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사실상 이를 재검토할 뜻을 시사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5일 모 방송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노동부는 그 관계를 불법파견으로 봤는데 검찰에서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면서 "근로자 측의 항고 결과도 지켜봐야겠지만, 근본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 간에 의견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해 노동부와 다른 판결을 내린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
아울러 "빠른 시일 내에 법무부 등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다시 한 번 비정규직 파견 기준에 대해 재검토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해, 사실상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동부와 검찰의 엇갈린 판단에 수 년간 거리 헤매는 노동자들
현대자동차와 사내협력업체들의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는 이미 2004년 12월 울산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바 있으나, 현대자동차 측이 이를 시정하지 않아 노동자들로부터 고발된 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현대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검찰은 이전에도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르네상스호텔 등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사업장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은 2005년 7월, 기륭전자는 2005년 8월, 르네상스호텔은 2004년 5월에 각각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으나 사측의 불복으로 복직과 정규직화 등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들이 수 년간 거리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으며, 검찰이 고발당한 이들 사업장을 최근 모두 '무혐의' 처리하면서 또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노동부 오락가락 판정, 검찰과도 손발 안 맞아
이같은 '엇박자'는 검찰과 노동부 사이에서만 발생한 것도 아니다. 노동부는 앞서 현대자동차 등에는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KTX승무원 건과 관련해서는 철도공사와 자회사에 '적법한 도급'이라는 상반된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2005년 서울남부노동청이 KTX승무원이 '적법 도급'이라고 판정하자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지시로 재조사가 실시됐으나 "불법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보아 적법"하다는 다소 애매한 결론이 나왔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 노동부가 상이한 판정들을 내놓고,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사업장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는 사례가 잇따름에 따라 불법파견 판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