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는 필리핀과 스리랑카의 국가 채무를 합친 것보다 많은 5백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금융비용만도 연 60억 달러에 이른다고 6월 18일자로 홍콩의 「아시아위크(Asiaweek)」지가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대우 빚으로 심판 받다(Trial by debt at Daewoo)’란 제하의 기사에서 대우의 부채가 1달러라면 자산가치는 20센트에 불과하다는 금융통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아시아위크」지는 이 기사에서 ING베어링 서울주재 조사팀장인 빌 헌사커의 말을 인용, “한국정부의 대우에 대한 태도가 구조조정과 낡은 비즈니스 관행 철폐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대우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선택의 폭이 좁음을 지적했다.

대우는 지난 4월 자본 조성을 위해 조선업을 포함, 자산의 75억 달러 정도를 처분하고 자동차와 금융을 주력업종으로 삼겠다는 전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이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은 환영받았지만 실행은 쉽지 않은 듯하다. 「아시아위크」지는 또 삼성증권 이남우 이사의 말을 인용, “대우의 문제는 뭘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격을 물어오는 사람도 없다”고 보도했다. 대우는 조선소를 일본회사에 40억 달러에 팔고 싶어하지만 이미 설비과잉상태에 처한 일본으로서는 자체의 거대 조선소도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대우는 현재 합작경영만이라도 희망하고 있는 상태. 대우는 최근 힐튼호텔을 2억1천5백만달러에 매각키로 룩셈부르크계 투자회사와 합의했다.

외국자본, 재정상태 불신

“대우는 독자적인 브랜드 네임이 없었고 어느 분야에서건 선두였던 적이 없다. 연구개발에도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는 ING베어링 헌사커의 말을 인용, 이 주간지는 매각 가격만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우는 전자부문을 삼성전자에 매각해 삼성자동차 인수비용 중 일부를 충당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이 그렇게 빚도 많고 비전없는 부문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은행가는 “삼성이 대우전자를 인수한다면 그날로 문 닫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우는 자산매각을 통한 자본 조성에 성공하지 못하면 재정압박을 받을 것이다. 과거에 정부는 재벌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은행권에 대출압력을 넣었다. 이제는 재벌이 구조조정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출을 동결하도록 은행에 압력을 넣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우의 재정상태의 의심하고 있다. 「아시아위크」지는 한국 재벌에 막대한 여신을 갖고 있는 한 유럽계 은행가의 말을 빌려 이렇게 보도했다. “우리는 대우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대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지난해 대우는 1백억달러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그 해 한국 회사채시장에서 발행한 물량의 80%에 달했다. 39억 달러를 우선주 발행으로 조달하려는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서울증시는 활황이고 외국인들은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한국 재벌계열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보유 비율은 50% 이상 증가한 반면 대우계열사에 대한 증가율은 5% 미만이다.

재벌개혁은 일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고 비판받고 있다. 현대, 대우, 삼성, SK, LG 등 5대그룹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라, 고합, 효성, 진로, 아남, 해태, 신호, 한보, 기아, 두산, 그리고 쌍용은 재벌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아시아위크」지는 강봉균 재경부 장관의 말을 인용, 김대중 대통령의 재벌, 특히 5대 그룹 구조조정 의지가 강력하다고 보도했다.

워크아웃 가능성 시사

그는 또 재벌 계열사 상호간 지급보증은 불법이며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소액주주들에게 더 큰 권한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재경부 장관은 「아시아위크」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적절히 규제하면서 재벌개혁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지 못한다면 정부 자신이 법을 위반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대우는 32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장부상 자산가치가 6백5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기업이다. 「아시아위크」지는 “어떤 나라도 대우 같은 거대기업이 망하게 놔두지는 않는다. 대우 같은 거대재벌이 붕괴하면 한국은 또 한 번의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전경련 유한수 총무의 말을 언급, 대우 부채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는 강봉균 장관이 대우가 약속이행에 실패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금융인들은 ‘정부가 새 경영자를 임명해서 대우는 채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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