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GDP 19% 차지 ‘제2달러’ 부상 예고 … 세계경제 재편 고려한 대책 마련을
1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유럽단일통화(이하 유로화, Euro money) 출범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유로화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당분간 기존의 대유럽 무역결제수단인 마르크화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출범한 유로화에 대한 기대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로화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간파한 나라는 중국. 1천4백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세계 2위)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 앞으로 3년동안 외환보유고의 35%를 유로화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로화가 달러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리란 사실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직 유로화가 달러보다 강세를 보인다는 조짐은 없는데다, 서로 경제사정이 다른 참가국들이 연 3%로 제한된 금리수준에 언제까지 마찰없이 견딜수 있을지 논란거리는 많다. 유로화 출범의 첫번째 목적이 유럽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배타적 블록경제권 형성이란 사실도 간과해선 안될 부분.
하지만 유로화 출범으로 유럽 금융시장은 발을 세계로 넓힐테고, 이는 유럽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융패권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2002년까지 회원국의 개별통화가 사라지면 EMU 안의 교역·금융결제를 유로화가 완전 장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경제통화동맹(EMU) 11개 회원국의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6조8천8백억달러(96년)로 미국(7조6천4백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고, 참여를 유보한 영국·스웨덴 등 4개국을 합하면 세계최대의 단일통화권이 된다. 11개국 인구는 2억9천만명이고 무역규모는 3조2천5백억달러(전세계 무역의 18.6%)로 미국(1조3천8백억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입대금 가운데 마르크·파운드 등 (유로화로 대체될) 유럽연합 통화 비중이 5∼7%(89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가 성공적으로 정착, 무역거래 결제수단이 대거 유로화로 대체되면 그만큼 손해를 입는 것. 더구나 일본의 수입수요가 줄고 미국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면 유럽과 동아시아의 무역비중이 높아질 것을 감안하면 유로화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유로화는 또 유럽 금융시장을 통합시켜 유동성을 높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외화차입에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다. EMU 참가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유로화로 외채를 들여오면 차입비용이 달러화보다 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대응은 아직 미미하다. 유럽시장과 거래하고 있는 삼성·현대 등 몇몇 재벌그룹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유로화 출범대책은 커녕, 유로화에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은 형편.
한국은행은 유로화가 앞으로 국제결제 및 투자통화로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대외준비자산 가운데 유로화 비중을 계속 늘린다는 방침이다. 시중 금융기관들도 유럽 주요도시에 투자은행을 설립하는 등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로화 출범으로 유럽지역이 우리나라의 거대한 무역·투자 ‘파트너’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협의·조약 등이 미국의 패권을 누를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한 만큼 유로화의 동향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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