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아르 위원장 체류 불허 방침을 철회하라"

민주노총, 이주노조 결성권 침해로 한국정부 ILO에 제소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조합은 최근 정부가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의 체류 불허 방침을 내린 데 반발해 '이주노동자 노조 결성권 침해'의 내용으로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기로 하고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발표했다.

이주노조는 법원에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출한 바 있으며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항소를 진행중이다. 노동부와 법무부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사용자가 맺은 고용계약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고, 그러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만든 이주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정부의 이러한 입장과 법원의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는 UN협약과 ILO규약 등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주노동자 노조 결성권 침해와 고용허가제 등은 ILO협약 143조 항목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권리 보장'을 어기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노동조합 결성권, 단체교섭의 권리 등이 보장돼 있는 87조와 98조에도 어긋난다.

표적연행됐던 아노아르 위원장, 노조활동 빌미로 강제추방 협박받아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아노아르 위원장의 체류 허가까지 취소하려 하고 있다. 아노아르 위원장에 따르면 비자 기간 연장을 위해 찾아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일시보호해제 요건이 충족됐다"며 자진 출국을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더해 아노아르 위원장의 집회 참석이나 노조활동까지 문제삼으며 '강제 추방'까지 암시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의 방침은 법무부와 정부의 방침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아노아르 위원장이 ILO총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자 취소를 운운하며 위협한 사실이 있고, 앞으로도 아노아르 위원장의 활동을 빌미로 체류 허가를 취소하려 한다면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 밝혔다.

2005년 4월에 출범한 이주노조가 출범한 이래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아노아르 위원장을 표적 연행, 강제 구금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주노조가 생긴 이후로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간사냥식 단속과 강제추방을 감행, 수많은 노동자들이 강제출국을 당하거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사망하는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 창립 직후인 2005년 5월에 강제 연행된 아노아르 위원장은 신병 치료를 위해 2006년 4월 '일시보호해제' 명목으로 풀려났으며 6월에 위원장으로 재임, 8월에 민주노총 대표로 ILO총회에 참석하려 하자 정부로부터 강제추방의 협박을 받았었다.

민주노총의 한국정부에 대한 ILO제소문(요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대한민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ILO 97조와 143조 협약을 위반하여 이주노동자들 노동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노동조합 결성권, 단체교섭의 권리 등을 침해하여 ILO 87조와 98조을 위반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공식 제소한다.

1. 제소 내용

1) 한국에서 2004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ILO 협약 97조와 143조를 위반하여 이주노동자의 노동 기본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제도이다.

2) 2005년 4월에 창립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연행과 노조설립 신고에 대한 보완요청 그리고 보완요청 부족등을 이유로 한 노조설립 신고 서류 반려는 결사에 관한 ILO 협약 87조와 98조에 대한 위반으로서 이주 노동자 운동에 대한 탄압이다.

3) 요약

(1) 고용허가제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계속된 단속추방으로 인하여 발생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협약 143조 [제1조] “본협약이 시행되는 각 회원국은 모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전면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2) 고용허가제의 대표적 독소조항인 25조 사업장 이동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협약 143조 [제14조](a)“이민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규정된 기간동안 취업을 목적으로 자국의 영토 내에 합법적으로 거주한다는 조건하에서 또는 법령이 2년 이하의 정해진 기간동안 계약을 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가 첫 번째 고용계약을 완료하였다는 조건하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지리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주는 반면,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를 위반하고 있다.

(3)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연행과 설립 신고서류에 대한 보완 요청은 협약 87조 [제 2조]“근로자 및 사용자는 사전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택하여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떠한 차별도 없이 가진다”와 [제3조]“공공 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어떠한 간섭도 중지하여야 한다” 를 전면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4) 요구 사항

(1) 지금 즉시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할 것을 요구한다.
(2)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인 사업장 이동의 제한 및 계약기간 1년을 넘지 못하고 1년마다의 재계약에 대한 조항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권고하고 이 조항을 당장 폐지할 것을 권고할 것을 요구한다.
(3) 한국 내의 사업장 및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일반화되어 있음을 권고하고 인종 및 민족 차별 금지를 권고할 것을 요구한다.
(4)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노동자고 노동자의 권리가 ‘지위가 공인되지 않았거나 공인될 수 없는 이주노동자’ 또한 동등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에 의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을 허가할 것을 권고할 것을 요구한다.
(5) 또한 현재 한국 정부가 ILO에 대해 무시 일관도의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당장 국제기구의 기준에 따를 것을 강력하게 권고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