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간에 치열한 접전은 대의원 수 확보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자금=득표’라는 등식이 통하는 미국 선거에서 선거자금 모금은 또 하나의 소리 없는 싸움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경선후보는 6일 지난 2월 동안 5천 5백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오바마는 6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감사 메일에서 “한 달간 이렇게 많은 선거 자금을 모금한 적이 없다” 스스로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바마, "소액의 다수 지지"에 의미
오바마 측은 ‘역대 한 달 최대 규모의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것 보다는 소액의 다수가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바마 후보 측은 5천500만 달러 기부자 가운데 90%가 100달러가량을 기부해, 선거자금 기부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소액 다수의 개미군단’의 지지를 부각 시키는 오바마의 측의 주장은 전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달 미국의 진보잡지카운터 펀치의 팸 마튼스는 ‘오마바의 돈의 카르텔’이라는 제목아래 “오바마 캠페인에 최대 기부자들은 바로 월 스트리트 기업들이다. 이 음지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축) 대부자인 월 스트리트는 노인과 빈민 그리고 약자들을 약탈적인 대출에 매장시켰다”고 지적했다.
초당적으로 정치자금을 추적 및 집계하는 반응정치연구소(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가 2월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연방 정부를 파멸적으로 지배한 금융기업과 로비스트, 로펌 등의 월 스트리트 카르텔”이 오바마의 주요 기부자었다고 팸 마튼스는 평가했다.
"오바마 지지하는 넘버원 산업은 월 스트리트"
나아가 팸 마튼스는 “오바마의 대통령 경선을 지지하는 ‘넘버원’ 산업은 (대부분이 월 스트리트에 이름에서 돈을 받고 있는) ‘법률가/로펌’들로, 총 1천 124만 6천 596달러를 기부했다”라고 ‘블랙아젠다리포트’에서 밝혔다. 반응정치연구소의 오바마 기부자 명단에의 상위에는 골드만 삭스, UBS AG, 리만 브라더스, JP 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모건 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나열되어 있다.
팸 마튼스는 기업 후원 중 기업에 자문을 하고, 로비를 하는 로펌에서 약 22.5퍼센가 들어왔고, 20.5퍼센트는 투자 및 투자자문 회사들로부터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기업에서 나온 기부금 중 약 절반 가까이가 월 스트리트에서 들어온 셈이다.
오바마는 3월 4일 미니 수퍼화요일에서 버몬트 주를 제외한 텍사스, 오하이오, 로드 아일랜드 등에서 패배함으로써 주춤한 기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오바마의 상승세를 완전히 꺾지 못했다. 미국의 승리연합 소속 7개 노동조합은 2월 오바마가 미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파죽의 10연승을 기록한 후 나선 텍사스 유세에서 정부가 “CEO의 보너스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연금을 보호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예,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슬로건으로 미국의 대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바마가 월 스트리트와 노동자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직도 결판을 내지 못하고 있는 미 민주당 경선을 거치고, 나아가 대선을 거친 후에나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 후에도 미국인들이 “우리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열광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