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공청회 무산

정부 협상 강행, 내일 협상 개시 선언 예정

[%=영상1%]
외교통상부 주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협회, 농촌경제연구원 주관의 한-미FTA 공청회가 시작 20분 만에 무산됐다. 그러나 정병화 통상교섭본부 북미통상과장은 "절차상으로는 공청회는 진행된 것"이라고 답하며 대외 장관회의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 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내일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이후 10시 관련 내용을 브리핑 할 예정이다.

  최재관 농민. 주최측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권회승 기자
공청회, 직원들 데리고 하냐

9시 30분 부터 시작 예정이던 공청회는 시작에 앞서 실랑이가 오고 갔다. 공청회 장소로 예정된 강당에는 앞쪽 3째 줄 까지 '지정석'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는 소속을 알 수 없는 짧은 머리의 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좌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청회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젊은, 이들은 누구냐?" "맨 앞자리를 지정석으로 배치하고 이들을 이렇게 앉힌 이유가 뭐냐?"고 주최측에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병화 통상교섭본부 북미통상과장은 "코엑스 측 보안담당자 들이다"라고 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앉을 자리도 없는 상황에 그렇게 배치한 이유가 뭐냐" "코엑스 직원들 대상으로 공청회 하냐?"며 항의가 빗발쳤고 40여 분의 언쟁 끝에 주최 측에서는 보안요원들을 전원 퇴장 시켰다. 보안요원들 퇴장 직후 공청회가 시작됐다.


대외개방과 대내개혁의 두마리 토끼 잡겠다

개회사를 한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최대 시장,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갖고, 투명한 운용 풍토를 가진 미국과 진행하게 될 FTA 협상은 상품 뿐 아니라 교육, 의료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경태 원장은 싱가포르의 의료와 교육 시장 개방의 예를 들며 "국민들은 개방 할 때마다 '망할까봐' 걱정이 많다. 그러나 개방 이후를 돌이켜 보면 우려가 지나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기업, 노동자들은 개방의 기회에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해 왔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미FTA 이후 일시적인 개방 충격이 있을 수 있는 데 이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지인 외교통상부 심의관의 경과 보고가 진행됐다. 홍지인 심의관은 "한국은 FTA 후발국으로 동시 다발적 FTA 를 진행하며 그간의 격차를 상쇄 보완하며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고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FTA 추진을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홍지인 심의관은 그간 진행된 한-미 통상장관 회담 및 실무 논의 과정을 보고하며, 내년 미국의 무역촉진법 만료시기에 앞서 협상을 만료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향후 일정 까지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방청석에서는 "오늘 공청회를 하고, 대외 장관 회의 이후 내일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이 보도가 사실이냐?"라는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이 질문에 이어 방청석 곳곳에는 "내일 협상 개시 선언이 사실이냐? 그렇다면 이 공청회는 왜 하냐?"며 항의성 외침들이 이어졌다.

최재관 농민은 "내일 협상 개시 선언을 확정해 놓은 상황에서 이 공청회에서 누구의, 뭘 듣겠다는 거냐"며 항의 했고 "오늘 공청회는 내일 발표를 위한 요식 행위 자리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들러리냐"라며 전원 퇴장을 요구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이 홍지인 외교통상부 심의관에게 항의하고 있다/권회승 기자

  공청회 단상에서 플랭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는 농민-시민단체 활동가들/권회승 기자

발표 하루 앞둔 공청회, '요식행위' 그 자체

항의가 거세지자 주최측에서는 10분 간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도중 농민들이 준비해온 플랭카드를 펼치려 하자 보안 요원들이 거세게 저지해 곳곳에서는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농민들은 플랭 2개를 펼쳐 들고 단상에 올라섰다. 농민들은 "이 공청회는 개시 선언을 위한 형식적인 자리"라며 패널로 참석한 교수들도 모두 퇴장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새벽차를 타고 익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농민은 "어떻게 이해 관계자들의 말을 듣겠다는 공청회에 패널들은 다 교수님들이냐"라며 비꼬기도 했다. 다른 농민들은 '농민들이 이렇게 직접 왔는데도 무슨 폭도 대하듯 한다'며 곳곳에서 불평들도 줄을 이었다. 전농 경기도 연맹 소속의 한 농민은 "정부는 들을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무대 단상에서 플랭카드가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도 주최측은 "공청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농민들은 단상에서 내려가 줄 것"을 요구했다. 주최측이 재차 요구하자, 공청회 참가자들 또한 "질문에 답을 해라. 내일 발표를 앞두고 이 공청회를 하는게 맞냐?"라며 응수했고, 주최측은 다시 20분 간 정회를 가졌다.

이후 다시 단상에 선 홍지인 심의관은 "협상 개시 선언은 한-미간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하고, 이 내용을 대외장관회의에서 심의, 의결 한다. 이 절차를 거친 이후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공식 개시를 발표하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현 단계에는 결정 된 것이 없다"라며 서둘러 답변과 경과 보고를 마쳤다.

이후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패널들 돌아가라. 이 공청회는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과의 논의 후에 다시 해야 한다. 공식 제안한다. 날짜도 충분히 있고 논의도 하고 싶다. 절차 무시하고, 형식적으로 하지 말라"며 논의를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11시 30분 경 정병화 북미통상과장은 " 장내 질서 회복이 안돼 중단 한다"며 공청회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정병화 과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공청회는 진행된 것이다. 실무적으로 형식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밟은 것이기 때문에 이후 일정은 그대로 간다"고 밝혔다. 각계의 입장을 다 들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냐 라는 질문에 정병화 과장은 "이미 공청회 자료로 각계의 입장들이 제출돼 있고, 오늘 공청회에서도 충분히 들었다"라고 답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농민, 시민단체 참가자들은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책없는 '한-미FTA 중단'을 촉구했다.

  공청회 무산 이후 농민-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입구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권회승 기자
덧붙이는 말

FTA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으로, 특정국가간에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이다. 역내관세 철폐(FTA), 역외공동관세 부과, 역내생산요소 자유이동보장, 역내공동경제정책 수행, 초국가적기구 설치·운영 등 지역무역협정의 가장 느슨한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