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대우문제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 채권을 회수하려는 국내외 채권단의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우선 채권시장에서부터 발생하고 있고, 은
행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으며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신용위축으로 발전
하고 있다. 또 초국적 금융자본 역시 한국 기업에 대해 신용회수에 나서고 있어
서 신용위축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용위축은 점차 실물부문을 압
박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개입이 강화되고 있다. 공
적자금 투입의 수순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우의 자산가치는
급속히 떨어지고 있고 초국적 자본은 대우 계열사들을 더욱 헐값으로 인수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의 부실채권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로 인한
은행부실화, 채권시장 불안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한마디로 대우 채권을 최대한 회수하려는 국내외 채권단의 이해관계로 인해
금융시장이 신용경색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과 정부의 채권시장에 대한 긴급대책
금융시장 불안은 채권시장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23조 원에
달하는 대우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신사 문제 때문에 7월 30일과 8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투신권 안정대책을 발표하는 등 투신계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 왔
다. 그러나 대우문제 처리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그에 따라 투신사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우채에 국한되었던 투자1자들의 불신은 전체 채권시
장으로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투신사로부터의 자금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대우문제가 표출된 7월
19일 이후 증권 환매 요구에 응해야 하는 투신사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두 채권을
팔려고 하고, 채권 수요자는 없으면서 ‘채권시장 마비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회사채 금리는 급속히 상승하여 이미 11%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은 ’11월 금융대란설’로 나타나고 있
다.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11일부터 투신사 수익증권 가입자에게 대우채
권의 80%를 지급하는 것을 계기로 환매사태가 대우충격으로 인해 기업에게 빌려준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 자금시장은
또 한차례 격랑에 휩쓸린다”는 것이다. 즉 “수익증권 환매사태→ 채권 대량매각
→ 은행여신 회수→ 금리급등 주가폭락→ 일부 투신사 유동성위기→ 실물경제
악영향”으로 금융대란이 온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 동안 금융대란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 않
다고 장담해 왔던 정부도 긴급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5일 각각 간부회의를 소집, “금융대란설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예상되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문제
가 되고 있는 투신사에 대해 유사시 1백조 원의 유동성을 지원키로 하는 등 ’11
월 금융대란설’의 조기진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강봉균 장관은 15일 “문제의 본질을 알고 있을 때는 절대 대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우문제 해결 등에 시간이 걸리고 있으나 작년보다 충격을 흡수할 여
지가 있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적자금도 얼마든지 투입할 수 있는 자세도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금융대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음에도 금융대란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채권시장 마비사태까지 이르게
되자 정부는 18일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공정
거래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처장관, 정해주 국무조정실장, 전철환 한국은행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하게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불안 해소대
책’을 결정했다.
대책의 주요내용은 채권 투매를 예방하고 채권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채권시장
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자금사정
이 양호한 은행을 중심으로 최소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로 조성, 채권
수요를 촉발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신사에 대해서는 은행이 보증 또는 A
급 회사채를 직접 매입해 줌으로써 유동성을 지원하고 한국은행도 필요시 통안
증권 매입 또는 국공채의 환매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투신사의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사모(私募)펀드 등 신상품 도입을 허용하고, 기존 공사채
형 펀드에 대해 대우채권 편입 고객이 주식형으로의 전환을 희망할 경우 기존펀
드를 분할해 주식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행은 단기금리를 현 수
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국채발행으로 시중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신축적으로 지원해 장기금리의 안정과 장 단기 금리간의
격차를 축소하기로 했다.
대우문제로 인한 채권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채권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대책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 요인은 채권시장만이 아
니다. 은행부문, 초국적 금융자본의 압박, 실물부문의 부도 확대 가능성 등 여
러 요인이 상승작용을 더구나 정부의 채권시장에 대한 대책마저도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당
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지 모르나 채권시장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
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대책의 구체적인 일시와 방법이 나와 있
지 않다. 예컨대 채권시장 안정기금의 설립도 최소한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
상되고 있다. 또 지난 대우채권단의 내부 협의과정에서 잘 드러났듯이 금융기관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은행들은 책임
문제와 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이 이처럼 시일이 걸리고 채권시장의 불안을 충분하게 잠재우지
못하게 되면 투신사들은 여전히 11월 대규모 환매사태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투신사들은 계속 유동성을 비축하려고 할 것이다.
채권은 틈만 나면 팔 것이며, 주식도 순매도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 보다 강
력한 안정화 대책을 요구할 것이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직접 투신사의 통안증권
을 매입한다든지,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을 재유입시키기 위해 비실명장기
채, 비과세 채권형 저축상품 등 획기적 상품을 허용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대우 부실채권으로 인해 은행권은 여신축소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은행권의 상황도 심각하다. 대우사태로 인해 은행부실화가 우려되면서 은행
주가는 30% 이상 하락했다. 또 대우에 대한 부실채권으로 인한 직접적 손실 규
모도 크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자산가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도 많다. 주가가
불안하고, 은행이 투신사에 위탁한 자금 회수도 채권시장의 불안정화에 따라 불
안하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훨씬 더 엄격한 심사기준인 국제기준에 따라 부실여
신을 가리게 되고, 이로 인해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은행들은 해외DR 발행을 추진해 왔
으나 대우사태 이후 이것마저 여의치 않아서 대부분 연기하고 있다. 결국 자기
자본 확충이 어려워진 은행들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회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
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대우사태 이후 6대 금융트렌드’라는 보고서에서 대우사
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출시장의 신용경색이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이 안고 있는 대우 여신액 22조7천억 원 중 이자감
면, 대출금 출자전환 등으로 20%가량만 손실을 본다고 할 경우에도 약 4조 5천
억 원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여신규모는 평균
자기자본의 7배에 달하기 때문에 위축되는 은행여신은 최대 31조 원이라는 것이
다.
여기에 정부가 은행이 투신사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기
업에 대한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금융
부문에서 단기적인 자금사정은 넉넉한 편이지만 연말에 가면 35조∼55조 원의
자금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은 투신사와 물려 있는 측면 이외에도 대우문제로 인한 부실채
권으로 인해 신용위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투신사 문제로 인해 더욱 증폭
될 가능성이 크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신용 회수는 신용위축을 증폭시킬 것이다.
대우의 해외채권단은 대우의 해외부채에 대하여 국내 채권단이 지급보증할 것
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초국적 금융자본들은 이미 대우의 해외자산에 대해서
자산압류 등 직접적인 17일 대우그룹이 해외채무에 대해 7개월간 원리금 지급을 유예시켜 달라고 요청
한 데 대해 거부했다. 더 나아가 현대와 삼성의 계열사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
업에 대해서까지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대출의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있다.(주간
정세동향 9월 13일자 참조)
이처럼 초국적 금융자본은 대우의 해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구하며 신용
회수에 나서면서 한국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이러한 압박은
금융시장의 신용위축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다른 한편 최근 9월 들어 보름 사이에만 6억 달러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지난 7월 대우사태 이후 지금까지 24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
이 유출되고 있고, 이로 인해 원화 환율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물부문의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대우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용위축으로
인한 실물부문의 위기 징후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대우사태 여파로 8월 중
어음부도율이 급상승,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
면 8월 중 어음부도율은 는 지난 97년 12월(1.4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어음부도율이 급상
승한 것은 8월 26일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따라 대우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 등 융통어음이 대량 부도처리된 데서 비롯됐
다.
여기에 주식시장, 채권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늘려 왔던
대기업들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워지고 회사채
금리가 폭등하여 은행 금리보다 높아지자 다시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들의 은행대출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으로
갈 여신이 크게 축소되고 있어서 신용위축의 피해는 일차적으로 중소기업들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신용위축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늘어
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실물부문의 불안과 위기는 다시 부실채권을 양산하여 금융부문을 압박
함으로써 신용위축을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국내외 대우채권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야기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은 단순히 투신권만의 불안이 아니라 투신권, 은
행권, 초국적 금융자본의 움직임, 실물부문의 불안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
서 악순환하여 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그
근원에서 이러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은 국내외 채권단의 대우채권 회수
라는 이해관계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위기는 정부의 직접 개입, 공적자금 투입이 이루어질 때까
지 계속 증폭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초국적 금융자본은 대우의 해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구체적으로 확보하기 전까지는 신용회수 등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우의 해외채권단은 20일 그 동
안 국내 채권단이 대우의 해외채무에 대해 지급보증하라는 요구에서 더 나아가
정부가 지급보증하라고 요구수준을 높여 압박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금융시장의 정부 개입 요구를 수용해 공적자금 투입의 수순을 밟
아가고 있다. 이후 정부의 대처방안은 19일 발표된 금융연구원의 ‘현재 경제위
기 상황진단과 대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부실투신사의 자산을
우량은행이 자산.부채 인수(P&A) 방식으로 인수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대우의 부실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국내외
채권단 공동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에서 대우문제를 처리해 왔다. 대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도 그러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과 같은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
시장 불안이 상당한 정도 증폭되고 외환위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심각한 신용
경색으로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되었을 때 해외채무에 대한 지
급보증이나 공적자금 투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만 97년 말 IMF 사
태 때와 마찬가지로 불가피한 조치로 사회적으로 인정되어 정치적 부담을 최소
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 계열사들의 해외매각은 더욱 헐값화 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 계열사들의 자산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있고 초국적 자본은 더욱 헐값으로 인수하려 하고 있다. 최근 세
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자동차의 경우 당초 100을 내걸어 50%라도 건졌겠지
만 지금은 20∼30%도 안 되는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우자동차의 헐값
매각을 당연시하고 있다.
실제로 17일 대우기전과 대우정밀 새시부문의 해외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7월 중순 델파이 사와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델파이 사가 인수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협상을 중단한 것이다. 대우자동차와 GM의 협상과
정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불안 속에서 대우 계열사들의 자산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있고 더욱 헐값화되고 있다. 이는 대우의 부실채무 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
고, 그에 따라 은행 부실화, 채권시장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또 공적자
금 투입의 규모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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