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인터넷 세상, 마우스를 든 전사들
지역·시간 제약없는 사이버 시위로 시민운동 새 장 열어
‘사이버행동네트워크’ 결성, 사용자 권익 침해 대처할 터
사이버공간이 시민운동의 새로운 무대가 될까. 3억원의 상금을 걸었던
닉스사의 도메인 공모에 비리가 있다며 지난달 25일 황용수(32·전북
정읍고 교사)씨가 반닉스 홈페이지 ‘닉스도메인문제 해결을 위한 네
티즌행동(www. ihateifree.com)’을 열고 사이버시위를 벌인 후 사이
버공간에서의 권리찾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시위가 끝난지 한 달이 지났지만 네티즌행동에는 여전히 하루 1천3백
여명이 방문하는 등 방문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18일 현재 방문자수
는 4만5천명을 훌쩍 넘었다.
네티즌행동 쪽은 앞으로 닉스도메인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통
신관련 업체들이 사용자 권익을 침해할 경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사이버행동네트워크’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네티즌행동에 참가하고 있는 ‘함께하는시민행동’ 문광승 국장은
“현실에서 시민들에게 의사표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처럼 네
티즌에게도 기회가 거의 없다”며 “이번 닉스 도메인공모사건은 뿔
뿔이 흩어져있는 네티즌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네티즌행동 외에도 ‘안티후지사이트(www.antifuji.org)’, ‘두루넷
서비스개선을 원하는 모임(myhome.shinbiro.com/~thrunetz)’, ‘삼성
불매운동사이트(www.n osamsung.org)’ 등 사이버 공간에서 소비자
운동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일본 도시바사의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고발, 결국 사장의 사과를 받아내는 등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들
의 권리찾기가 벌써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그런 면에선 초보상태. 하지만 이제 막 발걸음
을 떼기 시작한 수준이다. 문광승 국장은 “인터넷인구 6백만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자기 생각을 글로 올리거나 의사표현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며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시민운동 내에서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홈페이지
구축과 운영 등 물질적인 부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 안에서 행동하는 일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때문에 지역의 한계를 넘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도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행동에 동참하는데 10여분의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점
에서 사이버운동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스테판 워레이, 리카르도 도미닝그라는 두 명의 대학생이 만든 ‘전자
교란전선(Electronic Disturbance Theather)’은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행동대상과 날짜를 알리고 동시에 ‘사이버연좌
시위’를 벌인다. 멕시코 사빠티스따 투쟁, 코소보전 나토군 투입 등
에 반대해 초국가적인 시위를 벌인 이들은 12월 3일 시애틀에서 열리
는 WTO협상을 반대하는 새로운 시위를 준비중이다.
한편 온라인 상에서 발생한 문제를 온라인 안에서 해결하는 움직임도
있어 눈길을 끈다. 머드 혹은 머그게임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롤플레잉
(역할연기)게임의 하나인 ‘리니지’에서 지난달 발생했던 사이버시위
가 그런 예. 지난달 29일 몇몇 회원들이 게임을 관리하는 NC소프트측
의 잘못된 서비스를 성토하던 중 갑자기 채팅창의 기능이 정지되고
접속이 끊기는 사건이 벌어졌다. 관리자의 고의적인 행위라고 판단한
회원들이
이들은 항의메일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무기판매소를 둘러싸고 서
서 게임진행을 방해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상현실에서 게임캐릭터를
이용한 가상 시위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회사에서 몬스터캐릭터
를 풀어 시위진압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들의 공격으로 몬
스터들의 진압은 실패로 끝났다. 이 시위는 현실에 기대지 않고 사이
버 세계의 상상력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했다는 점에서 사이버
소비자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이버가 시민운동의 새 장을 열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네티즌 개개
인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갖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syle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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