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이라크 미군의 철수 시점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이라크 미군 철수 문제는 11월 대선의 승부를 가늠할 중요한 이슈다.
11일 NBC방송에 출연한 매케인 후보는 미군이 언제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라크 장기주둔을 획책하고 있다는 비난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군 철수시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라크 내의 사상자다. 미군은 한국에 있다. 일본에도 있다. 미군은 독일에도 있다. 그들은 모두 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매케인의 발언은 한국내 장기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에서도 영구 주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지난 미 총선에서 공화당을 참패하게 만들었던 원인 중 하나인 이라크 내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서 매케인이 이렇게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올해 말로 유엔(UN)을 대신할 주둔군 지위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넣고 있는 압력이다. 이들 국가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이라크에 영구주둔이 필수적이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러나 매케인에 있어 이라크내 미군의 영구적 주둔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오바마의 주요 후견인이 월 스트리트에 있는 금융자본이라면, 매케인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후견인에는 산업자본, 그 중에서도 석유업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바스라 인근에서 석유증산 최종 협상을 하고 있는 석유메이저 쉐브론(Chevron)은 매케인 후보 핵심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쉐브론의 데이비드 오릴리 회장은 매케인의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이 확실시 되자, 공화당측에 28,500달러를 기부했다. 미국의 비영리 신문인 '프로그레시브 미디어 USA'는 매케인이 1989년부터 적어도 70만 달러를 석유 및 가스 업계로부터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케인은 석유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매케인의 공약에 따르면 5대 석유기업 세금 감면액은 한 해 약 3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매케인의 영구주둔을 시사하는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매케인 후보가 언제 어떻게 이라크 미군을 철수시킬 것인지를 밝히는 문제"라고 말했다.