을 개혁하고 장악하겠다는 의사를 접은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부실 금융기관의 폐쇄를 강도높게 요

구하고 있다. 이런 압력 하에서 정부는 많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종금사들의 폐

쇄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 1월 30일 영업정지 중이던 종금사 14개 가운데 10개를 폐쇄한다

고 발표했다. 해당 종금사는 고려, 삼삼, 항도, 한화, 쌍용, 경남, 청솔, 신세

계, 경일, 신한종금 등이다. 정부는 내달 중에 나머지 20개 종금사 가운데 일부

에 대해 ‘수정 정상화계획서’를 제출받아 재평가 과정을 거쳐 추가적인 인가 취

소 종금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주3) 폐쇄된 종금사들의 채권 채무는 가교

(架橋)종금사인 한아름종금에 인수.인계된다. 이렇게 되면 종금사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가 폐쇄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금시장에서 은행, 종금사로

이원화되었던 제도를 무너뜨리고 은행, 종금사, 증권사, 투신사 등을 망라해서

영업을 하는 거대금융기관이 등장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와 같이 전방위 영업을 할 능력과 경험이 있는 외국 금융기관

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지면서 그들이 지배하는 금융체제로 바뀔 것이다. 그때

에 가면 국민 1인당 21만원 꼴의 천문학적 지원으로*주4) 도산을 모면하고 있는

제일.서울은행이 그들에게 인수될 것이다. 그래서 금융의 “초특급 빅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정리해고제는 하루빨리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3> 실물 부문의 공황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기업들의 화의(和議)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제 도산은 한보, 기아, 한라 등 이름 있는 한두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워낙 많아져서 통계적으로 집계되는 양상이다. 워낙 도산한 기업이 많아서 어디

어디라고 이름을 대는 것이 어렵게 되고 있다. 이름깨나 있는 기업만 하더라도

그렇다.

최근 삼양식품(삼양라면)과 파스퇴르 유업(파스퇴르우유)이 도산하여 화의신

청을 냈고, 26일에는 재계 서열 21위인 고합이 3천억 원의 협조융자를 받아 간

신히 도산을 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이름있는 기업들의 경우이

다. 그 밖의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7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의 부도법인 수는 10월 524개, 11월 530개에서, 12월에는 1,175개로 급상

승했다. 그러나 정권측이 그토록 강조하는 창업은 신통치가 않다. 지난해 10월

까지 매달 1천7백∼1천8백 개에 달했던 7대 도시 신설 법인 수는 11월 1,549개,

12월 1,459개로 떨어졌다. 지난 12월에는 사실상 부도업체 수가 창업법인 수를

능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진행되었던 것이다.*주5) (모든 폐업이 부도는 아

니므로 기업체의 총수는 많이 줄었을 것이다!)

또 이와 연관된 수치로서 어음부도율이 급증하고 있다. 12월 어음 부도율은

1.49%로서 지난 69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한달 동안에 도산한 기

업은 3,197개로 사상 최고로서, 이는 은행 영업일을 기준으로 하루 123개가 쓰

러졌음을 뜻한다.*주6)

이와 관련된 또다른 사항으로서 화의 도미노가 일고 있다. 올들어 화의를 신

청한 기업은 지난 5일 국내 최대 건설기자재 업체인 금강공업을 시작으로 30일

삼양식품, 31일 파스퇴르 유업에 이르기까지 21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결같이 지명도가 높은 중견기업이자 내수기업들로서 IMF 시대 도래에 따른 연

리 30%의 고금리와 내수 급감을 견디지 못하고 화의를 신청했다. 자본측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내수기업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대단히

심각한 상태이며, 특히 원자재 값이 두배나 오른데다 살인적 고금리와 현찰지급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60% 가량이 화의를 신청하거나 또는 이번 기회

에 아예 제조업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상장기업의 30% 가량이 사실상의 준 부도상태에 빠져”있으며 “10개

종금사 폐쇄조치로 시중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2월 중에 대대적인 도산 사태 및

화의신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주7)

IMF의 금융 구조조정과 종금사 폐쇄는 이러한 사태 전개를 훤히 내다보면서

진행되고 있다. 부실 종금사들이 폐쇄되면 상업어음(CP)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해 CP 할인 업무를 은행

과 투자신탁회사에도 허용하고, 증권사 취급 CP 최저액 한도를 낮추기로 하는(5

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등 보완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금융긴축 기

조 하에서 또 종래 거래처가 아닌 신규거래로 어음 할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

이다.

CP 할인의 축소는 종금사들이 폐쇄되기 이전에도 진행되어 왔다. 종금사들의

CP 할인 규모는 작년 11월 말 83조 원에서 14개 종금사 업무정지 이후인 12월

말 69조 원으로 급감했고, 최근 63조 원까지 줄어들어 두달이 채 못돼 26조 원

가량 감소했다.*주8) 이런 양상은 종금사 폐쇄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자금사정은 더욱 핍박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언론에서도 이제 “금융공황이 실물공황으로의 비화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주9) 이러한 공황 위기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지금난이 상당 부분 완화되었으나, …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다수의 중견 중

소기업의 경우 납품 후 월 4부(연리 48%) 조건의 할인어음을 교부받기도 힘들고

원자재 공급업자로부터도 마찬가지 조건의 할인어음 또는 현찰매입 압박을 받고

있어서(즉 구매에는 현찰, 판매에는 외상이다 : 필자)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

려” 있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은행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전체 상장사의 3분의 1∼4분의 1 가량이 이미 부도를 낸 기업과 구분이 안 되

는 가사(假死) 상태에 빠져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설 연휴

가 끝난 2월 중에 무더기 도산 사태가 나타날 위험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자본측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연말 현재 전체 776개 상장사 가운데 이미 약

15%인 113개 사가 쓰러졌고 올해에도 부도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부도기업

숫자가 30%를 넘어서면 수출산업의 밑둥이 붕괴돼 신 정부의 수출증가를 통한

경제재건 계획도 실현 불가능해질 위험이 크다”고 우울하게 전망하고 있다.*주

10)

이런 대량부도는 건설업계에서부터 밀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재벌 산하

경제연구소가 건교부 산하 3,322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말 현재 차입금이 약 8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같은 차입금에

IMF 구제금융 이후의 고금리(연 20%)를 적용할 경우 올해 1월 말 건설업체당 평

균 금융비용이 52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인상, 주택할부 금융사들의 융자 증단 등으로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데다

건설업체들이 대부분의 자금을 제2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해 왔기 때문에 건설업

부문은 종금사 폐쇄의 타격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어 대량부도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 민중생활의 파탄으로!

공황은 노동자.민중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물가가 폭등하고 있으며 무엇

보다 실업이 급증하고 있다. 실업의 급증은 이미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

다. 정리해고제 법제화와 상관없이 이러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기업의 도산으

로 인해 “어쩔수 없이”) 고용이 감축되는 경우 만이 아니라, 도산하지 않고 가

동을 계속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도 기동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원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표면적으로는 자진퇴사, 배치전환 따

위이지만 사실상의 정리해고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중 제조업 평균 가동율은 73.4%로서 89년 4월의 71.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 증가율은 -7.1%로 이 또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

한 지난 8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3.1%로서(65만 8천

명) 4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용 및 생산지표는 지난

9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불황이 외환위기로(즉 평가절하로 : 필자) 마무리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주11)

이번 실업률은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의 증가 때문이 가 감소한 때문이다. 취업자수가 0.2% 감소한 것이다. 이런 감소는 84년 9월 이

후 1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취업자 수의 감소와 실업자의 중가가 “구조조정,

정리해고가 본격화되기 전인데도 이런 실정이니 IMF 터널로 완전 진입한 뒤의

사태는 미루어 짐작한 해도 두렵다.”*주12)

한편 물가는 그야말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폭등은 공공요금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2월에 들어오면서 의료보험 약값이 평균 13%(최고 50%) 인상되었다. 서울

의 경우 하수도 사용료가 가정용의 경우 평균 15.5% 인상되었다. 경기도 수원시

는 단독주택용 쓰레기봉투 가격을 13% 인상했다. 국제항공화물 운임이 30% 인상

되었고, 치과 재료용품은 60% 인상되었다.*주13)

물가도 이제 개별 품목이 문제되는 양상을 넘어서고 있다. 통계상의 수치로서

문제되고 있다. 물가는 지난해 12월 2.5% 상승한 데 이어 1월 중에만 2.4%가 올

랐다. 그리고 이같은 추세라면 정부 통계로도 연말까지의 물가상승이 정부가 설

정한 목표치인 9%선을 한참 넘을 것이 분명하다.

<5> 맺음말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감독 하에서 공황은 이와 같이 극단화되고 있다. 공

황은 비록 오게 되어 있었지만 이처럼 극단화된 것은 그들 때문이다. 한국정부

를 자문하고 있는 초국적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는 한국 은행들의 불량채권이

25%가 넘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이 정도는 무너뜨려야 하겠다는 의사를

둘러서 하는 표현이다.(미국인들은 이렇게 둘러서 왜곡 표현하는 데 귀재이다!

그들은 서구사회를 국제사회라 부르고 국익우선주의를 고립주의라 부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작년 10월 수퍼 301조 발동으로 증단됐던 한미 자동차 협

상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유럽연합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반덤핑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미 아탈루사 사와 팔로미노 펀드

(금융천국인 깨망섬에 있는 아탈루사의 계열회사)가 대우통신 주식 9%를 매집하

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 대우는 GM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고 포드는 기아 인수를

내다보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공격이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으로 확장되고 있

는 것이다.*주14)

IMF-미국-초국적자본은 국가부도를 막아준다는 명분 아래 투기적으로 투자한

돈을 고스란히 회수받고―그것도 정부보증에다 국제금리 + 2.5%인 8%의 초고금

리로―한국의 외환시장이 붕괴하여 극제 금융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방지하면서, 금융부문을 장악하고 실물부문을 사냥해서 한국을 식민지 경제로

재편하여 삼키는 공략이 차질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지금 근본적인

개혁을, 신자유주의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변혁이 아니라 자유변혁을!

이 큰 틀을 변경시키지 못하는 한 노동자.민중은 고통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

오지 못할 것이다.

3. 외채협상 타결―그 내용과 문제점

<1> 외채협상의 진정한 승자는 초국적 금융자본이다

지난 1월 29일 뉴욕에서 한국 외채 협상대표단과 7개국 13개 채권은행단 대표

들과의 5차례에 걸친 협상이 타결됐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240억 달러

의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만기 1∼3년의 중장기 외채로 전환하기로 합의

한 것이다.

이 타결 소식은 정부와 제도언론에 의해 “낭보”로 선전되었다. 그리고 즉각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30일 환율은 1500원대로 급락했고

종합주가지수는 39.69포인트 폭등해 558.33으로 마감됐다. 또 회사채 수익률은

연 18%대로 하락하는 등 금리를 하향세로 만들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발행하는

한국 채권 값도 크게 올랐다. 또한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바로 한국의 신용 등

급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외채협상 타결 직후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협상 타결에 대한 칭송이

여기저기서 들려 왔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타결 직후인 30

일 “한국은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며 “한국

은 99년 말이나 2000년 초부터 연 6∼7%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한국이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평가

했다.*주15)

또 김대중 차기 대통령은 “우리측의 요구조건이 수용되는 선에서 원만하게 타

결됐다”며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한술 더 떠서 협상 대표단 실무주역이었

던 정덕구 재경원 제2차관보는 “자칫 잘못하면 나라가 도산하는 긴박한 상황에

서 외채협상은 백마고지 전투보다 어려웠다”며 큰 공을 세운 듯 자랑스러워 했

다.

초국적 자본측에서도 한국의 “승리”라는 평가가 제시되었다.*주16) 이번 협상

을 주도했던 시티은행 윌리엄 로즈 부회장은 “이번 협상은 양측에 매우 긍정적

이었다”면서 “이번에 도출된 합의안은 한국을 국제 금융시장으로 복귀시키는 중

요한 진전”이라고 말해 협상 타결이 마치 초국적 금융자본이 한국을 배려한 결

과인 것처럼 내비쳤다.*주17)

그러나 월가의 한편에서는 비교적 솔직한 평가도 제시되고 있다. 월가의 한

금융 전문가는 “한국이 국가부도를 당했더라면 모두 떼일 뻔한 돈을 2%의 가산

금리까지 받게 되었으니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뉴욕협상

의 승자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국제 채권은행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근거

로는 이번에 “국제 채권은행단이 과거 멕시코나 브라질 등에 대출원금을 10∼

30%씩 탕감해 주고 금리도 낮추어 주었던 것에 비하면 한국에겐 ‘실속’을 다 챙

긴 셈”이라는 것이다.*주18)

이처럼 상반되는 평가 중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가? 답은 뻔하다. 초국적 자본

이 자신의 실속은 실속대로 챙기면서 생색까지 내고 있는 꿩먹고 알먹고이다.

협상의 진행 과정과 타결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서 확인해보자.

<2> 인도네시아 사태로 인한 정세 변화가 외채협상을 조기 타결케 만들었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은 작년 12월 3일 한국에 IMF 협약을 관철시킨 후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했다. 그리고 12월 18일 대선을 전후해서 자본회수를 통해

외환부도를 위협하며 한국에 구조조정 실행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

로 그들은 자신들의 자본을 안전하게 회수할 대책도 마련하고 있었다.

12월 21일부터 한국에 돈을 빌려준 국제 채권은행들 간에 단기외채의 만기 연

장에 관한 내부 협의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 과정을 주도한 것은 미국의 J P 모

건사였다. 모건사는 연말에 ‘J P 모건안’을 제안했다. 한국 금융기관의 단기외

채를 1∼20년 만기의 정부 국채로 전환하고, 연 10∼13%의 높은 고정금리를 요

구하면서 조기상환권(콜 옵션제)을 배제하는 실로 채무자에게 ‘가혹한’ 안을 마

련했다. 그리고 이들은 올 1월 8일부터 그들 내부의 사전 실무협상에 본격적으

로 들어갔다.

‘J P 모건안’은 협상 전술적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높게

요구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시 IMF-미국-초국적 자본이 국가부도를

위협하여 한국의 코를 꿰서 일방적으로 이끌고 가던 상황에서 초국적 자본의 이

해관계를 최대한 관철시키려고 한 것이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부도로 직결될 수 있는 은행의 외환부도를 막기 위

한 방안의 하나로서 은행의 외화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안(2백억 달러)이

12월 22일 국회에서 동의되었다. 그리고 1월 11, 14일 두 차례에 걸쳐 김용환

비상경제대책위원장과 임창렬 부총리 주재로 협상대책회의를 통해 외채협상에

대한 기본입장을 정리했다. 그래서 제한적인 정부지급 보증과 저금리, 콜옵션제

의 관철이라는 원칙을 정했다.

그런데 1월 중순경을 전후로 인도네시아에서 민중투쟁이 터져 나오면서 정세

가 급변했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이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그 여파는 즉각 그

들의 한국 정책에도 반영되었다. 그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압박의 정도를 완화시

키는 등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은행들의 단기외채를 장기.고금

리의 국채로 전환하자는 ‘J P 모건안’은 3차례의 수정을 거쳐 완화되어 제안되

었다. 뿐만 아니라 1월 21일 1차 협상이 시작되면서부터는 ‘J P 모건안’이 아니

라 한국안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었다. 또 협상이 시작되기 앞서 루빈 미 재

무장관은 한국에 대한 외채연장 조건을 완화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그래서 협상은 한국안의 기본골격에 쉽게 합의되었고 금리 수준을 둘러싼 줄

다리기를 주요 쟁점으로 하여 5차례 진행되었다. 그리고 국제 채권은행단의 무

리한 요구 때문에 협상이 적어도 2∼3개월 걸릴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9일 만인 1월 29일 신속하게 타결되었다.*주19)

이렇게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된 데는 IMF 청문회를 앞둔 미국의 정치적 필요

성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사태로부터 비롯된 정세의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주20)

<3> 외채협상으로 고금리와 정부 지급보증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

이번 협상 타결의 주요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적용금리는

시장금리를 원칙으로 하되 기준금리는 국제금리인 리보(약 5.66%)로 하며, 가산

금리는 1년 만기의 경우 2.25%, 2년 만기는 2.50%, 3년 만기는 2.75%로 정하기

로 했다. 이에 따라 평균 금리는 8.16%이다.

둘째, 대상 외화채무는 240억 달러이고 대상 금융기관은 33개 국내 은행과 추

후 상환능력이 있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평가받은 종금사로 한정한다.

셋째, 2∼3년 만기물의 경우 6개월 이후부터 우리나라 외환사정에 따라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콜 옵션 조항)

넷째, 만기연장을 1년짜리로 기 채권은 총대상채무의 20% 한도 내에서만 허용하기로 한다.*주21)

이러한 타결 내용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대체로 두 가지 점으로 모아지고 있

다. 하나는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의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를 확보한 것

이라는 점이다. 즉 신규자금 도입과 국채발행 등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여건

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금리 수준이 애초에 요구되었던 10∼13%보다

낮은 8%대이고 콜 옵션제를 관철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의 의미는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거나 정반대이

다.

우선 이번 외채협상의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총단기외채(작년 12월 20일

기준) 802억 달러 중에서 240억 달러만 해당된다. 그래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외채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562억 달러나 남아 있다.(그 내역은 국내 기업의

단기외채 256억 달러, 외국은행의 국내지점 대출 172억 달러, 역외 금융 95억

달러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보다 그 상환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국내 외채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

만 여전히 우리의 외환능력과 결부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의 해외현지금융(60

0∼10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을 감안하면 이번 외채협상의 대상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이제 기업의 단기외채는 이후 외환시장의 새로운 교란요인, 외환위

기의 새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협상은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결된 240억 달러도

앞으로 2개월 이내에 각 채권금융기관들과 개별적으로 합의해야만 현실화된다.

정부에서는 최소한 200억 달러는 이번 협상대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

고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기간 연장이나 재협의의 장치들

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파이낸셜 타

임스 지 등 초국적 자본의 대변지들은 채권은행들이 실제로 이 합의에 동참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주22)

이렇게 보면 이번 외채협상의 타결이 외환부도 위기 및 외환시장 불안정을 해

소하는 계기로 되기에는 턱없이 그 내용이 부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굳이 평

가한다면 이후 남은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나 구조조정 협상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정도의 매우 제한적인 의미밖에 부여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고 여

전히 크다.

다음으로 이자부담 8%대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J P 모건안’은 전술적

으로 높게 부른 측면이 강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8%대가 낮다

고 평가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평가이다. 특히 국제적 역관계가 반전되어 IMF-미

국-초국적 자본이 밀리는 국면에서 그렇게 타결한 것은 “승리”한 것이 결코 아

닐 뿐 아니라 “선방”한 것도 아니다.(80년대에 멕시코 등이 채권자의 공동책임

을 제기하며 외채탕감과 저금리를 확보했던 것과 비교해 보라!)

정부 지급보증까지 하면서 리보+2.5%의 가산금리는 “국가적 망신”으로까지 평

가될 수 있는 것이다.*주23) 뿐만 아니라 정부 지급보증 차입금리가 8%대로 결

정되었기 때문에 이후 민간 금융기관들이 정부보증 없이 해외차입을 할 경우 최

소한 10%대의 차입금리를 상당기간 부담하게 되었다. 이번 외채협상 타결이 이

후 신규차입을 고금리로밖에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예컨대 우선 당장 올해의 경우 이번 타결로 인해 우리나라 총외채에 대한 순

이자부담만 106억 하면 외채이자가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해외자산으로부터의 예상이자수익 43억 달러를 감안해도 100억 달러 이상의 경

상수지 흑자를 내지 못하면 이자를 갚기 위해 새로 외채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

임을 의미한다.*주24)

당장 올해의 외채 상환이 이러할 뿐만 아니라 99년도부터 이자만이 아니라 원

금까지 상환해야 하므로 정부가 이번 타결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콜 옵션제

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

장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에도 허덕여서 신규외채를 도입해서 갚아야 할 사정인

데 미리 당겨서 갚을 여력이 과연 있겠는가?(투기성 자본을 대거 끌어들이지 않

는 한)*주25)

마지막으로 이번 협상은 대상 단기외채 전액을 정부가 지급보증함으로써 민간

금융기관의 부채에 대해 국민이 세금으로 책임지게 되었다. 이것은 국채 발행이

나 정부 지급보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겠다고 한 정부의 당초의 방침에서 크게

양보한 것이다. 또 이후 외채문제에 대한 좋지 못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이상 몇 가지 핵심적인 지점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이번 외채협상 타결은 정

부(차기 및 현)와 제도언론에서 평가하듯이 “승리”나 “낭보”라고 평가하기에는

그것의 부정적 측면과 문제점이 훨씬 크다. 그리고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도 우

리 정부의 교섭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 역관계에서 밀린 IMF-미국-초국

적 자본의 전술적 후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4> 전망 : 기업의 단기외채가 외환위기의 새로운 불씨이다

그러면 이번 외채협상의 타결로 환율이 안정화되고 외환위기도 완전히 벗어나

게 되는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타산해 하나의 “전환점”이고 “계기”가 되어서 외환위기 국면을 벗어나 “안정성장”의 선

순환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한 목소리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자고

노동자.민중에게 요구하고 있다.

과연 이번 협상타결이 그러한 전환점과 계기로 작용할 만큼의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전환점이나 계기가 별로 되지 못한다. 물론 일

정하게 전환점과 계기로 작용되는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

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 외채협상의 대상이 우리의 총단기외채 가운데 작은

일부(1/3이하)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외환시장의 불안정 요인과 외

환부도 위기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그 양적인 정도에서 조금 완화되고

그래서 그야말로 숨통이 약간 터진 것 이상의 실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안정적으로 그리고 정상적 비율을 회복할 것인가? 외채

협상 타결 직후 환율이 1500원대로 급락하는 것을 보면 일부에서 성급하게 관측

하듯이 빠른 시일 내에 1300원대로 하향안정화되어 외환시장이 정상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마저도 신중하게 전망하고 있듯이, 외환

수급의 불균형이 기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외채협상 타결이

외환시장의 정상화를 가져오는 데는 역부족이다. 지금까지의 상황보다야 약간

더 나아지겠지만 올해 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외채가 공식적으로만 562억 달러나

된다.(해외현지법인 것까지 포함할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제도언론에서는 562억 달러 중에서도 특히 국내 기업의 단기외채 256억 달러

만이 이후 외환시장 교란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은행 국내지점의 대출금 172억 달러 역시 국내기업에 대한 대출일 가능성이 크

고(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라면 이번 협상 대상에 포함되었을 터이므로)

역외금융 역시 대부분이 국내 기업의 단기외채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공식적인

단기외채 562억 달러의 상당 부분이 기업이 상환해야 할 단기외채이므로 이것을

조달하기 위한 외환수요가 계속 외환시장을 압박하고 크게 교란시킬 것이다.

한편 현재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자본(대부분 미국계 투

기성 자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의 유입이 외환을 공급할 것이다. 이것은 외

국인 주식한도 철폐 등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10억 달러

정도의 외국자본이 주식을 중심으로 증권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올

해 외국자본이 증권시장으로 약 70억 달러 정도 유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26)

그러나 증권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외국자본은 대부분이 투기성 자본이기 때문

에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일시에 빠져 나갈 개연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작년 말에 경험했듯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그

래서 증권시장에의 투기성 외국자본의 유입은 그 규모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기보다는 불안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외환시장의 안정화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채 원리금 상환을 위한

고정적인 외환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외환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것은 수출증대

를 통한 경상수지의 흑자나 외자유치에 의해서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수출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대폭적인 원화의 평가절하에 의해 가격경쟁

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출확대는 가격 경쟁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상황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특히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

중의 하나인 동남아시아가 경제공황 상태에 있다. 또 그 여파가 조만간 중국으

로까지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 모두 크

게 위축되고 있다. 나아가 전반적인 세계경제가 침체국면, 더 나아가 세계공황

으로의 발전 가능성까지 띠면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0억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주27)

이렇게 수출확대를 통한 외환 공급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결국 외자유치의 길밖에 없다. 정부 차원이나 민간 차원에서

외채를 더 도입하든지 아니면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든지 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이 점에서 정부가 정리해고제의 관철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는가 하

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게 해야만 초국적 자본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이처럼 이번 외채협상 타결은 외환시장의 근본적 상황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은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지

급보증 하에서지만 국제 채권은행단과 외채 구조조정을 이루어냈으므로 국제신

용평가기관들이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자 차

입이 가능해지고 보다 저금리로 차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직접

투자 유치의 조건을 보다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 효과는

실제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신용평가기관이라는 것이 초국적 자본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이 신용평가기관은 객관적 기준

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독립변수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초국적 자본의 필요에 의해 또 어느 순간에 다른 명분을 붙여 신용 등급

을 얼마든지 깎아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환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1500∼1700원에서 횡보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비록

투기적 요인이 일시적으로 잠잠해서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기본적인 외환수급의

불균형 때문에 1500원 이하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주28) 그

리고 기업의 단기외채 상환문제가 불거질 경우 외환시장은 심각하게 교란될 것

이다.

끝으로 외채 상환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의 상태를

완전히 벗어난 것인가? 아니다.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외채로 전환했으

므로 국가 차원의 외환부도는 적어도 1년 동안은 벗어난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단기외채는 여전히 문제다. IMF가 강요하고 있는 구조조정 프로

그램 때문에 경제 대공황은 갈수록 확대.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중견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쓰러져 가고 있다. 따라서 민간 기업 차원의 채무지불유예

(모라토리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인도네시아의 경우처럼.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정부는 IMF의 고금리 정책을 완화시키기 위한 재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도 확산을 막기 위해 연 30%대의 초금리를

IMF 구조조정 실시 이전의 금리로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은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상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관철

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은 기업의 매수.합병을 위해

이른바 부실.한계기업을 도산시킨다는 명분으로 정책적으로 고금리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외화채무지불유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그렇게 될 경우 국가 신인도가 타격을 입게 되므로 그에 따른 외자도입, 외

채 문제 등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이미

외채의 덫에 걸려 있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이 우리 경제의 숨통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다.

4. 총자본은 노동자계급을 기만하고 있다!!

<1> 노.사.정 위원회는 노동자의 저항을 막기 위한 방파제로 출범했음이 백일

하에 드러났다.

노동자와의 40년 친구 인연을 강조해 오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국민회의

가 드디어 노.사.정 위원회 발족 보름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 2월 1일 노.사.정

위원회의 간사인 국민회의 조성준 의원은 “임시국회가 2일 열리는 마당에 노동

계가 반대한다고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 처리를 무한정 미루는 것은 어렵다.

3일까지 노.사.정 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민회의와 정부가 협

의한 관련법안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주29) 임시국회 개회

를 앞두고 강행처리 협박으로 노동자의 정리해고제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다. 이로써 김대중 차기 정권 또한 1년 전 김영삼 정권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

다.

지난 1월 20일 노.사.정 위원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정한 고통분담에

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사.정 위원회 발족 후 불과 일주일이 경과하기 전

에 국제 채권은행단과의 외채협상을 지원한다는 명분 하에 밀어붙여 얻어낸 것

이다. 잠시 그 내용을 돌이켜 살펴보자.

선언문은 전문과 공동선언 조항으로 이루어졌다. 전문에서는 “IMF 체제 하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제반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다

짐하고 있다. 이로써 이번 노.사.정 위원회는 출범 그 자체가 자주적인 것이 아

니고 지난 연말 선진 독점자본주의 나라들의 100억 달러 조기 지원을 위한 IMF

와의 추가협약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임을 명백하게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면 5개의 공동선언 조항들은 무엇인가? 먼저, 정부는 획기적인 실업대책

과 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하기 고 무분별한 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되

어 있다. 그리고 노조도 기업의 회생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급박한 경영상의 사

유가 있을 경우 실업 발생의 최소화를 위해 임금과 근로시간 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노사간에는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산업 현장의 불법행

위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마지막으로 노.사.정 위원회는 해

외자본 유치를 위한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며, 본 위원회가 에 대해 2월 임시국회 일정을 감안하여 조속히 일괄 타결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공동선언 조항의 문구는 얼핏 들여보면 노동자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져 있다. 부당노동행위와 실업을 방지하고, 실업자 대책을 마련하

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선언

적”인 것일 뿐이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듣기 좋고 하기 좋은 공문

구일 뿐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합의문 작성 시한을 하루 뒤로 미루면서까지 쟁점이 된 마

지막 조항이었다. 자본측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고용조정(정리해고) 법제화’라

는 문구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진실을 호도하고자 정리해고도 고용조

정으로 “순화”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회하긴 했지만 고용조정을 법제화하는

첫단추를 확실하게 끼웠다. 노.사.정 위원회에서 채택한 의제들이 이 점을 확실

하게 보여주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포함되어 있으며, 고용조정에 관한 법제

정비와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고용 관련 제도를 세부 의제로 다루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는가? 2월 임시국회 일정을 감안해 조속히 일괄 타

결한다고 되어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란 곧 정리해고이고 보면 이 문구들은 “2

월 임시국회에서 정리해고제를 법제화한다”는 내용을 은폐한 말에 지나지 않는

다. 2월 임시국회에서의 정리해고 법제화를 사실상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던 것이

다. 그러니 모든 언론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고용조정이 법제화되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정리해고의 길이 트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주

30)

아니나 다를까 김대중 당선자는 노.사.정 공동선언문에 대해 누구보다도 그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계의 반발

을 최소화하며 정리해고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던

것이다.*주31) 그렇다. 김대중 당선자의 눈에는 노.사.정 위원회의 출범부터가

정리해고 조기 법제화를 위한 발판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잠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측근들의 말을 들어보자. “이제 정리해고

제의 도입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신념’이 되었다.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능한 빨리 정리해고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소호흡기마

저 끊길 수 있다. 2월 이후 미국 의회가 열리면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

전에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법제화를 꼭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

다”는 것이다.*주32) 정리해고제의 조속한 도입은 이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

게는 “신념”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의 “신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

국에 진출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은 자리에서 “정리해고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해 개정 노동법에 정리해고

제가 들어갔는데 노동자의 반발로 2년 유예된 것입니다. 정리해고제 문제는 외

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내기업이 필요하면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합니

다”라며 신념을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더구나 IMF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자주

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 예속을 자주로 호도하고자 반(反)노

동을 신념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념은 차질없이 실현되는 것 같았다. 노.사.정 위원회는 설날 휴가 기간

에 외부와 차단한 채 서울 교외에서 합숙까지 하면서 1월 25일 1차로 120여개

과제 가운데 44개 과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의 조율에

일정하게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김대중 당선자의 신념인 정리해고제 조

기 도입을 위한 정지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정지작업이었고 그의 말

대로 반발을 최소화하며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 사업

장을 10인 이상에서 5인 이상까지로 확대했다. 고용보험 지급기간을 최소 1개월

에서 2개월로, 최장 6개월에서 8개월로 늘렸다. 지급액도 최저임금의 50%에서

70%로 상향조정했다. 정리해고 이전에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해서 노동자간 근

로시간 조정을 통해 고용규모를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해고회피 노력을 의

무화하기로

이렇게 정지작업은 성공리에 수행되었다.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측에

서는 2월 3일까지 노.사.정 위원회 차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리해

고 관련 법안을 노.사.정 위원회와 무관하게 임시국회에 상정하여 처리할 방침

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말이 좋아 천명이지 통고한 것이다. 노.사.정 위원회는

김 차기 대통령이 자평한 것처럼 그야말로 노.사.정 간의 대타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2월 1일 노.사.정 위

원회 간사인 국민회의 조성준 의원은 “여기에서 합의가 안 이루어진다고 해서

정리해고 조기 도입 관철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배짱을 내밀 수 있었다.

<2> 정리해고제 조기 도입 관철을 위해 입체적인 전략.전술을 구사하며 몰아

가고 있다

지배세력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저항의 명분

을 희석화하는 것 이외에도 저항을 무력화하고자 다방면에서 공략하고 있다. 여

기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 관료층도 암암리에 공조하고 있다.

첫째, 재벌개혁 등과 연계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대중적 분위기 조성을

선행하고 있다.

노.사.정 공동선언문이 저녁 늦게 합의된 1월 20일, 김 차기 대통령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며 강도높은 재벌개혁을 촉구했다. 이는 표면상 재벌개혁을

압박하는 듯한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은 노.사.정 공동합의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겨냥한 것이었다. 물론 IMF는 재벌개혁도 요구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도

그에게는 하나의 목표이기는 하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천천히 할 예정이었는데

정리해고제 도입과 맞바꿀 필요성에서 앞당겨 제기되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의 재벌개혁 안은 빅딜을 하게 하는 것(이것은 실은 자금

난에 몰린 대기업들을 초국적 자본에게 넘기는 것이다! 과잉.중복투자 상태인데

국내 재벌이 어떻게 다른 재벌의 기업을 구입하겠는가?)과 지주회사 설립을 통

해 소수 거대재벌을 살리는 정책이다. 재벌을 해체하고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민주화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다.

또한 김대중 차기 대통령은 이번 노.사.정 위원회의 논의에서 행정개혁을 먼

저 실시함으로써 정리해고제 도입에 대한 정당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정부에서

솔선해서 “개혁”하고 있으니 “노동자”도 개혁에 동참하라고! 이번 정부조직 개

편 안과 재정계획 안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행정개혁은 내외 독점자본에게

복무하는 국가기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사회복지를 향

상시키는 내용이나 민주화하는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이는 신자유주의

개혁이므로 당연하다!

이것도 모자라서 정치개혁도 들고 나왔다. 노.사.정 위원회가 정치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해 국회의원 수를 현재의 2/3로 줄이고 지구당을 폐지하겠다는 것이

다. 여기에 금권정치를 혁파하거나 진보정치를 보장하는 개혁적 내용은 없다.

민중의 민주적 기본권 보장은 없다. 안법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해대면서 노동자도 개혁에 동참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받아들이라고 재벌언론들

을 동원하여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중에게는 다종의 생색내기로 성의를 보이는 노력을 하고 지도부에게

는 몇 개의 미끼를 던지고 있다. 김대중 차기 대통령은 과연 머리가 좋다. 노력

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습으로 여러 가지 보여주고 있다. 실업자에 대해서는 고

용보험 대상과 기간을 조금씩 늘려 주기로 했다. 실업자에 대한 의료보험을 직

장의보에서 대납해 주고, 국민연금도 일시불로 반환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근

로기준법의 4인 이하 사업장 적용도 내년 1월부터 할 수 있도록 했다. 임금채권

보장 기금은 재정에서 융자해 운영하도록 했다. 실직자에 대한 생계지원을 강화

하기로 했다.

또 김대중 당선자는 올해 안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할 예정이다.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미끼를 던지

고 있다.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노조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노조가 설립되고 정치

활동이 허용된다고 해서 노동자계급이 정치세력화될 리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이 해체되는 판인데 무언들 못 들어주랴! 그것은 별 의미를 가지

지 못하게 된다.

셋째, 김대중 차기 대통령은 김영삼 현 정권과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공동으

로 공략하고 있다.최종 강행처리 순간까지 김대중 차기 대통령과 국민회의는 역

할분담을 통해 일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삼 정권이 좀더 반동적으로 나가고 김

대중 차기 대통령 측이 거중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공조의

방식으로서 법안을 정부가 제출하게 만들고 있다. 노.사.정 합의가 안된 것을

국민회의측이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너무나 모양새가 안좋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노총을 끌어안기 위해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법제화 강행 처

리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을 노.사.정 합의의 틀에 묶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대중 차기 대통령은 한국노총에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폐지해주는 것을 미끼로 설득하고 있다. 이런 미끼가 던져진

이후 아니나 다를까 한국노총은 노.사.정 위원회에서 고용조정법제 정비를 논의

의 대상으로 하는 데 동의했다.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미 노.사.정 위원회의

출범 때부터 일괄 타결 시 민주노총은 불참하더라도 한국노총은 참여할지도 모

른다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도 불참은 몰라도 탈퇴는 하지 않을 것

이다.

<3> 노동에 대한 공격이 악랄해지면서 노동자들이 거리로, 교도소로, 죽음으

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조합은 무력화되거나 저항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

다. 부당해고, 일방적 임금삭감, 단협 불이행을 ‘특별단속’ 하겠다는 노동부 장

관의 담화는 그야말로 “정치적” 행위였다. 노무현 부총재를 앞세운 국민회의의

부당노동행위 조사특위도 이에 버금가는 체면치레였다. 정부는 실업대책을 강구

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 무분별한 해고를 자제하

고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사용자의 약속은 눈감고 아웅하는 짓이다.

불법 정리해고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LG EDS와 삼보지

질 등 23개 사를 불법 정리해고를 행한 혐의로 고발했다. 정리해고는 부실 종금

사만이 아니라 동아일보 등 유수의 언론사까지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 민주

노총도 산하 노조의 80% 가량이 임금체불과 삭감, 불법적인 해고, 단협 위반,

노조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만년 직장인 공무원도 정리해고 대

상에 올랐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내년 말까지 전국과 지방 공무원의 10%인 5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위헌 요소가 있는 직권면직 특별법까지 만들어

밀어붙일 예정이다. 교사도 정년이 65세에서 61세로 단축되어 61세를 넘으면 쫓

겨날 신세가 되게 되어 있다. 여성들은 이러한 공격의 일차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실업자가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1월 한달 동안 18만 명이 실직

해(전년 동월에 비해서 27.4% 중가) 실업자 65만 8천여 명을 기록하며 3.1%의

실업률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취업 증가율은 -0.2%로 13년 만에 최초로 증가에

서 감소로 반전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의 실업률은 상반기 중에 5%를 넘을

것이다. 그리고 5%에만 이른다고 보더라도 108만 명의 실업자와 수백만의 실업

자 가족이 양산될 것이다. 노동자 가족이란 말이 있듯이 ‘실업자 가정’이란 용

어가 생겨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정리해고 문제는 이제 당하는 사람만이 아

니라 이것을 시행하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사담당 상무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리해고는 밥줄을 끊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리(情理)까지 끊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서 밥그릇에 담긴 밥을 보자. 2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는 택

시 월급제는 무산되었다. 건설 노동자의 임금은 50%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마저도 체불이 많아 곳곳에서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건설

사무실에서는 일용직 노동자 40여 명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중

신나에 불이 붙어 8명이 화상을 입었다. 설 체임 로 집계됐다. 노동부가 1백인 이상 사업장 3천여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업체의 절반이 상여금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설 연휴에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이 잇따랐다. 생계형 범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수원

에서는 한 실업자가 먹고 살 길이 없다며 교도소에 보내달라고 술집에서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렇게 밥그릇이 치워지거나 밥그릇의 밥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

데 노동조합은 양보교섭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사간 고통분담 선언 확산이 이러

한 형편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노동자.민중이 몰리는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한편에

서는 투쟁을 완강하게 하고 있다. 부천, 안산, 구미, 대구, 부산에서! 이러한

대중투쟁으로 노동자들은 이곳 저곳에서 자본측의 악랄한 부당노동행위를 철회

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총력투쟁 계획에 맞춰 총파업을 결의하는 사업장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앉아서 당할 것인지 투쟁으로 정면돌파할 것인지 결단할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이 총파업투쟁을 지시(!)하느냐 아니냐

에 상관없이 노동자계급의 저항은 터져나오고 있다.

□ 주 ———-

1) 1월 31일 제5차 구제금융 20억 달러 인출을 위한 이행 상황 점검 협상에서

이렇게 강요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1∼2%로 잠정 결정했었다. 조선일

보 2월 1일자 참조

2) 지난해 12월 24일 IMF와의 합의문에서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한다”고 명시되

어 있었다. 중앙일보 1월 31일자 참조

3) 매일경제신문 1월 31일자 참조

4) “부실은행 두 군데를 살리려고 국민세금과 발권력으로 무려 9조 6천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조선일보 1월 27일자 참조

5) 한국일보 1월 27일자 참조

6) 한겨레 1월 27일자 참조

7) 문화일보 1월 31일 참조

8) 문화일보 1월 30일자 참조

9) 문화일보 1월 26일자 “상장사 3분의 1 도산위기”의 기사 중에서.

10) 문화일보 1월 26일자 참조.

11) 한겨레신문 1월 31일자 참조

12) 인용 부분 국민일보 1월 31일자 참조. 생산 소비 투자 등 각종 산업활동 지

표가 악화됨에 따라 6, 7개월 이후의 경제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와

현재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2개월 연속 감소, 경기

는 상당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실업율은 대기업 구조조

정과 정리해고에 따라 4∼5%로 높아져 실업자 숫자는 1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

로 보인다. 동아일보 1월 31일자 참조

13) 중앙일보 1월 31일자 참조

14) 중앙일보 2월 1일자 참조

15) 중앙일보 1월 31일자 참조

16) 파이낸셜 타임스 지는 협상 타결에 대해 한국쪽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미국계 은행보다 일본 및 유럽계 은행들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고 분석

했다. 한겨레신문 1월 31일자 참조

17) 매일경제신문 1월 31일자 참조

18) 조선일보 1월 31일자 참조

19) 이상 외채협상의 진행 경과에 대해서는 국민일보 1월 31일자 및 매일경제신

문 1월 31일자를 참조하시오

20) 이렇게 한국측 안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타결된 데는 “미국 정부와 IMF의 특

면 지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 지는 29일자에서 “채권단

이 조건을 다소 낮춘 것은 미국 금융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의 압력 때문”이었다

고 소개했다. IMF.IBRD 고위당국자들은 30일에 있을 미 의회 IMF 청문회를 의

식, “뉴욕 외채협상은 1월 말 이전에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또 “인도네시아 위기가 악화된 것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조

선일보 1월 31일자 및 중앙일보 1월 31일자 참조

21) 한국일보 1월 31일자 참조.

22) 동아일보 1월 31일자, 한겨레신문 1월 31일자 참조

23)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볼 때 국가보증 차입금리는 최소한 리보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가산금리가 2%를 넘는 것은 투자부적격 채권(정크 본드)수준

인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1월 31일자 참조

24) 한국일보 1월 31일자 참조

25) 대우경제연구소는 “외채원금 상환이 본격화되는 2001년부터 우리가 부담해

야 하는 외채 원리금 상환액은 매년 200∼2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

히고 있다. 조선일보 1월 31일자 참조

26) 매일경제신문 1월 31일자 참조

27) 한국일보 1월 31일자 참조

28) 매일경제신문 1월 31일자 참조

29) 한겨레신문 2월 1일자 참조

30) 중앙일보 2월 1일자 참조

31) 동아일보 1월 21일자 참조

32) 동아일보 1월 19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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