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석유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이라크 석유부는 30일 장기 유전개발 계약을 위해 이라크 내 대형유전 6곳과 가스전 2곳의 명단을 외국기업에 공개했다. 바스라주의 주바이르 유전 등 이라크 남부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유전들이다.
지난 4월 발표된 자격심사(PQ) 결과를 보면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BP, 토탈, 셰브론 등 5대 석유 메이저가 포함되어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7개, 중국 4개, 영국 3개 기업이 들어가 있으며, 한국가스공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라크 유전, 다시 5대 석유메이저의 손으로
이번 장기유전개발 계약은 생산물을 분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라크 중앙정부가 생산된 원유에 대한 수익의 처분권을 갖고, 산유량에 관계없이 일정이익만을 보장하는 '서비스' 계약이다. 따라서 쿠르드 자치정부 등에서 외국기업과의 지분에 따라 원유를 배분받은 뒤 처분권을 갖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일일 산유량인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을 더 늘리기 위한 5대 석유 메이저와의 단기계약도 내달 중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들 석유 메이저들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73년 석유 국유화 조치를 취하기 전 이라크 대부분의 석유 자원을 독점하고 있던 기업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볼리비아, 베네수엘라까지 에너지 자원에 대한 국가통제 및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라크가 외국 기업에 유전을 개방함으로써 석유 기업들은 노다지를 되찾은 셈이다.
그러나 1년 반의 기간동안 이라크 정부가 새 석유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기업들에게 유전을 개방함으로써, 이후에도 이라크 국내에서 석유 자원의 이익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소지는 충분하다. 새 석유법은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간에 석유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 "자문단이 계약서 작성에 개입"..."러시아 배제에도 역할"
아울러, 뉴욕타임스가 30일 미 국무부 소속 변호사들과 민간컨설턴트들이 이라크 석유부의 고문자격으로 계약서 작성을 상세히 지도하고 있다는 보도를 해, 이라크 전쟁이 막대한 석유자원을 노린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여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소규모의 국무부팀이 이끄는 미국 자문단 그룹이 이라크 정부와 다섯 개 주요 서방 석유 기업이 유전개발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자문단이 "계약을 작성하는 데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고위급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체결된 러시아의 루크 오일의 유전개발권을 이라크 신정부가 취소한 데도 미국 고문이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