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경찰·공무원과 시청 앞 몸싸움

삼성SDI 하이비트 노동자들 노숙농성 시작

  집회대오로 방패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려는 경찰을 막는 참가자들

23일 오후 6시,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열린 '삼성SDI 대량해고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시청 주변에는 집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청 공무원 100여명과 경찰 1001부대가 집회 대오를 에워싸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밀리지 않으려는 노동자들과 방패로 밀고 들어오는 경찰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집회 참가자들이 천막을 치기 시작하자 시청 직원들이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고, 삼성SDI 하이비트 조합원들이 팔짱을 끼고 인간 바리케이트를 만들며 막아냈다.

순간 경찰병력이 인도 옆을 막고 차도를 장악하더니 집회대오로 밀고 들어왔다. 집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천막을 지키고 밀리지 않으려는 조합원들과 방패를 앞세워 조합원들을 밀치는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이어졌다.

1시간 넘게 싸움이 이어졌지만 천막을 치지 못한 상태에서 금속울산지부는 노숙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숙농성은 삼성SDI 하이비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금속지부와 지회가 조를 짜서 하루씩 담당하기로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투쟁을 결의하며 해산했다.


  삼성SDI 하이비트 조합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이젠 끝장 투쟁이다.

집회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울산본부 윤장혁 사무처장은 “투쟁이 150일을 넘고 있지만 언론이든 시청이든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처분으로 삼성SDI 앞에서 집회할 수도 없다. 이제 시청으로 옮겨 대량해고를 수수방관하는 박맹우 시장에게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집회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들과 삼성SDI 사내기업 해고노동자들, 노동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금속울산지부 임창수 수석부지부장은 대회사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강고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일자리 되찾고, 더 나은 대우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윤장혁 사무처장은 “시청 직원이 법적으로 문제 있으면 법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법 좋아하는 사람들이 회사측의 수많은 부당노동행위에는 처벌도 못 하면서 조합원 개개인에게는 손해배상청구를 해 노동자의 목을 죈다”고 말하고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열사를 자결로 몰아간 자본가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을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울산시당 남구위원회 김진석 위원장은 “삼성의 본질을 외면한 채 두둔하는 시청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청을 비난한 뒤 “하이비트, 이랜드를 중심으로 한 투쟁이 희망을 주고 있다. 힘찬 투쟁으로 반드시 희망을 만들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돼 10년 동안 단 하루도 삼성 직원이 집 앞을 떠난 적이 없다는 송수근 해고자도 “더 이상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삼성SDI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이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노조를 만들 것”이라 말하고 “삼성의 해고 노동자가 복직됐을 때 진정한 민주노조는 만들어 질 것”이라며 지역의 연대를 호소했다.

"삼성에서 버림받고, 시청에서도 버림받았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대표는 “시청은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시민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약한 사람을 무시하고 조롱하면 벌 받는다”고 시청을 꾸짖었다.

같은 시간, 북구 홈에버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도 연대하기 위해 달려온 이랜드일반노조 울산분회 서경만 대의원은 “승리할 때까지 같이 연대해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삼성SDI 하이비트 조합원 최세진 대표는 지난 번 면담 때 시장이 ‘삼성은 정규직은 자르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 “기가 막힌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며 분노했다. 또한 “우리가 성추행당하고 폭행당해 시청에 갔을 때 기다리라는 소리만 하던 직원들이 천막 치는 걸 막기 위해 나왔다”며 “발이나 닦고 잠이나 자라”고 일침을 가한 뒤 “삼성에서 버림받고 시청에서도 버림받았다. 회유와 협박이 계속되고 더 이상 갈 곳도 잃을 것도 없는 너무 힘든 상황에서 우린 이젠 끝장 투쟁으로 간다”고 결의를 밝혔다.

  상징의식

집회는 ‘영업방해금지가처분’, ‘삼성SDI 구조조정’ ‘울산시장 규탄’ 등의 내용을 붙여놓은 얼음덩이를 망치로 깨는 상징의식을 갖고 마무리됐다.

한편 집회에 앞서 삼성SDI 하이비트 조합원들은 오후 4시부터 남구청 옆 달동공원에서 시청까지 요구사항을 담은 만장을 들고 행진을 했고, 삼성SDI구조조정저지대책위와 사내기업 해고자들은 성남동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