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정부, 대우계열사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의 수순 밟기 들어가

금융시장 불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확산되는 등 정부의 1차 금융시

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는 서둘러 2차 안

정대책을 발표했다. 2차 대책 역시 채권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자본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즉 대규모 공적자금

의 투입 문제가 본격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여전히 금융시장을 불

안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러한 요구에 굴복하여

점차 공적자금 투입의 구체적인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우채권과 투신

사 부실에 대한 손실분담을 둘러싼 정부와 국내외 금융자본간, 금융자본 내부의

이해관계 대립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2단계 금융시장 안정대책 서둘러 발표

채권시장의 위기가 주식시장으로까지 확산되자 정부는 10월 중순 발표할 예정

이던 2단계 금융시장안정대책을 4일 서둘러 발표했다(10월 4일자 <주간정세동향

> 참조). 지난 1차 발표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채권시장의 대량환매 가능성을 예

방하기 위한 추가대책에 중점이 두어졌고, 대우문제를 조기 처리하겠다는 것이

새로 추가되었다. 그 주요내용은 ▲투신사 조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

재확인 ▲투신사 기존펀드 추가자금 유치 허용 ▲내년 7월부터 실시예정인 채권

시가평가제 유보 ▲대우채권 환매 보장 재확인 ▲대우문제 처리 일정 앞당길 방

침 ▲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 등이다.

그러나 정부의 2차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

히 가시지 않고 있다. 회사채 유통수익률(회사채 금리)은 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급등락이 거듭되면서 여전히 불안하다. 2차 대책 발표 직

후에는 주가가 800선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정부 대책에 대한 금융자본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대우채권이 편입된 공사채형 펀드의 주식형 전환이 허용돼

지난 4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으나, 1조 원 안팎에 그치는 등 실적이 극히 저조

하다.

이렇듯 금융시장을 계속 불안하게 하면서 국내외 금융자본은 제도언론을 통해

연일 “투신사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대우의 부실채권에 대한 손

실 분담 기준을 명확히 확정짓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즉 투신 구조조정을 뒤로 미룬 점이나 투신권 문제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손실분담 문제 등에 관한 분명한 원칙표명이 없었기 때문에 금

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국적 금융자본,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직접적으로 요구

정부의 거듭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

운데 초국적 금융자본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대규모 공적자금의

조기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일 IMF, IBRD의 산하 연구기관인 국제금융센

터(IFC)는 한 보고서에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시장의 안정을 꾀하

라고 한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JP모건·메릴린

치·살로몬스미스바니·모건스탠리 등 외국 투자은행들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반

영하여 현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정부의 대우 문제와

투신사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JP모건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투신사 유동성 위기 때 신이 필요하다”, “대우사태로 인한 공적자금 투입 예상규모를 20조 원에서 40조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투신사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

해서는 부채동결, 신탁상품 원금의 일부보장, 부실 투신사의 폐쇄 및 합병이라

는 극단적 구조조정 수순을 밟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내년

4월 총선 승리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까지 지적하면서도 이러한 요구를 구체적으

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 채권단 손실분담기준 발표로

투신사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 수순 시작

국내외 금융자본의 압박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는 대우계열

사들과 투신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하고 있

다.

정부는 8일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18개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정책조정회의 정례회의를 열어 추가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우문제 해결 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투신사 구조조

정을 진행하고, 발생 가능한 손실요인은 투신사 자체 자금과 투신사 대주주, 증

권사 순으로 분담하되, 불가피한 경우 공적자금을 활용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또 강봉균 장관은 9일에는 “한국, 대한투신은 필요할 경우 공적자금 투입할 방

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4일 발표된 대우 계열사들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 조기 확정의

내용 속에 출자전환과 부채탕감, 이자감면 등 종합적인 채무조정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표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계열사별로 영업수익에 맞는 적정 채무를

산출하고 이자지급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진

행중인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을 가속화하고 매각가치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채무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

로 알려졌다. 또 7일에는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대우사태의 신속한 해결

을 위한 방안으로 대우자동차를 국유화한 뒤 제3자에게 매각하자는 방안이 제시

되었다. 이 방안 역시 막대한 대우자동차 채무에 대한 탕감 및 출자전환 등을

전제한 방안이다.

국내외 금융자본은 손실 최소화를

위해 금융시장을 계속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의 1, 2차 금융시장 안정대책, 그리고 추가대책 등은 국내외 금융자본의

압박에 따라 ‘시장의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자본의 요구를 점차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자본에게 일정한 손실분담을 요구하고 공적자금

규모를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을 최소화하

려는 정부와 손실규모를 최소화하려는 국내외 금융자본 간의 이해관계의 차이가

금융시장 불안을 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자본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

로 인한 갈등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대규모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완전하게 보장하지 않는 한 금융시

장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현재의 정부 발표대로라면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 투신사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

는 것으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일정하게 후퇴하고 있다. ‘인위적인’ 구

조조정은 하지 않겠지만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허용하겠다는 의미이므로,

투신사의 부실화에 따른 부도와 파산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11월 대

우채권 문제로 인한 대량환매 요구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투신

사에 대한 구조조정 불안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투신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 매도 압력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계획 확정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

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조정을 둘러싸고 손실분담 문제가 그러하고, 실사

내용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자금 흐름이 이러한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우사태와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최근 부동자금이 무려 100조 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8월 투신상품 환매제한조치 이래 35조 원이 이탈했고, 은행 신탁으로부터

도 7조 원이 빠져나갔다. 그 동안 주식형 수익증권에는 1조 원밖에 추가로 유입

하지 않았다. 채권형 상품에서 빠져 나온 자금들은 대부분 은행권의 단기성예금

이나 종금사의 단기성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

다. 그래서 은행권 단기예금만 74조 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화

를 위해 여러 가지 특혜성 채권형 상품을 허용했음에도 돈이 유입되지 않는 반

면에, 담배인삼공사 주식 공매에 12조 원이 몰리는 등 안정성 있는 투자처를 찾

으면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제시한 투신사의 손실분담 원칙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금융자본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8일 열린 경제대책회의에서 투

신 부실분에 대한 손실분담 원칙이 제시된 이후 손실분담 원칙을 둘러싼 투신사

와 증권사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은행계 투신사들은 시장관행을 무시

한 손실분담원칙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증권, 투신업계에서는

수익증권 판매, 운용에 있어 증권사들의 역할이 컸고 판매 및 운용 수수료의 비

율도 8대2로 증권사들이 많이 가져갔기 때문에 증권사의 부담이 커야 한다는 것

이다. 이것은 손실분담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금감위는 투신사와 증권사가 자

율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데 반해, 재정경제부는 투신사 자체 자금 → 투신사

대주주 → 증권사의 순으로 못을 박아 재정경제부와 금감위의 입장이 서로 다르

게 발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 은행들이 연말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

고 추진하고 있는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한국

의 금융시장 불안을 핑계로 초국적 자본이 헐값판매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억 달러의 해외 DR 발행을 추진해 오던 외환은행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외면으

로 지난 5일 발행을 무기 연기했다. 이에 따라 이 달부터 줄줄이 예정되었던 조

흥·한미·대구은행의 DR 발행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신용위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은행권 자체가 금융시장의 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 금리와 주가는 여전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권안정기금

의 투입에 따라 회사채 금리가 9%대로 하락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시적

이고 인위적인 금리수준으로서 금리인상 압력을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

고 있다. 또 주가 역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투기세력들의 매매차익을 노린

개입에 따라 일시적으로 반등하고 있는 것이고, 하락 압력을 계속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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