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일본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98/10

이냐시오 라모네

일본의 주요도시는 열도에 밀어닥친 위기의 심각성의 징후를 전혀 느끼지 못

하고 있다. 도꾜 부근의 시부야, 하라주끼, 신주꾸와 같은 최신유행가(街)의 화

려한 상점이나 값비싼 식당은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난다. 지하철역이나 도로에

는 구걸하는 사람도, ‘막 가난하게 된’ 사람들도, 홈리스도 없다. 일본의 번영

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를 외국 방문자들이 찾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이는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

로 큰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9년에서 1996년 사이에 자본대비 평균소득율

은 56% 상승했는데, 이는 미국보다 30% 높은 수치였다. 일본은 세계총저축의 3

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대 외환보유국이고, 그 액수는 2천억 달러를

넘어선다. 또한 일본은 세계의 주요한 채권국이며 그 액수는 9천억 달러에 달한

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본경제는 오랫동안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일

본경제는 일종의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이는 1980년대 일본에서 매우 특징

적이었던 일종의 비이성적인 자아도취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일본 자신의 힘만으

로는 탈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은행들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를 고려치 않고 대출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가격은 치솟았다. 이

것은 기업 및 개인투자자로 하여금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채무를 지게 하였으

며, 금융과 부동산 두 부문에서 굉장한 붐을 일으켰다.

1990년대 초반에,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신

용을 경색시켰다. 그러나, 이 조치는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써, 주식가치는 절반으로 하락했고, 부동산 가격은 60%-80%가 떨어졌다. 은행들

은 산더미만한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깨닫고 신용을 맹렬하게 회수했으

며, 이로 인해 수천의 중소기업이 도산했다.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의 일본인들

은-투기에 의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자신들의 자산 중 일부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은 깊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실업율(현재 4.1%이나 조작된 통계

를 감안하면 두배로 증가하여야 할 수치이다)은 1953년 이래 가장 높다. 일본인

들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선거권자들의 3분의 2 이상은 그들의 정치지도자

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일본을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전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핵심은 정치적인 문제인것 같다.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

유민주당이 패배한 후 게이초 오부치가 7월 21일 일본의 새로운 수상으로 선출

되었지만, 이로 인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차대전 후 처음으로 일본은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 핵심은 도꾜 당국이 -은행가의 가장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1조달

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악성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

기를 거부하고있는 데 있다. 은행들은 극단적으로 신용공여에 인색하며, 중소기

업을 파산상태로 몰고 가,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의 정점에서 1997년 7월에 시작된 아시아 태평양의 위기가 시작된 것

이다.

1990년 이래 일본정부는 최소한 11가지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으며,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5,750억 달러를 지출했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세금감면 또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정치가들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공

포 때문에 일본인들은 (이자율이 0.3% 밖에 안되지만) 전보다 더욱 많이 저축하

고 있으며, 또한 소비를 하지 않아서, 디플레이션과 경기후퇴의 악순환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이 모든 것들의 결과는 전세계적 수준에서 영

향을 미친다. 수출을 촉진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정부

는 엔을 평가절하하기로 했으며, 그리하여 엔은 달러에 대해 10% 평가절하됐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수출”함으로써, 작년 8월 주식시장 위기의 최대 원인제공

자가 됐으며, 홍콩, 방콕, 싱가폴 등지에서 불황의 새로운 주기를 가속화시켰

다.

일본인들의 태도와 더불어, (위기의 또 다른 원인제공자로는-역자) 다른 사람

들의 돈을 이용해, 달러와 그리고 경제를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미국의 무책임성이 있다. 일본정부발행 국채의 수익률이 1.68%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5.42%에 달하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그들의 돈을 미국에 투자하려 한

다. 무엇이 엔의 평가절화를 심화시키며, 위기 중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경

제회생을 불가능하게 하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이 무장해제되어야 한다. 현재의 위

기는 세계 경제 운용이 시장 자체에만 맡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을 각성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극단적 자유시장론자들, 과거에는 충격요법의 주창자였

던 예를 들면 제프리 삭스같은 자들이 지금은 당장의 위험에 맞서기 위해 은행

이 국유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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