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는 막아도 한미FTA 반대 의지는 못 막는다”

범국본, 경찰 봉쇄로 인도 위 약식 집회... 곳곳에서 충돌

한미FTA 7차 협상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12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종묘공원에서 ‘한미FTA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불법 집회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범국본의 집회 신고를 불허한 경찰은 집회가 열리는 오후 2시경부터 종묘공원을 원천 봉쇄했다. 집회 시작 전 경찰은 지하철 입구와 종묘공원 인근에서 젊은이로 보이는 시민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통행을 차단했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집회는 한 시간 이상 지연됐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라"는 참가자들의 요구에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모든 통행을 차단한 경찰의 봉쇄에 격분한 참가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빚어지고 있다.


집회를 열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길을 막는 법적 근거가 뭐냐”, “횡단보도도 못 건너게 막으면 도로에 서 있으라는 거냐”며 따졌고, 경찰은 “범국본의 집회 신청이 금지돼 원천봉쇄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는 말 외에 답변을 피했다. 도로를 에워싸고 이동을 가로막는 경찰들에 격분한 참가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경찰의 봉쇄로 인해 집회는 오후 3시경 종묘공원 근처 인도 위에서 300여 명의 인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원재 범국본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이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횡단보도와 인도의 통행을 차단하고 심지어 화장실도 못 가게 막았다”며 “종묘공원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은 경찰이다”라고 비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인도 위 집회를 열었다고 취지를 밝힌 이원재 공동상황실장은 “어떠한 공권력 탄압이 있더라도 한미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김덕윤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은 “지난 3차 협상 때 미국 시애틀에서도 반대 집회를 했는데, 한국 땅에서 한국 국민들이 집회를 못 하게 막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미국 정부와 기업이 아닌 우리 국민들을 위해 정치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시위탄압 중단하고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3시 30분경 해산했다. 이후 범국본은 오후 4시 보신각에서 연이어 집회를 연 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어 오후 8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협상 종료일까지 노상 농성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