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이라며 '무혐의'로 판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울산지방 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2006년 12월 28일,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와 102개 사내협력업체 등 피의자 128명에 대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 사건에 혐의없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울산지검은 결정문에서 "각 사내협력업체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인사결정권과 작업배치·변경 결정권을 독자적으로 직접 행사하며, 취업규칙을 별도로 작성하고 4대 보험료를 독자 납부하는 등 사업자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 및 각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간의 노무관리상 사용 종속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시업 및 종업 시간과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이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점, 현대자동차와 각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혼재 작업하는 점 등은 계약 당사자간의 협의를 통해 가능한 사항"이고, '공정개선반' 운영과 관련해서도 "현대자동차 근로자의 결원 발생 시 일부 업체와 비상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투입해 업무를 수행하게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불법파견 무혐의 처분은 기획된 결과에 맞춘 졸속 판결"
울산지검의 이같은 결정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불법파견 무혐의 처분은 검찰의 기획된 결과에 맞춘 졸속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울산지검의 불기소 처분 이유는 사실과 전혀 다르며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며 "현대자동차의 작업장은 원청노동자와 하청업체의 비정규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는 구조로,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작업표준지시서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므로, 결국 하청업체 대표의 직접적 업무지시가 가능하려면 정규직까지 지시감독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 반박했다.
또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하청업체 고용인원을 원청기업이 결정하는 점 △도급금액 산정 자체를 하청노동자 노무제공에 대한 보수로 하는 점 △하청노동자의 단결권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고소인 조사, 참고인 조사, 현장조사를 거치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결과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꿰맞추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으며,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불구속 수사로 일관하더니 또다시 자본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검찰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불법파견 수사기준에 대해 공개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기륭전자, 하이닉스, 르네상스호텔도 무혐의... 민주노총 '집단 항고' 방침
민주노총은 최근 검찰이 장기간 끌어온 기륭전자, 하이닉스매그나칩, 르네상스호텔 등의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잇달아 내린 것과 관련해 "법률적 역량을 최대한 가동하여 졸속 처분된 이 사건들에 대해 집단 항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사내협력업체들은 지난 2004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관련 진정으로 같은 해 12월 울산지방노동사무소에 의해 100여 개 협력업체 1만여 명 전원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으나, 현대자동차 측과 경영계의 불복 및 반발로 시정되지 않은 채 오랜 기간을 끌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